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와 공포가 뒤섞인 난해함. PC '컨트롤 얼티밋 에디션' 리뷰

  • 입력 2020.09.03 15:27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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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설명해주지 않는 게임이 있다. 의도적으로 스토리를 드러내지 않고, 게이머들이 자유롭게 유추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게이머들은 커뮤니티에서 각자가 해석한 내용을 공유하며, 이 불친절한 게임의 세계관을 차근차근 정리해나가는 데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게이머들이 내놓은 다양한 의견에 개발사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입장을 고집한다.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들을 해본 게이머라면 아마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다. 크게 보면 '나쁜 놈들 때려잡는 용사의 모험' '병에 걸린 야수들을 때려잡는 의사의 이야기'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게임 중간 등장하는 아이템과 주변의 단서들로 그 세계를 더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이와는 조금 결이 다른 방식도 있다. 처음부터 복잡하고 난해한 흐름으로 플레이어를 괴롭히기도 한다. 이쪽은 '이게 아닐까?' 의 유추가 아니라 '이게 도대체 뭔소리야?' 라는 느낌을 준다. 친절과 불친절을 떠나서 '이거 내가 제대로 하는 게 맞나?'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 

 

이쪽은 개발사 '레메디 엔터테인먼트'의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엘런 웨이크'나 '퀀텀 브레이크'를 해본 게이머들이라면 알 것이다. 난해한 이야기의 단서를 모으고, 유추하며 정리하는 과정을 즐기는 게이머에게 나름 좋은 평을 받은 게임이다. 하지만, 나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왔다 갔다'를 많이 하는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지루하고 기분만 나쁜 게임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장르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뉜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 '컨트롤'은 내 취향과 전혀 반대편에 있는 게임이다. 스토리에 대한 설명 없이 플레이어를 기괴하고, 복잡한 게임 속 세상에 던져버린다. 게임은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물음이 끊임없이 따라붙지만, 어떤 것도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답답한 느낌을 주는 것도 모자랐는지, 기괴한 분위기로 불편함을 자극한다.

 

과연 '레메디'의 신작은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감춰 왔는지, 뭘 보여주고 싶은지, 어떤 경험을 게이머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우선 '컨트롤'이 보여주는 확실한 색깔이자 개발사의 아이덴티티. 복잡하고 불친절한 서사 구조부터 풀어볼까 한다.

게임에서 '통제'라는 단어가 붙는 경우엔 대부분 '힘'과 관련되어 있다. 현재의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이나, 외계 기술, 혹은 전혀 다른 세계의 능력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으며, 좋은 일에 쓰고자 한다. 하지만 그 힘은 주인공을 잠식하거나, 의도치 않게 사람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래서 통제가 필요하다. 

 

게임 타이틀이 이미 '컨트롤'인 만큼 이 내용을 크게 벗어나진 않는 것 같다. 시작부터 등장하는 '연방 통제국'이라는 기관이 등장하는데, 아마 '초자연적인 힘' 그러니까 '초능력'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곳 같다. 주인공 '제시'는 이 통제국의 직원인 것처럼 보이고, 이곳은 이미 어떤 사건이 휘몰아친 것처럼 느껴진다. 

 

건물에는 사람의 흔적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청소부 '아티'를 만난다. 이 게임이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여기에서 짐작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뭔가 알아듣지 못할 대화를 주고받고 '이게 뭔소리야?'라는 의문만 남게 된다. 이 느낌은 게임의 후반부까지 이어진다. 조금만 더 이 건물을 돌아다니다 보면, 국장실을 찾을 수 있고, 그곳에서는 자살한 국장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어딘가 어색해 보이지만, 주인공 '제시'는 신임 국장이 된다. 이 과정 역시 일상적이거나 상식적인 방법으로 설명되진 않는다. '위원회' 'AWE' '서비스웨폰' 등 쉽게 이해하지 못할 단어들을 쏟아내며 플레이어를 당황스럽게 한다. '튜토리얼'이라는 과정으로 포장된 전개에 휘말려 등 떠밀리듯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초반의 내용만 간략히 요약해보자면 '컨트롤'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게임이다. 현재 '통제국'은 '히스'라는 어떤 존재 혹은 물질에 의해 대부분의 사람이 감염되어 있다. 그 와중에 몇몇 생존자와 '포프'라는 조력자를 만나게 되고, 주인공 '제시'는 각각의 구역을 정화하면서, 본격적인 실체에 접근한다는 내용이다.

