[모바일] 끔찍한 혼종인가, 정통 시뮬레이션인가. 크로스파이어 워존 리뷰
[모바일] 끔찍한 혼종인가, 정통 시뮬레이션인가. 크로스파이어 워존 리뷰
  • 김민진
  • 승인 2020.10.09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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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파이어라는 게임이 있다. 스토브라는 자체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대형 게임사,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한 게임으로 동시 접속자 800만 명을 기록한 전 세계 1위 온라인 FPS 게임이다.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가 이 게임 하나만으로 국내 TOP 5 게임회사로 올라섰을 정도로 성공한 게임이지만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처참한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는 서든어택이 FPS 시장을 꽉 잡고 있었고, 서든어택을 잡겠다고 출시된 크로스파이어는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AVA의 그래픽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별 수 없이 국내 시장을 포기하고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크로스 파이어는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초대박을 터트렸고, 게임을 개발한 스마일게이트는 세계에서 주목하는 게임사가 되었다. 이 때의 성공을 기반으로 스마일게이트가 개발을 시작하여 완료한 게임이 바로 로스트아크였다.

국내에서 FPS하면 서든어택을 떠올릴 때, 중국에서는 FPS하면 크로스파이어를 떠올렸다. 이 같은 추세는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같은 신작 FPS 게임이 등장하고 나서도 여전하다. 중국에서는 아직도 크로스파이어가 FPS 게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엄청난 관심 속에 치러지는 대회 역시 매년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 때 동시 접속자 수가 500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작아져 아예 서버를 종료한 상태다. 그런데 지난 6, 조이시티는 엔드림이라는 개발사가 크로스파이어의 IP로 개발한 모바일 전략 시뮬레이션, ‘크로스파이어: 워존을 오픈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170여개 국에서 오픈하며 크로스파이어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과 FPS 장르를 합쳤다는 정보를 내놓았다.

필자의 경험상 장르와 장르를 합치는 시도는 항상 신선하지만 어색하다는 평을 벗어나지 못했었다. 양쪽 장르의 장점만을 내세워 조합한다고 해도 아무리 잘해봐야 혼종 소리만 듣기 때문에 통상 어느 한 쪽에 무게를 싣고 거기에 다른 장르의 요소를 조금씩 집어넣는 형식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크로스파이어 워존 역시 마찬가지. 시뮬레이션과 FPS를 합쳤다고는 하지만 원형은 시뮬레이션에 가깝다. 과연 원작의 성공을 따라갈 싹수가 보이는 게임인지, 살펴보자.

간단명료한 스토리, 근데 목표는 없다. 뭥미.

크로스파이어 워존(이하 워존)은 기존 크로스파이어의 나노라는 모드에서 스토리를 따왔다. 나노는 게임 내에서 감염체라고 표현하긴 하지만 그냥 좀비다. 군인들의 능력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약물이 변이를 일으켜서 생겨난 존재로 워존에서는 여기에 일부 설정을 추가해 스토리를 완성시켰다. 워존의 세계관에서는 국가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용병들의 대리전으로 모든 전쟁이 치러지던 세계에서 나노 바이러스 사태가 퍼지고,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용병단이 힘을 모아 나노 감염체 우두머리를 제거한다. 세계가 안정을 찾아가던 때, 나노 감염체를 활용하는 또 다른 테러집단이 생겨났고, 이들을 막기 위해 플레이어는 전설적인 사령관이 되어 용병들을 지휘하게 된다.

아주 간단명료하고 복잡할 것 없는 흔한 스토리다. 좀비로 인한 습격,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들. 게임 내에서는 지속적으로 스토리를 진행시켜주는 부관과 적 대장이 등장하는 데, 이들의 멘트를 통해 대략적인 스토리는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전체적인 워존의 세계관과 일부 사건들 뿐이지, 구체적인 목표나 종국에 해결해야 할 원대한 무언가는 전혀 없다. 어딘가를 공략하거나, 정보를 수집하거나. 이런 거 없이 그냥 주구장창 감염체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나가서 이것들한테서 자원을 뽑아내면 끝인 거다. 후술하겠지만, 스토리 상으로 장기적인 목표가 부재하기 때문에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 어디를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풋이 전혀 없다. 결국 플레이어는 부관이 쥐어주는 단순하고 짧은 목표만을 주기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편해도 너무 편하다.

기지를 보면 알겠지만, 워존은 전형적인 모바일 시뮬레이션 방식을 취하고 있다. 기지에서 건물을 업그레이드하고, 주기적으로 재화를 얻으며, 보병이나 헬기, 전차를 생산해 나간다. 이들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연구도 진행하고, 병력을 지휘 할 장교들도 뽑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생성된 병력을 이용해서 기지를 방어하기도 하고, 기지 밖에 있는 무수한 감염체와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기도 한다. 전투는 단순하기 그지없다. 그냥 장교들에게 딸려갈 병력만 지정해 주면 알아서 달려가서 총 쏘고, 대포 쏘고 한다. 오직 하나 조작해 줄 건 장교들의 스킬인데, 그나마도 오토로 해 놓으면 알아서 쓴다. 사실 전투 장면이라고 할 것도 거의 없을 정도로 전투 모션이 작고 안 보여서 전황을 보면서 스킬을 쓰기도 힘들다. 차라리 오토로 해 놓는 것이 마음 편하다.

