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 베끼기 맛 좀 볼래? PC, 모바일 '원신' 리뷰

  • 입력 2020.10.07 15:40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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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전부터 이토록 시끄러운 잡음을 일으켰던 게임이 최근 뭐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표절, 이용약관, 개인정보수집, 백도어 프로그램까지. 수많은 루머와 논란을 몰고 다니는 게임. 게이머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 게임. 바로 '원신'이다. 

 

정식 서비스 이후 곧바로 '개인정보를 빼간다. 백도어 프로그램이 실행된다. 계정탈퇴가 안된다'는 수많은 루머와 오해들로 뒤범벅되었지만, 대부분은 오해였고 과장된 내용이었다. '미호요'라면 '아니 내가 그걸 왜 해요'라며 충분히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게이머로선 이런 의심을 하고 오해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중국산 게임'이 해온 결과물이 어땠는지, '중국'이라는 국가 이미지가 어떤지를 떠올려보면 이런 오해들이 '그럴 수도 있겠네' 라며 납득된다.

'원신'의 이번 논란은 '메이드 인 차이나'의 꼬리표를 한국 게이머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중국식 운영'이라는 선입견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면서 잠잠해졌지만, 사실 '원신'의 가장 큰 논란은 따로 있다. 게임의 출시 전부터 게이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문제. 바로 '표절'이다.

게임판에서 표절, 베끼기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게임의 캐릭터나 배경, 일러스트는 예삿일이고, 트레일러부터 다른 게임을 복붙한 채 시작하는 게임들도 수두룩하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표절'에 완전히 자유로운 게임은 몇 없을 것이다.

 

게임 개발사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뭔가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꾸미는 것보다는 기존에 있던 것에 최대한 '베리를 쳐서' 내 것인 양하는 편이 훨씬 싸게 먹히고, 망할 위험도 적다. 더군다나 특정 게임의 시스템을 가져와서 스타일만 조금 바꾸는 경우엔 '벤치마킹'라는 표현으로 포장도 할 수 있다. 물론 원작자의 허락과 동의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게임판의 '니껀 내꺼'의 무분별함은 스멀스멀 퍼져나갔고, '원작' 보다 뛰어난 '모방작' '아류작'들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열정은 인정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익'이다. '아니 이거 내가 먼저 만들었는데, 쟤들은 베끼기만하고 돈을 쓸어 담네?' 의 상황이 문제가 되었고 게임과 저작권, 표절에 관한 것들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예민한 문제이고, 확실한 기준을 잡기란 더더욱 어려운 논쟁이다. 게이머마다 허용하는 그 '선'이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과 경험에는 각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잣대를 세우기는 매우 어렵다. '이거는 표절이 아니라 게임의 장르가 가진 특징이라구요. 벤치마킹 모르세요?'라는 가불기를 들었을 때, 과연 어떤 방식으로 반박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논란의 중심에 '원신'이 있다. 이 게임이 모방한 게임은 닌텐도 스위치를 사는 이유 중의 하나. 바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다. 없어서 못 구한다는 닌텐도 스위치. 이 기계를 사는 이유이자 게임의 정점 'GOTY' 타이틀을 단 '젤다'다.

 

명작, 대작을 따라 한 과감함 만큼은 인정한다. 하지만 대부분 대작의 요소들을 가져다 쓰거나 비슷한 느낌을 흉내 내는 게임들은 허접하고 엉성한 경우가 많다. 기존의 팬들이나 게이머들도 어느 정도 퀄리티의 '급'이 안되면 '건덕지도 안되는 게임' 따위로 취급하며 비교조차 하지 않은 채 넘어간다. 근데 이 '원신'이라는 게임은 제법 그럴싸한 어그로를 끌고 있다.

'원신'은 '야숨'과 같은 오픈월드 RPG다. 플레이어는 맵의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고, 맵 곳곳의 다양한 오브젝트와 상호작용 할 수 있다.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몬스터를 해치우고 장비를 얻거나 각종 아이템을 수집할 수도 있다. 이 정도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오픈 월드 RPG의 기본과도 같아서 '따라 했다'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원신'이 '야숨'을 가져다 썼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전반적인 '때갈' 때문이다. 이 '겉모양'이 꼭 그래픽의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야숨'은 선명하고, 실사 3D 그래픽이 가진 '쨍함'보다는 조금 '물이 빠진 듯한' 느낌이 특징이다. 물감을 비교하자면 '유화'보다는 '파스텔' 쪽에 가깝다는 뜻이다. 이런 색감을 '원신'도 보여준다.

 

약간의 '블러' 효과가 들어간 듯한 카툰 렌더링 그래픽에 신비로움과 환상적인 분위기의 배경을 깔고 언덕의 바위나 나무, 개울 같은 오브젝트를 세심하게 칠한 느낌이 있다. 아마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캐릭터나 배경, 전체적으로 어느 것 하나 붕 뜨는 느낌 없이 하나같은 자연스러움을 이해할 것이다.

