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돌아가라, 모바일 '엘크리티 사가' 리뷰

  • 입력 2020.08.13 20:06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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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개발이 연기되거나 정식 출시일이 미뤄지는 일은 게임판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특정 게임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게이머들은 큰 실망을 할 수밖에 없고, 몇몇은 짜증과 함께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마 대부분의 게이머는 '늦어도 좋으니 제대로만 나와줘'를 바랄 것이다. '속도'보다는 '완성도'를 바라는 것이 게이머들의 마음이다. 당연히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게임 개발사들은 '연기'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책임을 보여줘야 한다. 

 

게임의 출시가 미뤄지는 것은 '늦어져서 미안해. 우리가 진짜 제대로 보답할게'와 같은 일종의 약속이 포함되어있다. 이 약속을 제대로 지켜준다면 아무 일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변수는 존재하는 법. 게임 서비스 오픈 당일 서버가 터진다거나, 게임의 실행이 안 되는 문제는 아마 대부분의 게이머가 경험해봤을 것이다.

 

오랫동안 기다린 팬으로서는 배신감을 느낀다. 트레일러로 뽕을 잔뜩 넣어 놓고, 유명 성우의 영상에 광고 다 뿌려놨는데 막상 출시 당일 게임의 실행이 안 된다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이 게임 뭐야? 오늘 나온다더니만 하나도 준비를 하나도 안 했네!' 정말로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온 개발사 입장에서는 야속하게 들릴 것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부정당하는 느낌. 예상에 없던 오류와 이슈로 게이머들에게 질타를 받는 것을 감당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이런 '약속 파기'에 굉장히 냉정하다. 

시작부터 게이머들에게 실망감을 한 바가지 뿌리며,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임이 있다. '엘크리티 사가'라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정식 출시일이 8월 6일이었지만, 온종일 출시 지연만 계속되다가 결국, 8월 7일이 다 돼서야 오픈됐다. 그것도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가 아닌 '원 스토어'에서만 제한적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다. '원 스토어'에 게임 출시 이후 아직도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등록되지 않은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그래도 주말엔 구글에 등록되겠지. 월요일엔 열리겠지'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게임을 찾을 순 없었다. 하염없이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평생 써본 적도 없는 '원 스토어'에서 '엘크리티 사가'를 뒤늦게 다운받아 플레이해봤다. 이번 리뷰는 '엘크리티 사가'가 아직 준비가 덜 된 게임이고, 보여주지 못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시작한다. 출시 지연, 인 게임 오류와 버그, 잦은 점검은 잠시 미뤄두고 일단은 이 게임이 어떤 것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자.

'엘크리티 사가'의 스토리는 신들의 갈등에서부터 시작한다. 태초에 여신 '엘피드'는 '엘크리티 대륙'과 '엘림'이라는 존재를 만든다. 하지만 '엘림'은 자만과 나태에 빠지게 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열 명의 신관과 하늘정원을 배치한다.

 

신관 중 한 명인 '레라리엘'은 우연히 하늘정원의 금지된 구역에서 순수한 마력의 결정체인 '제르'의 힘을 발견하게 된고, 이 힘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후 '레라리엘'은 불완전한 생명체인 '레프라'를 만들고 '제르'의 힘을 차지하기 위해 나머지 아홉 신관을 공격한다. 

 

결국 끝없이 이어진 신관들과 '레프라'의 전쟁 중에 하늘정원의 동력원인 '제르'가 오염되고, 폭주하게 된다. 결국 전쟁을 이어가던 신관들과 레프라는 모두사라지게 된다. 이후 수쳔 년의 시간이 흘러 대륙에 남은 생명체들은 각자의 세력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이제 잊혔던 강력한 힘 '제르'의 파편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엘크리티 사가'에는 네 가지의 종족이 등장하고,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 각각의 챕터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다르고, 엮여있는 이야기도 다양하다. 게임 로딩 구간에서는 스토리와 종족에 대한 짤막한 설명이 적혀있기 때문에 초반 스토리의 이해가 어렵지 않다.

'엘크리티 사가'가 내세운 것은 '스킬'과 'SRPG'다. 이 말을 자세히 풀어보자면 '뉴트로' 감성을 실었다는 뜻이다. SPRG는 사실 90년대의 도트 그래픽을 바탕으로 한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장르다. 아직도 골수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장르지만, 국내에서는 모바일 SPRG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얼마전 '삼국지 조조전'이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이제 턴제 SRPG는 몇 개 남지 않았구나. 살아남기 어렵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런 와중에 SRPG, 그것도 국산 신작이 출시된다는 건 내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의 SRPG의 경우엔 '속도'나 '행동력' 같은 수치를 통해 자신의 턴을 조금 더 빠르게 가져가고, 이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게임들도 있다. 하지만 '엘크리티 사가'는 고전의 방식 '너 한번, 나 한번. 근데 반격은 할 수 있어'를 선택했다. 강력한 케릭터에게 턴을 몰아주거나, 특정 광역 스킬 하나로 플레이하는 방식보다 정확한 이동과 스킬 계산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

 

평타 공격 시에는 화면이 전환되고, 따로 1:1 전투가 진행된다. 아마 고전 SRPG '삼국지 영걸전'을 해봤다면 어떤 방식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공격 시에는 일정 확률로 반격을 받는다. 수비 시에도 이 반격만 잘 사용한다면, 쉽게 전투를 풀어나갈 수 있다. '스킬 맛집'이라는 표현처럼 '엘크리티 사가' 전투의 핵심 재미는 '스킬'이다. 특히 광역 스킬은 캐릭터마다 범위도 다양하게 설정되었고, 특수한 애니메이션도 감상할 수 있다. 

