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후의 날? 바로 지금! PC '디스트로이 올 휴먼즈!' 리뷰

  • 입력 2020.08.05 18:44
  • 수정 2020.08.11 12:18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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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외계인을 그려내는 방법은 게임 자체의 역사만큼이나 방대하고 다양하다. 고전 '스페이스 인베이더' 부터 지금까지 '외계 행성' 이나 '외계 생명체와 그들의 문명'이라는 소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거의 모든 장르가 '외계인'을 다룬 적이 있고, '명작'이라 부르는 게임들도 잘 보면 '외계 존재' 하나씩이 꼭 묻어있다. 그만큼 게임에서 외계인이 등장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인간과 동등한 문명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들을 '적'으로 부르는 게임에서는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대신 '파괴'나 '공포' 같은 요소들을 섞어 무시무시한 존재로 꾸며낸다. 그 방법이 어찌 됐건 개인적으로 '지적 외계 생명체와 문명'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은 특히 게임 시장의 발전에 큰 영향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인간을 적으로 둔 외계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데드 스페이스'나 '둠'처럼 외계인을 썰고 터트리는 입장이 아니다. 이번엔 공수가 다르다. 외계인이 되어서 지구를 침략하는 게임. 바로 '디스트로이 올 휴먼즈!'다. 아마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게이머라면 'PS2 시절의 그 게임인가?' 라고 생각하는 예도 있을 것이다. 아마 게이머 대부분은 'H2'나 '세가' 'THQ 노르딕'이란 이름을 처음 듣는 경우가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과거의 명작을 현재의 감성과 새로운 기술에 맞춰 다듬어 오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 사실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 속에서도 이 게임은 너무 뻔하게 외계인을 그려냈었고, 또 가볍게 즐겼던 게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건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 과연 2020년에 지구를 찾아온 '디스트로이 올 휴먼즈'는 과거와 어떤 모습이 달라졌는지, 그리고 이번엔 어떻게 생긴 외계인이 찾아왔을지 그들이 타고 온 비행접시로 들어가 보자.

게임의 목적은 타이틀로 내세운 것처럼 단순하다. '모든 인간을 파괴하는 것!' 이다. 플레이어는 클론 외계인 '크립토 137'이 되어 지구를 침공하고, 인간들을 죽이게 된다. '크립토 137'은 각종 외계 기술과 초능력을 사용해 인간들의 뇌를 조종하고, 파괴한다. 염력, 펄스 광선, 외계 비행접시 등의 각종 무기로 지구인들을 터트리면서 DNA 연구 자료를 수집한다.

 

그렇다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지구를 침략해 인간들을 터트리는 것은 아니다. 외계인 '크립토 137'에게도 사연이 있다. 이들은 '퓨론'이라는 종족이다. '퓨론' 종족은 오래전 다른 외계 종족과의 전쟁으로 종말을 미리 깨닫게 된다. 제어받지 않은 원자 무기(사실상 핵무기)를 사용한 다른 종족과의 전쟁으로 인해 그들의 유전자가 변이됐고, 생식기가 완전히 없어져 번식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던 와중 오래전의 '퓨론' 함선이 지구를 발견하게 되고, 그때 인간을 발견한 외계인들은 '회포를 풀며' 자신들의 DNA를 인간 유전자 코드 깊숙한 곳에 심어둔다. 생식 기능을 잃은 '퓨론' 종족. 그들이 선택한 것은 '복제'였다. 하지만, 이 '복제'는 계속될수록 정보의 질이 저하되고, 예상할 수 없는 변수가 나타난다. 

 

'퓨론' 종족이 지구를 찾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게임은 먼저 출발한 '크립토 136'은 지구에 불시착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시작한다. 이제 플레이어는 이 비극의 다음 순번인 '크립토 137'이 되어 인간의 DNA에 남겨둔 고대의 유전자를 다시 찾아야 한다. 뭔가 그럴듯하게 꾸미긴 했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지구를 그냥 말 그대로 초토화, 박살 내는 것이다.

스토리나 플레이 방식만 보면 충분히 '그들의 유산을 되찾기 위한 무지막지한 침공'처럼 조금 무거운 느낌으로 그려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디스트로이 올 휴먼즈'는 '병맛' 혹은 '나사 하나 풀린' 색깔을 선택했다. '우리의 DNA와 종족의 원수를 위해'의 공포나 살육보다는 '하찮은 인간 죽어랏 얍!'의 SF 영화 '맨 인 블랙'이나 '화성침공'에서 그려낸 가벼움이 담겨있다.

 

게임의 배경은 1950년대의 미국이다. 게임에서는 '양키 센스'의 냄새가 물씬 난다. 아무리 '천조국'이라고는 하지만, 외계인의 입장에서 보는 지구의 인간들은 무능하고 멍청하다. 플레이어는 '대뇌피질 스캔'이라는 기술로 인간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데, 게임에 등장하는 인간은 대부분 탐욕이 많거나 별생각 없는 하찮은 존재로 그려낸다.

