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그리고 잘 가! 모바일, '안녕 엘라' 리뷰

  • 입력 2020.09.22 12:01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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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 뒤에는 또 다른 만남이 있다. 누군가를 반갑게 맞이할 때 우리는 "안녕"이라 말하고, 또 누군가를 아쉽게 떠나보낼 때도 "안녕"이라고 말한다. 어린아이도 알고 있고, 또 누구나 이야기 할 수 있는 이 이 인생의 진리는 모바일 게임판에도 적용된다.

 

게이머가 모바일 게임을 만나는 주기는 이제 길지 않다. '만나서 반가워 근데 잘가' 라고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안녕'의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물론, 정말 취향에 맞는 게임을 찾는다면 한 달이나 두 달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게이머가 모바일 게임에서는 일주일이면 '안녕'을 말한다.

'짧은 만남과 헤어짐' '찍먹' '다 아는 선수끼리 왜 이래?'가 모바일 게임의 방식이고, 많은 게임이 이 틀에 갇혀 있다. 그리고 최신 모바일 게임의 트렌드에 맞춰 출시된 게임이 하나 있다. 장르는 '수집형 RPG'. 뭐가 나올지 뻔히 예상되는 게임이지만, 이 게임 타이틀이 독특하다. '안녕 엘라'라니.

 

모바일 게임은 다들 '개발자의 혼' '게이머를 위한 감성' '차별화된 플레이' '기억에 남을 스토리와 캐릭터' 를 집어넣었다고 하지만, 게이머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과금'뿐이다. 그런데도 언제나 그렇듯 속을 걸 뻔히 알면서도 기대를 하게 된다. '수집형 RPG'의 '어차피 아는 맛'을 봐야겠지만, 과연 '안녕'의 의미가 반가움이 될지, 아니면 빠른 이별이 될지 주인공인 '엘라'를 한 번 만나보자.

주인공인 '엘라'는 '에스페란서' 왕국의 공주. '에스페란서' 왕국은 엘라의 숙부이자 이 게임의 '악'을 담당한 '제논'에 의해 멸망한다. '제논'의 반란으로 국왕은 목숨을 잃고, '엘라'는 이를 피하기 위해 도망친다. 하지만 '엘라'는 잡히게 되고, 게임의 시작부터 '제논'에게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그 순간 '엘라'가 지닌 팬던트의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시간은 과거로 되돌아 간다. 이제 '엘라'는 과거에서 '제논'의 반역을 막고,' 에스페란서' 왕국과 아버지인 국왕, 그리고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을 바꾸기 위해 여행이 시작된다.

초반의 오프닝은 제법 괜찮은 편이다. 물론 스토리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신선할 게 하나 없는 식상한 구성이지만, 연출은 모바일 게임 치곤 다양하다. 먼저 다운로드 이후 추가 다운로드를 받는 그 시간에 짧은 애니메이션이 재생되고, 첫 동료를 만나는 과정을 짧은 컷툰으로 처리했다. 

 

대신 스토리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뻔하다. 내용의 신선함은 없다. 사실, 단순히 캐릭터만 멍청하게 세워놓고, 텍스트로 실컷 메꿔봐야 이에 몰입하는 게이머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나 모바일 '수집형 RPG'에서는 그 비중이 더욱 작다. 스토리의 비중을 줄이고, 차라리 캐릭터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겠다는 확실한 컨셉을 선택했다.

게임은 '수집형 RPG'. 여기에 턴제가 아닌 실시간 전투로 진행된다. 하나의 팀은 총 5명의 캐릭터를 배치할 수 있다. 위치나 포메이션에 의한 특정 효과는 없지만, 앞선에 배치한 캐릭터는 가장 먼저 공격당한다. 화염, 냉기, 자연 같은 캐릭터의 속성은 없지만, 포지션에 의한 스탯 차이는 있다. 포지션은 탱커, 근접 딜러, 원거리 물리 딜러, 원거리 마법 딜러, 힐러로 나뉜다.

