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모든 게 좋았다. 조작감만 빼면. 아리와 사계절의 비밀 리뷰

  • 입력 2020.09.07 16:58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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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라는 게임이 있다. 필자는 즐겨보지 못했지만, 닌텐도 스위치로 발매된 게임으로 2010년대 최고의 게임이라는 찬사가 쏟아진 게임이다. 메타크리틱 97점에 빛나는 이 게임은 이후 수 많은 오픈월드 게임에 영향을 주었다. 부드러운 그래픽에 환상적인 배경, 흥미진진한 전투까지. 업계를 뒤흔든 이 게임으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게임들이 오픈월드로 출시되었고, 오픈월드는 금방 대세가 되었다.

어드벤처와 오픈월드라는 장르는 쉽게 어우러지기 어렵다. 애초에 어드벤쳐는 퍼즐요소가 탑재되어 있는 것이 보통인데, 이 퍼즐은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해야 제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여기 저기 퍼즐이 늘어서 있으면 누가 가만히 앉아서 이 퍼즐을 만끽하려 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어드벤처는 사양세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등장하는 어드벤처 게임의 대부분에는 전투라는 요소가 녹아 있어서 액션 어드벤처라 불리는데, 이런 게임들은 십중팔구 액션에 더 많은 비중이 들어가 있지, 어드벤처에는 많은 비중을 두지 않는다.

필자가 플레이한 게임 중 가장 행복(?)했던 어드벤처 게임은 일전에 리뷰한 어라이즈심플스토리다. 힐링게임이었지만, 적당한 퍼즐 난이도에 환상적이고 따뜻한 그래픽, 조작할 맛이 나는 캐릭터와 퍼즐로 전투가 없으면 지루할 거라는 어드벤처에 대한 필자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은 게임이었다. 오늘 리뷰할 아리와 사계절의 비밀 역시 어드베처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필자는 처음에 제목과 게임 설명만 들었을 때는 어라이즈심플스토리와 비슷한 힐링게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픽도 친근한 카툰 그래픽이라 이런 의심(?)은 더해만 갔다. 그런데, 정작 게임을 플레이해 보니, 필자가 상상하던 게임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게임이었다. 애매모호하다는 말이 정확히 어울리는 아리와 사계절의 비밀 리뷰. 지금 시작해 보도록 하겠다. 출시일은 92일이고, 스팀과 PS4, 닌텐도 스위치에서 36,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진중한 스토리와 병맛 캐릭의 차이가 주는 흥미

어드벤처 게임이 항상 그렇듯이 이 게임 역시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는 것으로 스토리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겨울 수호자의 딸로 엉망이 되어버린 4계절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그래픽만 보면 굉장히 유치하고 개연성 없는 스토리가 연상되지만, 의외로 꽤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독특한 설정을 지니고 있다.

발디 대륙은 4계절을 지니고 있는 지역이 각각 구분되어 있으며 이들 지역에는 각 계절을 수호하는 수호자가 한 명씩 존재한다. 수호자들은 계절의 구를 통해 힘을 발현하며 각 지역을 지키고 있다.는 설정이다. 주인공 아리엘은 겨울 수호자의 딸로 오빠이자 수제자인 플른을 잃어 상심에 빠진 아버지 대신 뒤죽박죽이 된 계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한 스토리지만 그 안에는 호기심을 유발할 만한, 그리고 이런 저런 복선이 숨겨져 있어 나름 흥미진진하다. 플른은 왜 실종되었을까. 플른의 검을 하이에나가 가지고 있던 이유는? 크로커스 왕자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모든 스토리상 내용들이 그래픽과는 어울리지 않게 조금 무거운 느낌도 있었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아주 병맛스러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엄숙할 것으로 예상한 사계절 회의는 술판, 춤판이었고, 강인하고 진중할 줄 알았던 수호자들은 하나같이 병맛스러웠다. 여기서 정상인은 오직 하나, 주인공인 아리엘뿐. B급 감성을 듬뿍 담고 있는 캐릭터들 덕분에 스토리를 보는 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오픈월드 어드벤처. 나름 괜찮은데?

서두에 젤다의 전설을 이야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와 사계절의 비밀은 어드벤처 게임으로는 드물게 오픈월드를 지향하고 있다. 주요 퀘스트가 어디로 가라 라는 식으로 지역을 특정해주고 있긴 하지만 그 지역까지 가는 건 전형적인 오픈월드 시스템의 그것이다. 오픈월드다 보니 지역을 돌아다니다 만나는 사람에게 퀘스트를 받기도 하고, 여기저기 숨겨진 오브젝트들을 먹어 비밀을 해금하기도 한다.

어드벤처의 주요 콘텐츠 중 하나인 퍼즐은 게임 제목답게 계절로 해결한다. 아리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의 구를 하나씩 얻게 되는데, 이를 이용해 퍼즐을 풀게 된다. 예를 들어 겨울의 구를 사용하면 밟고 올라설 수 있는 얼음이 생성되고, 여름으로 바꾸면 장애물이 되는 눈더미가 사라지는 식이다. 평상시에는 아리엘 주변의 작은 지역에만 계절의 힘이 발현되는데, 맵 곳곳에 있는 특정한 원형의 구를 사용하면 계절의 힘이 멀리까지 퍼져나간다. 퍼즐은 이를 이용하게 된다. 보스 전투 역시 이러한 계절의 힘을 이용한다. 굉장히 신선한 방식으로 필자는 이 방식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예를 들어 적 보스가 얼음 기술을 활용하면 여름의 구로 이 얼음을 무마시켜야 하고,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달라지는 보스의 패턴에 따라 계절의 구를 변경하며 싸우는 이 방식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보스전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주었다.