기본적으로는 기지를 발전시키고, 병력을 생산해 적과 싸우는 것이 목표지만 그 외에 소소한 미니게임 형식의 콘텐츠도 있다. 기지 내에 잠입해 있는 적 테러리스트들을 저격하는 임무, 몰려오는 감염체들을 소탕하는 임무, 기지 옆에 있는 적의 비밀 연구기지를 습격하는 임무 등, 메인 시스템 외에도 할 건 많다. 하지만 말 그대로 미니게임일 뿐이다. 퀄리티가 높지도 않고, 빠르면 2~3초 만에 끝낼 수 있는 임무도 많아서 과연 이 미니게임을 만든 목적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까지 들게 만든다. 필자가 미니게임에서 느낀 것처럼 이 게임은 너무 간편하다. 마치 나는 요리를 하기 위해 주방에 섰는데, 3분 요리. 아니, 다 만들어진 볶음밥에 숟가락까지 얹어진 느낌이랄까. 내가 할 건 숟가락을 입으로 옮기는 행위 뿐이다. 보다 자세히 알아보자.

단편적인 명령만 수행. 사실상 자동?

워 존의 모든 콘텐츠는 간단한 버튼으로 진행된다. 모바일 게임이라는 것이 애초에 그렇게 구성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편화시켜버렸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묘미는 플레이어가 직접 나만의 전력을 짜고, 병력을 배치하며 나만의 군대를 만들어 나가는 데 있다. 그런데 워 존은 플레이어에게서 그런 재미를 강제로 빼앗았다. 이것 역시 밑에서 후술하겠지만, 메인 퀘스트라고 불릴 만한 게 없고, 단순히 부관이 어떻게 어떻게 해라. 라는 명령식 미션만 존재한다. 그런데 이 미션이라는 것이 대부분 기지를 발전시키는 용도다. 전차 공장을 업그레이드해라. 장교 막사를 몇 레벨로 만들어라. 사실상 기지 발전을 플레이어의 입맛이 아닌, 정형화된 틀에 짜 맞추는 거다. 전투도 오토로 진행되고, 기지발전은 메인 퀘스트가 담당하다 보니,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있는 건 간간이 등장하는 미니게임 뿐이다.

여기다 보상도 너무 지나치게 많다. 오픈 초기라 보상을 후하게 주는 건 이해하는 데, 이게 게임 진행을 방해할 정도다. 필자가 제일 이해가지 않았던 부분은 연맹보상 부분이다. 연맹에 가입된 40명의 플레이어가 뭘 할 때마다 조금씩 보상을 주는데, 이건 몇 분만 놔둬도 금방 쌓인다. 몇 시간만 있다 접속해도 99+가 되어 있을 정도. 게임 화면 내에 빨간 동그라미를 모두 없애야 하는 필자는 당연히 열심히 보상을 수령하려 했는데, 이게 금방 사라지지 않는다. 일괄수령도 없어서 일일이 손으로 눌러야 한다. 기지 내에서도 마찬가지. 조금만 플레이하다보면 기지 곳곳에 동그란 이펙트들이 수시로 뜬다. 대부분 자잘한 보상을 주거나 병력, 연구가 완료되었다는 알림인데, 너무 많아서 이것들만 누르다가 시간이 다 갈 지경이다.

메인퀘스트의 부재가 뼈아프다.

워 존은 튜토리얼마저 길다. 이건 아직도 헷갈리는 부분인데, 필자는 처음에 챕터 목표라고 나오는 게 단순한 튜토리얼인줄 알았다. 기지를 업그레이드해라. 무슨 건물을 지어라. 이렇게 간단한 목표인 데다가 친절하게 노란색으로 표시까지 해주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열심히 했다. 튜토리얼이 참 잘 되어 있네. 이따위 감탄을 하면서. 그런데 챕터 1이나 2에서 끝날 줄 알았던 알림이 챕터 8,9까지 이어졌다. 그제서야 필자는 이게 메인 퀘스트라는 걸 알았다. 워 존은 명확한 메인 퀘스트가 없다. 아니, 메인 퀘스트 무게감이 조금 가볍다고 할까? 차라리 조금 공략하기 어려운 적 기지를 타깃으로 여길 점령해라. 이렇게만 퀘스트를 주면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플레이어가 알아서 기지를 발전시키고, 이것저것 해보는 재미가 있을 텐데, 그런 목표 없이 아주 단편적이고 세세한 목표만 줘서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거기다 챕터에서 주어지는 목표 이외의 것에서는 엄청나게 불친절하다. 사령관의 특성은 설명 한 마디 없고, 병력 편집이나 연맹 가입에 대한 설명도 세밀하지 못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워 존은 너무 많은 콘텐츠가 있다. 건물 종류만 해도 10여개가 넘는데, 각 공장마다 따로 기능체계가 있으며 연구도 해야 하고, 연맹 관리도 해야 한다. 간간히 장교 레벨업도 해야 하고, 보상도 수령해야 하며, 가방에 있는 아이템도 써야 한다. 중구난방으로 벌어지는 많은 콘텐츠를 하나하나 해결하고 있다 보면 내가 게임을 하는 건지, 버튼 연타를 하는 건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온갖 좋은 걸 때려 넣는다고 명품이 되는 건 아니다. 아쉬움이 남는 평작

워 존은 그래픽이나 연출은 나무랄 데 없는 수준이다. 장교들 역시 대부분이 여자에 헐벗은 게 문제긴 하지만, 이런 게 워낙 대세니 그러려니 한다 치면 그래픽은 깔끔한 수준이다. 문제는 너무 많은 콘텐츠를 하나의 게임에 때려 넣은 것. 콘텐츠를 반으로 줄이고, 메인퀘스트만 제대로 설정했어도 수작이라는 평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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