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의 골대는 너무 높았다! PC, 'NBA2K21'리뷰

  • 입력 2020.09.10 11:57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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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와 얽힌 나의 기억엔 '고통'이 대부분이다. 패스를 잘못 받아서 손가락이 뒤로 뒤틀린 고통, 한동안 부목 같은 걸 하고 다녔던 기억, 골대 밑에서 몸싸움을 하다가 튕겨 나온 공에 안경이 부러졌던 씁쓸함. 학창 시절 함께 땀 흘리며 놀았던 기억이 남아있을 법도 하지만, 그런 추억과는 거리가 멀다.

 

또래의 남자아이답게 스포츠를 좋아했지만, 당시엔 체격도 작았고, 몸집도 왜소한 편이라 잘하진 못했다. 내가 자신 있었던 스포츠는 오직 'e스포츠' 뿐이었다. 이쪽에서는 남들보다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 농구, 축구, 야구, 배구 종목을 가리지 않고, '오락실에 있는 모든 구기 종목'은 내 코 묻은 동전의 맛을 봤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당시 오락실과 PC방에서 유행했던 스포츠는 축구였다. 나는 당시에도 제법 이른 나이에 유럽 축구를 접했다. 그 때문에 지금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현실에서나 게임에서나 '남자는 축구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때 당시 축구의 인기는 대단했다. 2002년 월드컵 4강을 기점으로 엄청난 인기와 사랑을 얻었고, 그때부터 애나 어른 할 것 없이 공놀이는 곧 축구를 뜻했다.

농구로 시작했지만, 이야기가 축구로 마무리될 만큼, 내 'e스포츠' 역사에서도 농구게임은 그리 많지 않다. '피파'나 '위닝일레븐' 'FM' 같은 게임은 내가 학생이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지만, 농구와 관련된 게임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굳이 뽑아보자면 오래전 도스 시절의 '레이커스와 셀틱'이라는 NBA 게임과 '슬램덩크의 캐릭터들이 나오는 '슈퍼슬램', 길거리 3:3 농구를 기반으로 한 '스트리트 후프' 정도다.

 

이번에 리뷰할 게임은 '2K'의 신작 'NBA2K21'이다. 이 시리즈는 다른 스트리머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구경만 했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접했던 농구 게임들은 조작이 쉬운 방법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각 잡힌 농구 게임'을 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생에서 농구와는 전혀 접점이라곤 없었던 내가, 그리고 농구라고 하면 '시카고 불스' '마이클 조던'과 '마지막 승부' 밖에 모르는 이 뉴비가 'NBA'에 입성하게 됐다.

 

결론부터 꺼내자면, 내 인생은 농구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다. 이번 '2K21'역시 그냥 다른 스트리머들의 플레이를 구경하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 신참내기가 적응하기에 NBA 골대의 높이는 너무 높았다.

내가 이 게임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커리어 모드' 때문이다. 이번 리뷰 역시 오로지 '커리어 모드'만을 다룬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나는 이 게임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했다. 

 

대부분의 스포츠 게임이 그렇고 지금까지 시리즈가 이어온 것처럼  'NBA2K21'에서도 자신의 선수를 생성하고 육성할 수 있다. 2K 시리즈에서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바로 자신의 얼굴을 그대로 본따 만든 캐릭터 생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MyNBA2K21'라는 어플을 받아서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면, 스캔한 결과물을 캐릭터로 옮겨준다. 

 

'커스터마이징'은 아쉽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많이 준비했다. 얼굴 외형의 세부조절을 다양하게 만져 볼 수 있는 부분은 마음에 든다. 기본으로 준비된 프리셋을 선택하고, 거기에서 다시 미세한 설정을 하는 방식이라 조금만 익숙해지면 원하는 얼굴을 만들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색깔'의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형광 수염이나 핑크 머리카락처럼 확실한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색은 아직 구경할 수 없다.

얼굴을 만들고 나면 이름, 포지션, 등 번호 등 기본적인 설정과 함께 능력치를 설정한다. 뉴비 입장에서는 여기서부터 '이게 그냥 슛하고 패스하는 농구 게임이 아니구나'하는 부담감이 느껴진다. 분배해야 할 부분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선수의 스킬은 '마무리' '슈팅' '플레이메이킹' '수비와 리바운드' 네 가지로 나뉘며, 각각의 능력치 비율과 수치를 분배할 수 있다.