 

'안녕 엘라'의 캐릭터에서 한 가지 독특한 점이라면 바로 '수집' 방식이다. 일반적인 수집형 RPG는 필드의 몬스터부터 일반, 희귀, 전설 등의 캐릭터를 모을 수 있지만, '안녕 엘라'에서는 모든 수집 방식이 '조각'으로 통일된다. 10+1 뽑기를 했을 때 특정 영웅을 바로 얻는 방식이 아니라 각각의 '조각'을 얻는 방식이다. 이 조각을 20개 모아야 하나의 영웅을 생성할 수 있다. 물론 특정 영웅의 조각을 20개를 확정으로 얻어 소환하는 방법도 있다.

'공식 카페의 영웅 등급표를 보고 국민 세팅을 하겠다' 하는 게이머라면 조각 20개를 확정으로 받아서 원하는 영웅을 바로 소환하는 방법이 좋고, 오랫동안 게임을 하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수집하고 싶다면 10+1쪽을 고르는 게 더 좋다. 

 

이런 독특한 수집 방식에서 느낄 수 있듯 '안녕 엘라' 개발진은 '다양한 캐릭터'보다는 '누구에게나 버림받지 않을 캐릭터'를 남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게임에서 얻는 캐릭터들은 일반, 희귀, 전설이나 별 3개, 5개, 7개의 등급이 따로 없다. 모든 캐릭터가 평등하게 C등급부터 시작하며, 차근차근 조각을 모으면서 승급하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좋은 등급의 영웅 하나를 뽑아서 다른 캐릭터들을 버스 태우거나, 쓸모없는 캐릭터들을 갈아서 경험치로 만드는 게임과는 다르다. 모든 캐릭터가 일단은 평등하게 출발하고, 정말로 키워보고 싶은 캐릭터는 하나를 선택해서 소환할 방법도 따로 있다. 일단 '나올 때까지 뽑는다'는 동일하지만, '안 나오면 다른 거 써봐야지'의 선택지는 준비되어있다.

'안녕 엘라'의 전투에서 독특한 점은 바로 '체인 스킬'이다. '체인 스킬'이란 캐릭터의 스킬을 서로 연계해서 사용하는 것인데, 캐릭터들이 일반 스킬을 사용하면, '체인 '스킬'의 게이지를 한 칸씩 채울 수 있다. 필드에서 전투를 진행하는 캐릭터와, '체인 스킬'을 사용하는 캐릭터의 구성은 서로 다르게 할 수 있다. 필드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도, '체인 스킬'만 '스트라이커' 방식으로 편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체인 스킬'은 모든 캐릭터가 사용할 수 있다. 당연히 편성된 캐릭터가 순차적으로 스킬을 연계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게이지를 모두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체인 스킬'은 단순히 터치만으로 발동되는 것이 아니고, 적절한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 리듬 게임처럼 주변의 테두리가 밝게 빛날 때 터치해야 하고, 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남은 스킬 게이지는 모두 소모되며 쿨타임이 발생한다. 

 

스테이지는 플레이어가 직접 개입해서 '체인 스킬'을 사용해야만 원활한 진행이 된다. 처음엔 신선하고 재미있지만, 진행하다 보면 조금 부담스럽다. 게임의 버벅거림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체인 스킬'의 타이밍을 맞추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게임의 허들은 상당히 빨리 다가온다. 초반에 얻을 수 있는 조각의 수와 영웅의 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스테이지의 난이도는 급격하게 상승한다. 특히 힐러와 탱커 포지션이 없이, 무과금으로 스테이지를 깨기엔 버겁다. 여기서부터 '안녕 엘라'의 불편한 점이 드러난다.

 

게임의 전투 자체는 그다지 느리진 않지만, 진행을 시원하게 뚫을 수 없다. 첫 번째 챕터 '잊혀진 자들의 섬'에서는 영웅의 장비나 강화, 승급 등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보스까지는 볼 수 있다. 문제는 두 번째 챕터 '황혼의 사막' 부터다. 여기에서부터 안일하게 '모바일 게임 다 똑같은데 뭐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는 진행할 수 없다.