'원신'은 '야숨'의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이 '때깔' '감성' '느낌'에 거울상을 댄 것처럼 그대로 따라 한다. 아니 PC와 콘솔에 맞춰 '더 그럴듯하게' 빚어냈다. '이거 그냥 겉만 비슷한 거 아님?'이라고 한다면 묶일 게임이 많다. 색감이나 질감이 주는 그 단편적인 느낌이 전부가 아니다.

겉모습에서 끝났으면 아슬아슬하게 선에 걸쳤다고 볼 수 있었겠지만, '원신'은 '야숨'의 캐릭터 행동이나 주변의 사물, 등장하는 몬스터까지 야금야금 가져왔다. 정말 닮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처럼 흉내를 내고 있다.

'원신'이 '야숨'을 따라 한 다른 것은 바로 모션이다. '원신'의 자신감인지, 아니면 뭔가 '도전장' 같은 것인지 처음부터 '암벽 등반'이라는 '야숨'의 트레이드 마크를 자신들도 소개한다. 녹색 동그라미가 노란색 막대로 바뀌었을 뿐이지 '스태미너'의 개념까지 완전히 똑같다.

 

'암벽 등반'과 함께 결정타를 넣는 것은 '활강'이다. 이 기능은 게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튜토리얼 과정에서 배우는 기술이다. 사실 이 '활강' 전까지만 해도 '여기까지는 인정한다'라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모션을 보는 순간 '이건 베꼈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원신'은 배경과 캐릭터를 흉내 낸 것에 그치지 않았다. 거점 워프의 이동, 아이템의 상호작용, 몬스터의 모델링, 어딘가 익숙한 전투 모션 등 게임에서 마주치는 거의 모든 것들이 '어? 이거 그 게임 아닌가?'를 떠올리게 한다. 이미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이 '익숙함'의 출처와 '원신'을 비교한 '짤'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

 

게임은 초반부터 '야숨'의 숨결이 느껴진다. 각각의 사당을 찾고, 던전을 클리어하면 보상을 얻는다. 여기에 맵에 있는 퍼즐을 풀거나 비밀스러운 오브젝트를 찾기도 한다. 주변에서 아이템을 줍기도 하고, 몬스터들이 모여있는 거점을 털고 나면 상자도 열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비슷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바로 '신상공양'이다. 주변의 '신상'을 찾아 특정 아이템을 바치면, 스펙을 조금 올릴 수 있는데, 방법만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지 거의 같다.

 

사실 게임 개발과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느낄 수 있다. '베꼈다'는 것을.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특정 '에셋' 같은 것이 있는지, 아니면 '스킨'과 같은 게 있는지, 비슷한 색감만 모아놓은 '파레트' 같은 게 있는지 짐작만 할 뿐이지만, 이 정도로 따라 했으면 비난을 피할 순 없다.

그나마 '원신'이 '야숨'과 다르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속성의 디테일' 이다. 이 둘의 조합이 없었다면, '원신'은 아무런 방패 없이 모든 비난을 맞았어야 할 것이다.

 

'원신'에서 다루는 '일곱신상'이라는 것은 사실 모바일 수집형 RPG에서 흔히 다루는 소재, 바로 '속성'이다. '지수화풍'의 흔한 4가지 속성에 '얼음' '번개' '생명'이라는 속성을 추가해 총 7개의 속성을 가진 캐릭터와 몬스터가 서로 맞물리는 구조다. 

 

'원신'이 독특한 점은 서로 상성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속성을 단순히 '부여'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속성은 다양한 방법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이런 효과를 활용하면 좀 더 수월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불화살에 바람을 불어서 불길을 번지게 한다거나, 물 위의 적들을 감전시켜서 연쇄 공격을 할 수 있다거나, 물 위에 얼음으로 길을 내서 움직이는 것처럼 각 원소는 저마다의 상호작용 효과가 있다.

 

그러나 또 엄밀히 따지고 본다면 이런 시스템은 '전혀 새로운' 방식이 아니다. 굳이 '야숨'이 아니더라도 화약통이나 기름에 불 지르기, 물을 얼려서 깨부수기, 쇠붙이로 번개 유도하기 같은 상호작용은 RPG에서 한 번쯤 경험해 본 것들이다.

이제 '원신'에 남은 건 '모바일'이다. 이 부분에서는 '야숨'과 확실히 다른 길을 간다. '야숨'에서는 뭔가를 요구하거나 플레이를 제한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가는 곳이 길이고, 지나온 시간이 스토리가 된다. 뚜렷한 목적을 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같은 게임을 플레이해도 '야숨'에 대한 경험과 기억은 각자 다르다.