비어있는 스토리를 채우고, 불친절한 서사구조를 풀어내기 위해 '컨트롤'이 선택한 방법은 컷신의 연출과 오브젝트의 텍스트다. 특히 게임 도중에 등장하는 컷신의 연출은 공포, 스릴러 영화와 같은 느낌이 든다. 게이머의 신경을 계속 긁어대면서 불안함을 자극하고, 긴장감을 유지한다.

 

중간중간 발견할 수 있는 오브젝트는 가끔 배우들이 연기한 것 같은 영상을 감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빽빽하게 채워진 텍스트들이다. 스토리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은 여기에 있다. 모두 중요한 아이템은 아니다. 단지 게임의 분위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잡템'들도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게임의 템포는 당연히 느릴 수밖에 없고, 게이머 입장에서 이 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지루함만 느끼게 된다. 결국, '컨트롤'은 이 서사 과정을 받아들이는 게이머의 취향에 따라 게임의 재미도 달라질 것이다. 인물 간의 관계 유추, 이야기의 이해와 분석, 그리고 단서들의 정리과정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계속 언급했던 대로 '이게 뭐 하는 거지?'라는 물음만 남게 된다. 모든 실마리가 풀릴 마지막까지 버텨낼 자신이 없는 게이머라면 플레이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게임의 배경이자 기틀이 될 정도로 중요한 '스토리'를 걷어내고도 게임이 성공한 원인은 그만큼 확실한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울류' 라고 부르는 게임을 떠올려보면 스토리의 빈자리를 압도적인 '액션'이 메꾼다. 적과의 전투가 재미있으니, 스토리의 비중이 적어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것.

 

'컨트롤'은 일단 기본적으로 3인칭 슈팅 게임이다. 등장하는 적을 향해 총을 쏘거나 비슷한 어떤 형태의 공격을 하는 과정이 계속된다. 하지만 다른 'TPS'와 비교했을 때 '뭔가 확실히 앞서는 것이 있나?'라는 물음엔 쉽게 대답하기가 어렵다. 액션의 맛이나 독특한 형태의 전투방식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밋밋함만 느껴졌다.

 

우선 전투의 기본은 '권총'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형태의 이 '서비스 웨폰'은 장전이 아닌 '충전'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는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로 변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컨트롤'이 중점을 둔 액션은 '초능력'이다.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당겨오는 그 '염력'이 전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캐릭터 성장은 자원을 모으고, 이를 활용해 캐릭터의 스텟과 무기를 업그레이드한다. 기본적인 육성 방식이다. 업그레이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무기 모드'는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무기의 스탯과 관련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고, '개인 모드'에서는 체력과 에너지 등 주로 염력과 관련된 내용을 개방할 수 있다.

 

자원을 통한 업그레이드가 있다는 것은 '파밍'이라는 요소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컨트롤' 역시 메인 퀘스트를 기반으로, 서브 퀘스트 개념의 임무를 달성하면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쉬워 보이긴 하지만, 업그레이드에 투자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또 게임 중에 사망하게 되면 보유한 자원의 10%를 잃는 페널티도 있다.

 

파밍을 위해서는 부지런히 맵 이곳저곳을 뛰어다녀야 한다. 게임 초반부에는 들어갈 수 없었던 구역을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컨트롤'이 제공하는 '미니맵'의 복잡함이다. 지하부터 각 층을 나누지 않고 하나로 통일시킨 것이 문제다. 지도상에는 뚫려있는 것처럼 보여서 가봤다가 막혀있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구역이 막혀있는지에 대한 표시도 없다. 스토리의 불편함으로는 모자랐던 모양이다.

고기도 자주 먹어야 맛을 알고, 명작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컨트롤'이 이런 유형의 게임이다. 지금까지 개발사 '레메디'의 게임들을 흥미롭게 플레이했다면 이번 '컨트롤' 역시 신선한 경험이 되겠지만, 불친절함과 모호함에 익숙하지 않다면 난해함에 허우적대다가 금방 관두게 될 것이다.

 

'컨트롤'은 대중적인 인기나 성공을 목적으로 한 게임이 아니다. 그동안 개발사가 보여왔던 모습, 추구했던 그 게임의 가치를 그대로 계승하면서 더 다듬어낸 게임이다. 상업성보다는 예술성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만큼, 이를 즐기고자 하는 게이머들 역시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게 무슨 소리야?' 에서 '아 이런 뜻이었구나'의 과정이 쉽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복잡한 퍼즐을 맞추듯 차근차근 조각을 맞추다 보면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작도 어렵고 과정도 길고 지루한 게임이지만, 그 모호함과 지루함 뒤에 밀려오는 선물은 그리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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