 

하나의 능력치에 모두 몰빵할 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밸런스를 유지할 수도 있다. 일단 농구는 3점 슛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슈팅 능력치를 모두 90 이상으로 설정했고, 수비와 리바운드 부분은 아예 포기했다. 참고로 초반에 설정하는 수치는 어디까지나 '잠재력'을 가정한 최종 수치이고, 시작부터 설정한 능력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은 신장과 체중을 설정할 수 있는데, 체중과 신장에 따라 다른 수치들이 +1이나 -1 정도로 조절되긴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다. 원하는 체형까지 맞추면 오프닝이 시작된다. 

'뭐야 이거 영화야? 어? 디트로이트 그 형 아닌가?' 게임의 첫인상은 상당히 좋았다. 스토리에 각 잡고 공을 들였다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커리어 모드를 진행할수록 왜 그렇게 많은 부분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었는지, 왜 페이스 스캔을 추천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주인공은 사실 농구가 아니라 미식축구 선수다. 앞부분에 잠깐 나오지만, 주인공의 아버지는 유명한 농구 선수였다. 이 때문에 다시 농구를 한다면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계속 따라올 것을 걱정한다. 마침 익숙한 얼굴(영화 콘스탄틴에서 미드나잇 역할을 했다고 하면 누군지 쉽게 떠올릴 얼굴)의 남자가 찾아와 주인공에게 다시 농구를 권하고, 플레이어는 이제 '고등학생'이 되어 농구를 시작한다.

인상 깊었던 건 내가 만든 캐릭터가 아무 말 없이 멀뚱멀뚱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음성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는 점이다. '초반 게임 적응을 위한 튜토리얼'이라는 부분은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영화와 같은 스토리와 연출에 나의 캐릭터를 녹여냈다. 고교 농구에서 대학 농구 드래프트를 거쳐 NBA 입성까지, 중간중간 다양한 이야기들과 시련, 선택이 주인공에게 찾아온다. 

 

‘열심히 연습하세요. 당신은 성장했습니다. NBA 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세요’의 방식을 기대했던 내게는 상당히 큰 반전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커리어 모드는 뭔가 ‘튜토리얼’의 성격이 강했을 뿐, 어떤 스토리의 전개에 무게를 두거나 내가 만든 캐릭터의 비중은 사실 거의 없었다. 어디까지나 '성장'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일종의 장치였다. 하지만, 'NBA2K21'은 내가 만든 캐릭터가 하는 고민과 갈등, 마주하게 되는 선택의 길에 감정을 이입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들이 자주 보던 배우들의 얼굴이라 정말로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따온 느낌을 받는다. 내가 만든 캐릭터도 '어딘가 이런 얼굴의 배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자칫 형식적으로 느껴질 법한 이 초반 도임부를 잘 짜인 서사구조로 녹여낸 부분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감상'의 영역이다. 게임은 어디까지나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는 것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NBA2K21'은 이 부분이 부족하다. 더 구체적으로 '뉴비를 위한 설명과 자연스러운 적응'이 부실하다. '뒷골목의 농구장에서 3:3을 하면서 슛과 패스 같은 걸 익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어디에도 그런 과정은 없다. 오프닝의 이야기가 끝나면 '이제 아버지의 이름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 너의 능력을 한 번 보여봐' 라며 고교농구의 경기장 한가운데에 던져버린다.

 

'어? 저 이 게임 처음인데요? 뭐가 슛이고 뭐가 패스인가요?'에 대한 물음표를 하나씩 해결해 주는 과정이 없다. 대부분 스포츠 게임의 커리어 모드는 슛, 패스, 드리블 같은 기본 기술을 조금씩 연습하면서 시합에 참여한다. 그리고 조금씩 다양한 기술들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으로 진행한다.

 

'NBA2K21'은 이런 과정을 게이머가 따로 찾아야 한다. 게임에서 하나씩 배우는 것이 아니라 '튜토리얼' '프리스타일' '연습경기' 같은 메뉴를 찾아서 충분히 익히고 와야한다는 것이다. 뭔가 배우면서 성장하는 것보다는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나의 잠재력을 보여주겠다' 에 가깝다. 영문도 모른 채 커리어 모드를 시작한다면 나처럼 왔다갔다만 몇 번 하다 처참한 성적표를 받고 허겁지겁 연습모드를 찾게 될 것이다. 

연습 모드에서는 모든 기술을 배우고 연습할 수 있지만, 상당히 것을 익혀야 한다. 단순히 '슛, 패스' 정도만 알면 될 거라 생각했던 내게 '각 잡힌 농구 게임'의 매운맛은 눈물을 흘릴 정도로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게임이 주는 재미와 시뮬레이션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은 현실적인 부분보다는 플레이어가 흥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맞춰줄 필요가 있다. 즉, 어느 정도의 보정과 배려가 필요하다.

