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히어로즈워 : 카운터어택 리뷰

  • 입력 2020.08.18 13:24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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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대란 시대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모바일 게임이 출시되어서 도무지 뭘 플레이해야 할지 모를 정도. 과거에는 특정 장르에서만 모바일 게임이 출시되었지만, 이제는 전략, 슈팅, RPG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출시되어 게이머들을 유혹하고 있다. 게이머들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좋긴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너무 많은 게임들로 인해서 선택장애가 일어날 수도 있고, 그럴 듯한 광고 때문에 제대로 된 게임을 찾아내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게임 산업이 발달하면서 단순히 잠깐 반짝 돈만 벌기를 원하는 단타형 게임들이 엄청 성행했고, 이에 따라 광고와 연출만 그럴듯한 양산형 게임들이 많아졌다. 자극적인 일러스트, 인트로 영상만 잘 뽑은 게임으로 다운로드와 과금을 유도하는 것이다. 광고도 무지막지하게 때려대서 광고를 이렇게 할 정도니까 제법 만들었겠지.’ 하는 군중심리까지 만들어버린다. 이런 양산형 게임들에 몇 번 크게 데이고 난 게이머들은 모바일 게임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고, 막상 해보려 해도 어떤 게임을 해야 할지 피로감부터 느낀다. 말 그대로 제대로 된 즐길법한 모바일 게임을 만나기가 어려운 것이다.

지금까지 필자가 즐긴 모바일 게임 중에 게임성과 그래픽, 연출 등이 괜찮았던 게임은 정말 손에 꼽는다. 일전에 리뷰한 로드 오브 히어로즈를 비롯해서 브라운 더스트, 초기의 킹스 레이드(지금은 거의 과금 괴물로 알려졌지만 초기에는 괜찮았다) 등이다. 이 외에도 즐기기 좋은 게임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애초에 모바일 게임을 그리 즐기지 않는 필자는 이 게임들 외에는 제대로 된 모바일 RPG 게임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813. 새롭게 즐길만한 모바일 RPG 게임이 출시되었다고 해서 즐겨보았다. 히어로즈 워 : 카운터어택(이하 히어로즈 워)이다. 필자가 처음 이 게임을 알았을 때 놀란 건 다름아닌 개발사다.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컴투스였다. 연식이 좀 있는 이들은 2G폰 시절의 미니게임천국을 기억할 것이다. 2000년도부터 미니게임천국 시리즈, 서머너즈 워 등 굵직굵직한 게임을 출시하며 게임계의 조상님으로 불리는 컴투스가 런칭한 이번 게임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하나씩 알아보자.

스토리 진행에 세계관을 녹여냈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인데, 작금의 모바일 게임 대란에서 양산형 RPG를 거르는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스토리가 탄탄하고 개연성 있는가를 살펴보는 거다. 대다수의 양산형 RPG들은 스토리라고 할 만한 게 없다. 그냥 주인공이 등장해서 마구잡이로 때려부수며 등장인물들간의 관계나 특색, 개연성도 완전히 무시하는 스토리라 1장만 플레이해도 대충 감이 온다. 그런 면에서 히어로즈 워는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 하다.

인류의 1/3이 죽거나 괴물로 변해버린 시대에 모종의 이유로 신체의 일부가 변해버린 돌연변이 하츠와 살아남은 인류의 모임, 연합 간에 벌어지는 대립과 충돌을 이야기하고 있다. 메인 주인공은 하츠 쪽에서는 인트로에서 구해지는 변형 인간, 에이미를 비롯한 아슬란 용병단이고, 연합에서는 트레버와 이브린으로 대표되는 펜리르 용병단이다. 같은 시기에 벌어지는 이 두 용병단을 모두 플레이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세계관의 배경지식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실하긴 하지만 자세한 건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오히려 세계관의 작은 특이점 하나하나까지 설명하려 노력하는 것보다는 히어로즈 워처럼 굵직굵직한 스토리 가운데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로 세계관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훨씬 몰입이 쉽고 자연스럽다. 인물들 각각의 개성도 독특하고 매 챕터마다 간단하게 등장하는 대화씬도 부담스럽지 않도록 적절한 양과 내용을 담고 있다. 스토리 이해 부분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영웅은 직접 골라서. 스킬 카드는 확률로

브라운 더스트를 비롯, 간간이 등장하는 영웅 수집형 RPG의 전형이다. 특정 방법을 통해 영웅을 얻고, 이 영웅을 이용해서 시나리오를 밀거나, 던전을 돌며 장비, 스킬 등을 맞추는 식이다. 전체적인 틀에서는 별로 다르다고 할 만한 게 없는 시스템인데,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독특한 시스템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건 영웅 획득 방식. 대부분의 영웅 수집형 RPG는 영웅을 확률로 드랍시킨다. 그래서 5만원을 지르고도 좋은 영웅을 못 얻는 이들이 있는 반면, 만원으로 최상급 영웅을 얻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히어로즈 워는 영웅을 얻는데 이런 확률 싸움을 써먹지 않는다. 영웅을 얻으려면 이벤트에서 주는 영웅 선택권이나 다이아를 써야만 한다. 게이머가 원하는 영웅을 온전히 얻을 수 있는 건 좋지만, 반대로 다이아를 비롯한 재화가 없다면 좋은 영웅은 끝까지 얻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소위 말하는 대박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