 

하지만 '원신'은 '모바일 근본'을 따르고 있다. 시작부터 목적, 그러니까 '퀘스트'를 던져주고, 이를 완료하면 빠짐없이 '보상'을 준다. 어느 정도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진행할 수 없다. '육성'과 '강화'라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달고 간다는 뜻이다. 조금의 차이는 있겠으나, 큰 흐름만 놓고 본다면 모든 게이머가 비슷한 경험을 해야 한다.

 

결국, 이 모바일의 맛은 '링크' 혼자 하던 일을 잘게 세분화한 꼴이 됐다. '야숨'에서는 '링크' 혼자서 칼 쓰고, 활 쏘고, 불을 붙이고, 통을 옮기고, 지지고 볶았다. 하지만, '원신'은 이런 일을 전담할 수 있는 각각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수집형 RPG'라는 뜻이다.

등급과 영웅, 뽑기와 합성, 장비와 강화. '모바일 근본'을 도입했지만, 휴대폰에서의 '원신'은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PC와 콘솔의 환경을 모바일에서도 구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PC와 콘솔, 모바일까지 모든 플랫폼에 욕심을 냈고, 어쩔 수 없이 접점을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된 것.

 

모바일기기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원신 모바일'은 '들러리'라고 생각한다. 그래픽, 조작감, 게임 진행 방식 등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고, 기존의 수집형 RPG에 길들여진 게이머라면 그 어떤 편의성도 없는 시스템에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다.

 

PC에서 플레이하는 게임을 억지로 꾸역꾸역 넣은 느낌. 초반의 6GB에 가까운 용량도 부담되고, 게임 실행 중에 튕기는 일도 잦다. 그렇다고 아예 못 쓸 정도의 최적화는 아니지만,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모바일에서 실행할 이유는 없다.

 

'플레이 스테이션'의 '리모트 플레이' 정도의 느낌이 적당하다. 주로 PC에서 플레이하면서, 가챠나 강화, 아이템 파밍 정도를 휴대폰으로 하는 것이라면 괜찮다. '미호요'도 '원신을 모바일로 하겠다'를 원한 것은 아닐 것이다. 

'원신'은 분명 '야숨'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게임이란 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그 결과물을 무작정 다 비난할 수만은 없다. '미호요'가 새롭게 만들어 넣은 것이 있고, 그 퀄리티가 제법 그럴싸하다. '원신'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NPC의 개성, 배경과 거점, 각종 아이템의 디테일과 일러스트는 다른 게임에도 충분히 비빌 정도다.

 

물론 원래 있던 것, 남의 것을 가져와서 조금 바꿨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대작 게임을 어설프게 따라 하고,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을 만들어낸 다른 게임과 비교하자면 '원신'은 조금 다르다. 베끼기에도 수준 차이가 느껴진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딱 놓고 본다면, '원신'은 무시할 수 없다. '야숨'을 모르는 게이머라면 분명 재미를 느낄만한 게임이다.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을 대수롭지 않게 '그냥 표절한 게임' 정도에서 끝내면 안 된다는 점이다. '중국산 게임'의 무서움은 여기에 있다. 비난을 받고 욕을 먹으면서도 '미호요'는 '붕괴'와 이번 '원신'으로 경험치를 쌓고, 계속 레벨업을 한다. 당연히 일부 팬들도 생길 것이고, '나는 야숨을 안 해봐서 원신 괜찮던데' 하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원신'은 '야숨'을 베낀 게임이지만, 영리하게 잘 가져왔다. 단순히 'CTRL C + CTRL V' 한 게 아니라 '야숨'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똑같이 손으로 따라 쓴 느낌이 들고, 자기 것도 몇 가지 섞었다. 이렇게 베끼면서 분명 무엇인가 깨닫고, 또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경험을 얻었을 것이다. 

 

'미호요'는 이번 '원신'을 통해 자신들만의 '스토리와 캐릭터'의 토대를 갖췄을지도 모른다. PC, 모바일, 콘솔 모두 아우르는 멀티 플랫폼 게임을 말이다. 추후엔 VR까지 더할지도 모를 일이다. '욕먹든 말든 돈만 벌면 되지' 의 뻔뻔함과 괘씸함이 보이지만, '중국산 게임'의 무서움도 느껴지는 게임이다. 

 

어떤 문화나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표절'은 필연적인 부작용이다. '베꼈느니 마느니'하는 이 잡음이 발생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중국산 게임'이 단순히 그냥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신'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요소가 많은 게임이다. 이 게임이 도대체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도대체 뭘 어떻게 베꼈다는 건지 궁금한 게이머들,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산 게임'의 수준이 지금 어느 정도의 위치까지 왔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게이머라면 직접 확인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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