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바람직한 뉴트로 게임, 슬램덩크 리뷰

  • 입력 2020.08.03 10:42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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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1990년대 남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만화가 있다. 만화를 모르는 이도 주인공 이름인 강백호, 서태웅 이름은 안다는 슬램덩크다.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연재된 슬램덩크는 일본에서 판매량 1억부 이상을 달성하며 레전드 작품으로 등극했으며 한국과 대만, 태국, 중국, 홍콩 등 아시아에도 수출되어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농구 대잔치와 더불어 농구라는 종목 자체의 인기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컨텐츠였고, 급기야는 프로농구인 KBL을 출범시키기까지 했다.

사실 농구는 매력이 넘치는 스포츠이긴 하지만 슬램덩크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만화화되거나, 콘텐츠로 소비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일단 스포츠의 규칙 자체가 야구나 축구보다 훨씬 복잡하고, 작은 공간에서 몇 십점씩 점수가 날 정도로 흐름이 빠르기 때문에 대중들이 익숙해지기가 어렵다. 대중적인 인기가 축구나 야구에 비하면 한 수 뒤지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슬램덩크는 농구 선수 출신인 작가의 풍부한 경험과 농구 지식, 여기에 전형적인 청춘만화의 플롯을 가미해서 대중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농구라는 스포츠를 알려주었다. 농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해가 되고,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봐도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농구라는 스포츠를 아주 적절하게 콘텐츠에 녹여낸 최초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만화의 인기가 워낙 대단해서 당연히 애니메이션화도 진행되었고, 게임도 몇 개가 출시되었다. 애니메이션은 호평을 받았지만, 그동안 슬램덩크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들은 농구게임이라기보다는 초능력 게임, 이능력 배틀물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농구와는 관계가 없는 게임들이었다. 만화의 인기에 기대서, 혹은 캐릭터의 특성만을 부각시킨 게임들은 잠깐 즐길거리만 되었고, 오래가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729, 디엔에이에서 슬램덩크의 저작권을 적극 활용한 모바일 게임이 출시되었다. 지난해 12월에 중국에서 먼저 출시했으며 원작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검수까지 진행해 원작의 느낌을 재현한다고 한다. 모바일 슬램덩크가 원작의 감동을 얼마나 구현해 놨을지, 리뷰를 통해 만나보자.

애니메이션이 그대로

슬램덩크는 청춘만화를 표방하고 있다. 불량소년인 강백호가 농구를 통해 스포츠맨으로 거듭난다는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만남과 성장이 굉장히 사실적이고 교훈적으로 그려져 있다. 단순히 착하면 만사 오케. 악은 응징한다! 이런 식의 단순한 결과가 아니다. 각 캐릭터들은 다들 나름대로의 사정을 가지고 있고, 서로 경쟁하고, 도와가며 다들 조금씩 성장한다. 철저한 선인도, 철저한 악인도 없고 오직 매력적인 캐릭터들만 남아 있다.

만화의 스토리가 워낙 탄탄하고 호평을 받았기 때문일까. 게임 역시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간다. 아니, 따라가는 수준이 아니라 스토리 모드는 그냥 애니메이션의 일부 장면을 캡쳐하여 보여준다. 슬램덩크를 모르는 사람들은 원작의 감동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좋을 것이고, 슬램덩크 팬이라면 오랜만에 만나는 강백호와 서태웅의 모습을 반가워할 것이다. 다만, 등장인물의 대사를 넘기는 기능이 없어서 온전히 봐야한다는 게 조금 불편했다. 스킵 기능이 있지만, 스킵을 누르면 장면 전체를 넘겨버린다. 필자가 원하는 건 대사를 조금 빨리 넘기는 정도였지만, 게임에서는 강백호의 대사가 끝나기 전에는 절대 장면이 바뀌지 않는다. 조금 지루해도 애니메이션을 끝까지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서 중간 중간 튜토리얼 식의 미니게임을 배치해 놨고, 애니메이션에서도 게이머가 조작할 수 있는 구간을 만들어놓긴 했지만, 정말 아주 단순한 슬라이스, 버튼 터치 정도라 큰 의미는 없다. 오히려 중간에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고, 약간 귀찮은 감도 있었다.