 

이 게임은 가장 기본이 되는 '슛'만 해도 각각의 기술에 커맨드와 슈팅 게이지가 따라붙는다. 중거리 슛의 경우엔 X 버튼으로 게이지를 맞춰서 쏘는 방식과 R스틱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골 밑에서의 레이업이나 덩크의 경우엔 패드 기준으로 R 스틱을 사용해야 한다.

 

모든 슛이 X 버튼으로 통합된 것이 아니라 어떤 위치인지, 어떤 손으로 쏠 것인지에 따라 각각의 버튼과 R 스틱을 조절해야 하며, 또 최적의 타이밍까지 맞춰줘야 한다. 뉴비 입장에서는 이 '슛'하나 익히는 것도 버겁다. 고인물 입장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슛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고 느껴지겠지만 첫 입문자에게는 '아니 뭔 슛하나 배우는 것도 이렇게 어렵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차라리 모든 슛을 하나의 방법으로 통합하고, 슛을 쏘는 위치에 따라 랜덤으로 모션이 바뀌는 방식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중거리 슛 라인에서는 가끔 훅샷 같은 모션이 나오고, 골 밑에서는 덩크나 레이업 등의 모션을 '언락'방식으로 해금하는 방식. 사실 '2K21'이라는 타이틀에 '모바일의 지저분함'을 바르는 것 같지만, 뉴비에게는 초반에 이런 선택지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남자는 3점 슛이지’라는 생각에 슈팅 스킬에 몰빵을 했지만, 진짜 칼 같은 타이밍이 아니면 거의 모든 슛이 들어가질 않는다. '아니 도대체 이 타이밍을 어떻게 맞추라는 거지?' 슛을 하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3점, 레이업, 자유투 아무튼 공을 던지는 모든 행위에 '타이밍'이라는 제약이 따라붙는다.

 

'슈팅 타이밍 게이지'를 맞추는 것은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게임의 난이도만 올려놨다. '재미'라는 측면을 느껴야 하는데, 하면 할수록 '도대체 어쩌라는 거지?'라는 짜증만 유발한다. 이 슈팅 게이지를 어느 정도는 보정해주거나,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설정이라도 넣어줬어야 한다. 뉴비 입장에서는 슛을 고르는 것도 어려운데 타이밍까지 맞춰야 되는 것은 큰 부담이다.

여기에 이전 시리즈들처럼 경기에서 좋은 플레이를 할 경우 평점이 오르고, 실책을 범할 경우엔 내려가는 방식이 사용된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플레이를 한들, 슛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레이를 하다 보면 같은 팀의 AI들은 내가 뭔가를 해주길 바라는 것처럼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나 없이도 뭔가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플레이를 해보면 완벽한 찬스에서도 내가 해결하는 걸 기다리거나, 패스 요청을 할 때까지 버티는 경우도 많다. 어찌 됐든 플레이어가 마무리해야 한다. 당연히 팀의 승리를 위해서는 나의 득점이 필요한데, 일단 슛이 되질 않으니 기회는 계속 상대팀에게 넘어간다.

 

좋은 평가를 받고, 보너스를 얻고 싶으면 득점보다는 차라리 스크린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막거나, 어시스트, 리바운드, 수비 같은 부분을 노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팀이야 이기든 말든 나만 잘하면 되고, 정말 완벽한 찬스가 아니면 슛보다는 어시스트를 찔러주는 것이 높은 점수를 얻는 비결이다.

첫 농구 게임의 커리어 모드라서 기대가 높았던 부분도 있다. 아직 조작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리고 농구라는 스포츠를 정확하게 몰라서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진입장벽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즐길 만한 패키지 게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뉴비의 불만이 조작감이라면, 기존 팬들은 아마 '전작과 다를 게 없네'의 익숙함에 불만을느낄 것이다. 이 시리즈가 매년 욕먹는 이유를 이번에도 반복했다. '2K20'에서 단순 로스터만 업데이트됐을 뿐, 게임의 진행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다. 단순히 포장지만 바뀌었지, 알맹이는 똑같다.

 

딱 잘라, 초반의 임팩트와 캐릭터 몰입감을 제외하면 'NBA2K21'은 그리 매력적인 게임이 아니다. 조작이 어려워 익숙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전작에서 발전된 부분이라고 한다면 로스터 업데이트뿐. 재미도 감동도 없고, 심지어 변화까지 없는 이 농구게임을 그래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불편함과 지루함, 짜증을 인내할 자신이 있다면 도전할만하지만,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돌아오는 재미는 그다지 크지 않다. 정말로 NBA의 역사를 잘 알고, NBA를 사랑하는 게이머가 아니라면 쉽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나처럼 '농구 게임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의 게이머들은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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