 

영웅의 스탯을 올리기 위해 장비를 구해야 하고, 보석들을 모아 강화 수치도 붙여줘야 하며, 무엇보다 조각을 모아서 랭크업도 시켜야 한다. 적어도 주력으로 삼는 다섯 캐릭터는 +2와, B등급, 그리고 녹색 장비 하나 정도는 갖춰야 한다.

스펙 업그레이드는 필요한데 영웅 조각, 장비, 재료, 보석 등의 수급처는 제한되어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소탕권을 사용해서 이미 클리어한 스테이지의 보상만 받는 것인데, 여기엔 또 별도의 행동력이 필요하다. 행동력이 없다면, 소탕권은 쓸모가 없다.

 

당연히 출석 보상, 레벨업 보상을 통해 어느 정도의 재화는 수급된다. 그러나 스테이지가 요구하는 전투력에 맞추기 위해서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다. 물론 이를 보완하고자 상점이 있긴 하지만, 제작이나 파밍보다는 높은 가격을 줘야만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금화 던전, 투기장, 재화 던전 뺑뺑이를 돌아야 한다. 특히 각종 재료를 수급할 수 있는 '고대의 사원' 같은 경우는 하루에 30분 진행할 수 있다. 당연히 처음부터 100%를 완료할 수도 없고, 자동 전투만 사용할 경우엔 진행이 급격하게 느려진다. 게이머가 30분 동안 '체인 스킬'을 열심히 눌러줘야 한다는 건데, 최신 유행의 모바일 게임에서 이런 방식은 플레이어에게 상당히 불편하다.

 

앞에 스테이지 하나를 위해 그동안 지나쳐온 곳을 다시 한번 노가다 해야 한다는 것. 그나마 플레이어가 원하는 취향의 캐릭터라도 미리 보유했다면 성장 과정이 덜 지루하겠지만, 초반 캐릭터를 키우다 보면 '이 캐릭터가 과연 후반부에서도 좋은 성능을 낼까?' 라는 의문도 든다.

'안녕 엘라'에는 쓸데없이 도감의 개수만 채우고, 다른 영웅의 경험치로 소모되는 캐릭터는 없다. '수집형 RPG'가 꼭 수많은 캐릭터들을 깔아놓고, 그중에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답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다 좋은 캐릭터니까 한 번 해보세요'를 보여주고자 한 점이 느껴진다.

 

목적은 분명히 보이지만, 방법을 과연 지금의 게이머들이 쉽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뽑기를 해도 영웅을 바로 사용할 수 없고, S급 R급이 아니라 C급부터 차근차근 육성해야 하는 게임 방식은 사실 요즘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방법이다.

 

천천히, 모두가 쓸모있는 방식의 '수집'을 보여줬다는 점은 괜찮았지만, 게임을 어느 정도는 맛볼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필요하다고 본다. 게임의 허들이 너무 빠르게 다가오는데, 이를 해결할 방법이 어쩔 수 없는 '과금'이라는 점은 아쉽다.

전반적으로 공을 많이 들였고, 걷어낼 것은 확실히 걷어낸 것이 보인다. 하지만, 게이머에겐 재미를 붙이고 게임의 맛을 볼 시간이 필요한데, '안녕 엘라'는 이런 부분이 극도로 압축되어있다. 첫 도입부만 너무 힘을 많이 줬다. '자 봤지? 됐지? 이제 과금해'의 느낌이 너무 빠르게 다가온다. 빠른 호흡과 전개가 최신 게임의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이런 방식은 조금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찌 됐건, 앞서 언급했던 '게이머를 위한 감성' '차별화된 플레이' '개성 넘치는 캐릭터'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대신 '엘라'를 계속 만나고 싶다면, 선택해야 한다. 지갑을 열어서 불필요한 시간을 빠르게 당길 것인지, 아니면 느리고 지루하더라도 차근차근 익숙해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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