 

인간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도 실려있다. 정치가 어떤 식으로 사람들을 속이는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공산주의와 냉전으로 인한 과학 실험에 대한 풍자도 엿볼 수 있다. 최대한 가벼운 느낌의 '병맛'코드를 겉에 둘렀지만, 사실 그 풍자 이면에는 인간 사회에 대한 비난과 조롱도 조금 담겨있다.

'디스트로이 올 휴먼즈'의 이름값을 한다고 언급한 것처럼 사실 스토리나 개연성, 풍자 같은 것에 중점을 둔 게임은 아니다. 일단 'Destroy'가 들어간 만큼 때리고, 부시고, 터트리는 맛이 이 게임의 핵심이다. 플레이어는 각종 무기와 비행접시를 사용해서 인간들을 지옥으로 보내버린다. 

 

게임은 'GTA'를 조금 축소한 느낌이 든다. 일단 난장판을 저지르는 것은 비슷하다. 대신 그 정도가 지나치면 경찰, 군대, 비밀 요원들이 나타나서 플레이어를 잡기 위해 몰려든다. 무엇보다 일단 '외계인'이기 때문에 NPC들이 존재를 눈치채기만 해도 곳곳에선 총알이 날아온다. 대신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크립토 137'은 초능력을 사용하고 갖가지 무기들로 인간들을 상대할 수 있다.

인간들은 '크립토 137'을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다. 우선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크립토 137'은 '홀로밥' 능력을 사용하면 인간으로 변장할 수 있다. 인간으로 변장할 경우엔 경계 수준이 점점 낮아지고, 자유롭게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다. 특별한 임무에서는 경찰이나 군인으로 변장해서 제한된 구역을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홀로밥' 능력을 사용하는 도중 다른 인간에게 들키면 변장이 비활성화된다.

 

인간으로 변장할 경우엔 무기 대신 초능력을 사용한다. 인간의 뇌를 추출하는 '뇌 추출'은 머리를 터트리는 기술. 끔찍하긴 하지만, '혼란' '망각' '복종' 같은 기술을 사용하면 굳이 인간을 죽이지 않아도 된다. 어디까지나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때만 사용하는 능력들이다.

하지만 '크립토 137' 본체의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공포 그 자체가 된다. '따끔이' '분해 광선' '항문 프로브' '이온 기폭 장치' 등 이름만 들어도 무자비한 무기들이다. 결국, 인간들은 머리가 터지거나, 잿가루가 되거나 둘 중의 하나다. 이런 무기는 주변의 각종 사물을 변환시켜서 탄환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것도 귀찮다면 그냥 '염력'으로 마구 집어던져도 된다.

 

임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비행접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U.F.O'의 모습을 한 '비행접시'는 하늘 위에서 강력한 화력으로 자동차와 건물을 불태우고 날려버린다. 영화에서처럼 미사일이 다가오면 '격퇴기'를 활성화해서 격추할 수도 있고, 주변의 에너지를 흡수해 보호막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크립토 137'에 대항하는 인간들도 만만치 않다. 이미 외계인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는 '머제스틱' 요원들은 플레이어의 변장을 빠르게 간파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EMP 지뢰나 방어 포탑에서는 초능력이나 무기를 사용할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지구의 상징 '물'이다. '크립토 137'은 물에 닿으면 보호막이 빠르게 닳는다.

 

게임의 후반부에서는 인간들의 저항도 거세지고, 또 그들이 만든 '보스'와의 대결도 있기 때문에 업그레이드는 꼭 하는 것이 좋다. '크립토'와 '비행접시'는 모선의 실험실에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각 임무에서 얻는 DNA 포인트를 사용하면 보호막, 무기의 성능, 비행접시의 능력 등을 조금씩 개방할 수 있다. DNA 포인트는 각 임무에서 요구하는 과제를 달성하거나, 맵에 숨겨진 '퓨론 프로브'를 찾아서 모을 수 있다. 한번 클리어한 지역은 '아마겟돈' '납치' '경주' '광란' 같은 수집품과 도전과제가 조금씩 개방되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침공할 수 있다. 

게임에서는 인간의 머리가 터지고, 먼지가 되어 죽는 표현들이 매우 가볍게 표현된다. 크게 혐오스럽진 않지만 그렇다고 썩 유쾌한 것도 아니다. '디스트로이 올 휴먼즈'가 가장 '대중적인 외계인'의 모습을 잘 풀어낸 것은 좋지만, 게임 자체는 단조롭다. '3인칭 액션 슈팅 게임'의 조건은 갖췄지만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앞세울 만한 재미는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완성도 높게 잘 짜인 게임을 기대하는 게이머라면 실망할 부분이 많겠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하기엔 괜찮다. 게임의 컨셉이 '파괴'이다 보니 게임의 진행이나 다른 세밀한 부분들이 엉성하다. 하지만, '인간들을 모조리 부셔버리겠다!'에 '병맛코드'가 섞인 재미 하나 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큰 기대보다는 '외계 무기와 비행접시로 시원하게 미국을 뒤집어 보는 맛' 하나만 보고 플레이한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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