히어로즈 워는 대박의 묘미를 스킬카드에 구현했다. 스킬카드는 각 캐릭터의 스킬을 강화시키는 카드로 뽑기와 이벤트로 얻을 수 있다. 스킬카드를 알맞은 영웅에게 장착시켜주면 그 영웅의 스킬이 강력해지는 식. 스킬카드는 강화와 승급이 모두 가능해서 한 번 좋은 스킬 카드를 얻게 되면 계속해서 육성해 나갈 수 있다. 쉽게 말해 캐릭터 자체는 다이아를 사용해서 뽑고, 이 캐릭터를 육성하는 카드는 뽑기로 얻는다는 뜻. 당연히 카드만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서 뽑히는 카드에 따라 키울 캐릭터를 결정하기도 한다. 매우 특색있는 시스템이지만, 처음에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아서 필자는 그 귀한 SSR 스킬카드 선택권을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영웅 선택권인줄 알고 마음에 드는 영웅을 선택해 버린 것. 스킬카드만 있고, 영웅은 없어서 그 SSR 스킬카드는 필자의 가방 안에서 고스란히 썩어가고 있다.

1인칭 액션과 전략의 조합

전투 역시 전체적으로 일반적인 영웅 수집형 RPG를 닮아 있는데, 세부적으로는 독특하다. 아마 이 게임의 특징인 듯 하다. 마치 다 똑같은 바다에서 꼬리만 조금 다른 고래를 기르는 기분? 어디서 본 듯한데 또 조금은 독특한 부분이 있어서 새롭다. 새로움과 익숙함을 아주 잘 조화시킨 것 같다.

전투는 최대 5명의 캐릭터를 조종한다. 보통은 캐릭터마다 3~4가지 스킬만 쓰게 되는데, 히어로즈 워 역시 비슷하다. 하나의 캐릭터는 3개의 기본스킬과 궁극기라고 해도 좋을 분노스킬이 있다. 캐릭터마다, 역할마다 다른 스킬들이 있고, 범위스킬, 대인스킬 등으로 나뉘기 때문에 조합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턴제 전투는 맞는데, 이동은 또 1인칭 액션 형식으로 이뤄진다. 스킬의 판정이 꽤 미세해서 범위에 들어가지 않으면 데미지를 줄 수 없으니, 자주 이동하며 플레이해야 한다. 궁극기는 자신의 턴에서만 쓸 수 있는 게 아니고, 언제든 쓸 수 있어서 마무리용으로 자주 쓰인다.

전투 연출은 꽤 훌륭하다. 궁극기를 쓸 때마다 등장하는 컷신도 화려한 편이고, 일반스킬의 효과 역시 눈을 즐겁게 한다. 뭐랄까. 때리는 맛이 있다고 해야 하나. 타격감이 상당히 좋아서 전투가 지루하지 않았다. 게임의 이름이 카운터어택이 된 이유에 대해 제작사에서는 궁극기 개념인 분노 스킬을 아무 때나 쓸 수 있기 때문에 상대의 턴이 시작하기 전, 카운터 개념으로 쓸 수 있다고 하는데, 이건 좀 비약인 것 같다. 그냥 제목에 끼워맞춘 설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투 자체는 꽤 재미있다.

조금만 더 과감했으면

보스전도 있고, 장비를 파밍하는 던전도 있다. 있을 법(?)한 요소는 다 갖추고 있고 전투 연출도 화려하며 스토리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뭔가 색다른 구석, 즐길만한 게 있는데, 이 재미들이 다른 여타 게임을 압도할 만큼 특출나지도 않고, 눈에 확 들어오지도 않는다. 개발사가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데, 너무 그 경계에서만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다. 분명 어디서 본 시스템이고,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전투 시스템인데, 재미는 있다. 퀄리티도 좋고, 이전 게임에서는 보지 못한 새로운 요소도 있고. 그런데 딱 거기까지. 변화를 주려면 조금 더 과감하게 하지. 너무 위축됐던 게 아닐까.

인트로 동영상이 너무 잘 뽑힌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랄 수 있겠다. 인트로 영상이 마치 영화처럼 아주 퀄리티 높게 뽑혔다. 풀 보이스에 전투 연출은 어지간한 영화 저리가라 정도다. 이런 인트로가 있으니, 상대적으로 본 게임의 전투가 조금은 시시(?)하게 보일 수도 있다.

컴투스의 이름값은 했다. 즐길법한 수작, 영웅 수집 게임

앞에서 단점을 언급하긴 했지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 개인적인 아쉬움 정도? 히어로즈 워는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만한 게임이다. 필자 역시 오랜만에 모바일 게임을 꽤 몰입감 있게 즐기고 있다. 영응의 종류도 많고 이미 마련된 콘텐츠도 많아서 볼륨도 상당하다. 새로운 영웅 수집형 RPG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플레이해 보길 바란다. 취향을 타긴 하겠지만, 적어도 시간 낭비했다는 소리는 안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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