프리스타일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조작, 간단하지만 재밌다

게임은 크게 보면 스토리모드와 게임모드로 나뉘어 있다. 스토리모드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단순히 애니메이션을 보는 모드고, 실제로 우리가 플레이하게 되는 건 3355, 랭크전이다. 모든 모드에서는 게이머가 보유한 슬램덩크의 실제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주인공 팀인 북산과 라이벌인 능남의 선수들만 사용할 수 있지만, 이는 나중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프리스타일 농구게임의 포맷을 따르고 있다. 캐릭터들은 공격과 수비 시에 각각 3개의 기본 스킬을 구사할 수 있다. 공격할 때는 슛 하나, 스크린, 드리블 동작 하나씩이 주어지고, 수비시에는 블락, 마크 동작, 달리기 동작 하나가 주어진다. 모든 캐릭터가 동일한 건 아니고, 캐릭터마다 원작의 스킬이 구현되어 있다. 강백호는 마크 동작이 훅훅 디펜스고, 채치수는 블로킹이 파리채 블로킹인 식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필살기 게이지가 채워지고, 모두 차면 각 캐릭터를 상징하는 궁극기도 쓸 수 있다. 궁극기는 어지간하면 한 골이지만 게임에서 한 번 정도밖에 쓰질 못해서 밸런스는 나름 적절하다. 캐릭터의 특성도 게임에 잘 녹여낸 듯해서 흥미로웠다.

게임은 전혀 어렵지 않다. 농구를 모르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버튼도 간단하고, 조작감도 나쁘지 않다. 포지션이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굳이 포지션 비율을 맞춰야 하는 것도 아니다. 프리스타일 농구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 판만 플레이해봐도 대충 어떤 식으로 플레이해야 하는지를 알 것이고, 이 게임으로 농구게임을 처음 해 본 이들도 한 두판만 플레이해보면 뭘 해야 하는지 알 정도로 시스템 자체는 직관적이다. 문제는 게임 자체가 아니라 게임 밖, 로비에서 해야 할 것들에 대한 불친절이다.

보상은 많은데, 쓰질 못하네

슬램덩크 모바일은 오픈 이벤트부터 시작해서 뭘 많이 주고 있다. 처음 들어가서 플레이 몇 번 하고 나면 보상획득 버튼만 몇 번을 눌러야 할 정도. 그런데 이렇게 얻은 아이템을 도무지 어디에 써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이름도 비슷해서 더 헷갈린다. 스포츠 음료, 평가 진급 카드, 스킬 훈련 카드, 특훈 카드, 경험 카드. 용도를 알기 힘든 보상들이 쏟아진다. 물론 가방에서 찬찬히 아이템 설명을 들으면 대충 어디에 쓰는 건지는 알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내가 원하는 정보는 안 나온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오픈 이벤트로 북산의 주전멤버 다섯을 모드 일주일동안 플레이해봤다. 그리고 그 중 송태섭이 괜찮아 보여 송태섭 캐릭터를 영구적으로 얻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방법을 찾아봤는데, 나오는 건 오직 송태섭을 강화시킬 수 있는 재료 뿐, 송태섭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현질 외에는 나오지 않았다. 엄청나게 많은 보상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을 적절히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꼈다.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장치들

음악을 이야기 안할 수가 없다. 슬램덩크를 10번 넘게 정주행한 입장에서, 배경음악은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들이었다. ‘Crazy for you’,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 ‘너와 함께라면등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에 쓰인 음악들이 BGM으로 계속 흘러나왔다. 나도 모르게 플레이하면서 배경음악을 따라 부르고 있었고, 로딩 시간도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대중적이고, 익숙한 멜로디의 OST를 가진 슬램덩크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개발사가 최근 불고 있는 뉴트로 열풍을 알고 출시 시기를 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슬램덩크 모바일은 음악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치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배경음은 계속 흘러나오지, 성우분들도 과거 강백호 성우를 그대로 쓴 듯 익숙한 목소리였다. 스토리 모드의 애니메이션 역시 마찬가지. 화질까지 당시의 느낌을 품고 있어 반가웠다. 필자가 가장 극찬하고 싶은 건, 댓글창이다. 스토리 모드에서 주요 명장면이 나오는 시점이면 어디서 퍼온 건지 모를 댓글들이 애니메이션 위로 쏟아졌다. 다른 사람들은 이 장면을 어떻게 보았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실시간 채팅처럼 쏟아지는 반응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친구와 애니메이션을 보던 옛날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필자는 다른 부분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슬램덩크 모바일이 바람직한 뉴트로 콘텐츠의 전형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슬램덩크를 알고, 그 시절의 강백호를 만나고 싶다면 한 번쯤 플레이해보길

개인적으로는 꽤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 옛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너무 많아서 추억을 회상하며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기도 하고, 플레이 역시 나름 캐주얼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슬램덩크를 아예 모르는 이라면 플레이하기가 버겁겠지만, 슬램덩크를 알고, 강백호의 이름을 들어봤다면 한 번쯤 플레이해볼 만하다. 다만 필자가 워낙 농구를 좋아해서 그 부분에 대한 가산점이 있을 수 있으니, 그 부분은 감안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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