오픈월드에서는 다양한 퀘스트를 얻을 수 있다. 이른바 사이드 퀘스트인데, 그렇게 복잡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무슨 물건을 구해다 달라. 이런 식이라 어렵진 않다. 사이드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니, 내키는 이들만 수행하도록 하자. 이 게임에는 레벨업 개념이 없다. 대신 돈을 모아서 능력치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고, 스토리를 진행함에 따라 기술이랄 것도 없는 아주 작은 잔재주?들이 일부 등장한다.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돈에 여유가 있다면 주인공을 꾸며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계절별로 다른 복장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독특했다.

연출은 훌륭. 그래픽은 살짝 아쉽. 정성이 부족하다 정성이!

그래픽은 깔끔한 편이다. 카툰 그래픽이 다 그렇겠지만, 만화 캐릭터를 조종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어색하지 않고, 배경도 원색이 많이 들어가 아름다웠다. 계절이 주요 소재인만큼, 계절을 표현하는 요소에도 공을 들인 게 티가 났다. 얼음과 눈의 묘사, 뜨거운 바다를 상징하는 여름과 초록이 만개한 봄의 싱그러움. 모두 잘 구현해 내었다. 전투 연출 역시 탁월하다. 단순한 막기 동작역시 꽤 역동적이어서 막는 재미가 있고, 보스가 쏟아내는 기술도 화려하기 그지 없다. 상기한 대로 그래픽과 연출에서 많은 장점이 보이는 게임이지만, 필자는 플레이를 하는 와중에 한 번도 그래픽이 뛰어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왜일까?

아마 감탄할 만하면 한 번씩 튀어나오는 조잡한 그래픽 때문일 것이다. 일례로 주요 인물을 제외한 NPC들의 묘사가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퀘스트를 주는 이들 역시 레고 장난감모냥 모두 비슷한 모습에 입은 옷만 다른 수준이다. 피부색도 비슷하고, 눈은 다 멍텅구리 눈을 하고 있다. 주요인물들의 그래픽과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나서 안쓰러울 지경이다. 계절 표현도 좋다가 한 번씩 어그러진다. 초반에 등장하는 겨울을 예로 들어보자. 겨울을 상징하는 건 눈과 얼음이다. 그래서 겨울지역에 가면 눈이 내리는데, 이 눈이 자연스럽지 않을 때가 많다. 눈 입자가 보인다고 해야 할까. 너무 구체적이라 현실감이 없고, 너무 많은 눈으로 인해 프레임 드랍도 일부 일어나는 구간이 있다. 여름 역시 마찬가지. 사막과 같은 지형에 바다를 배경으로 여름지역이 형성되어 있는데, 물이 너무 투명하다. 바닥까지 그대로 투과되어 보여서 물인지, 언덕인지 모를 정도다. 전체적인 연출은 좋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이 너무 눈에 띄어서 좀 거슬렸다.

조작감 하나로 게임을 말아먹었다

조작감이 아주 개떡이다. 조작감 하나로 게임을 말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처음에는 스틱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캐릭터를 보면서 나쁘지 않은 조작감이라고 느꼈는데,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가자 이 생각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타격감이 거의 안 느껴진다. 허공에 칼질을 하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타격의 쾌감은 거의 없다. 반격 성공시에 나오는 BGM과 효과로 전투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려 한 것 같은데, 문제는 반격 타이밍이 애매하고, BGM이 나오는 타이밍 역시 애매하다는 점이다. 이미 막고 나서 BGM과 연출이 따라 나오는 느낌이랄까? 이 문제는 보스전에서 더욱 심각해진다.

첫 보스전은 땅을 치면 얼음 파동이 나오는 미노타우로스였는데, 패턴 자체가 어렵진 않았지만 피격과 타격 판정이 아주 애매해서 한참 고생했다. 분명 나는 얼음을 피했는데, 데미지가 들어오고. 충분한 거리를 두고 칼질을 했는데, 거리가 안 맞는다고 타격 판정이 안 난다. 패턴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단순히 판정이 거지 같아서 얻어맞는데, 이게 아주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퍼즐에서도 마찬가지다. 점프를 해서 가장자리에 걸쳤는데, 못 잡고 떨어지는 일이 수두룩 해서 패드를 집어던질 뻔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신선한 소재로 다양한 시도. 조작감만 괜찮았으면 괜찮았을 것을

아리와 사계절의 비밀은 신선한 소재로 다양한 시도를 한 게임임은 분명하다. 그래픽도 괜찮고, 연출도 나쁘지 않다. 조작감과 천편일률적인 NPC들만 개선이 되면 제법 할 만한 게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반대로 말하면 이 부분들 때문에 하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4만원에 가까운 돈을 주고 플레이하기에는 전체적인 완성도가 조금 떨어져 보인다. 좋은 소재를 이렇게 써먹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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