등장하는 종족은 총 인간, 수인, 벰파이어, 엘프, 다크엘프 5종이다. 각각의 종족은 입히는 피해와 받는 피해가 서로 상성으로 물려있다. 영웅 등급은 노말, 레어, 유니크의 등급으로 나뉘고, 같은 캐릭터라도 등급이 다르다면 동시에 편성할 수 있다. 유니크 캐릭터만 사용하게 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 처음에 얻는 보상만 잘 활용한다면 유니크 캐릭터로 편성된 팀을 쉽게 맞출 수 있다. 

 

착용할 수 있는 장비는 종족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장비는 스토리 진행과, 프리 시나리오의 자동 전투를 이용하면 얻을 수 있지만, '쓸만한 장비'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소환'이 필요하다. 주요 과금 요소는 영웅과 장비 소환이고, 영웅 소환에서 얻는 '조각'으로 '잠재력'을 해방할 수 있다. '잠재력'을 해방하면 보유 영웅의 스킬 랭크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조각'만 충분하다면 한가지 스킬만 강화할 수도 있고, 세 가지 스킬을 골고루 강화할 수도 있다. 어떤 형태의 캐릭터로 팀을 편성했는지, 그리고 어떤 역할의 캐릭터인지를 확인한 후 플레이어의 성향에 맞춰 육성하는 재미를 담았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의 조각을 모으는 데에는 '지갑의 힘'이 필요하다. 

'엘크리티 사가'는 고전의 감성인 SRPG에 '수집형'이라는 모바일 게임의 최신 트렌드를 담아냈다. 장르빨로 인한 장점이 확실히 보이는 게임이지만, '모바일 플랫폼'이 가지는 명확한 한계도 함께 가지고 있다. 솔직히 이 정도면 그렇게 나쁘게 평가할만한 게임은 아니다. '엘크리티 사가' 보다 더 악질적인 게임도 많고, 또 SRPG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게임도 종종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이머 입장에서는 '엘크리티 사가'라고 봐줄 순 없다. '국산 SRPG' 라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엘크리티 사가'가 대작의 후속작이거나 혹은 대형 개발사의 새로운 오리지널 IP인 것도 아니다. 냉정하게 따지자면, 아직 증명되지 않은 개발사의 신작이라는 뜻이다. 개발사 '에이엘 스튜디오'는 게이머들에게 이제 증명해야 하는 출발점에서 예기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게 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차라리 출시일을 조금 뒤로 미루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을 것 같다. 물론, 내부사정을 자세히 아는 입장이 아니기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다. 게이머의 입장에서 느끼기엔 '일단 급한 대로 내놓고 패치로 때우는가 보네'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개발사의 빠른 대처와 운영진의 피드백은 나쁘지 않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하다. 이미 한 번 떠난 게이머가 다시 '엘크리티 사가'를 찾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할만한 모바일 게임은 넘쳐나기 때문이다.

'차라리 우리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 완벽하게 해오겠다' 라는 약속과 함께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를 함께 오픈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유저가 '엘크리티 사가'를 플레이했을 것이다. 개발진들이 어떤 의도로 이 게임을 만들었는지는 충분히 알고 있다. 다만, 시작부터 이렇게 좋지 않은 출발 여론을 뒤집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데, 과연 이를 해낼지가 의문이다. 매끄럽지 못한 출발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리가 개선되고 있다'를 증명해야 한다. 게임 운영 과정에서 게이머들의 요구를 100% 만족시킬 순 없을 것이고, 앞으로 이와 비슷한 사례가 또 발생하게 된다면 '이 게임은 처음에도 그러더니 또 이러네'라는 말이 계속 따라붙을 것이 뻔하다. 

 

나 역시 플레이 도중에 진행이 되지 않은 버그를 겪었고, 몇 번 재설치했다. 리뷰에 있어서 플레이를 할 수 없다는 짜증보다 '개발사는 앞으로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이 먼저들었다. 아직 '원 스토어'밖에 열리지 않았는데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은 정말로 이 장르를 좋아하는 골수팬이거나, 국산 게임에 대한 기대를 한 사람들이다. 과연 '엘크리티 사가'는 어떤 방법으로 팬들의 마음을 계속 붙잡을지, '구글 플레이'와 '앱 스토어'에서 언제쯤 다운받을 수 있을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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