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스 오브 제네시스,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국내 성우진의 활약
가디스 오브 제네시스,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국내 성우진의 활약
  • 진병훈
  • 승인 2020.07.24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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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스 오브 제네시스>는 평면적으로만 보면 성장과 수집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한 세계관은 사실상 체감하기 힘든 게임이다. 그야말로 장단점이 분명한 스타일로 모바일 게임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0 부담 애니메이션 RPG’금손의 즐거움을 느끼세요!’라는 카피 문구가 이 게임의 콘셉트를 분명히 말해 주고 있다.

이그드라실의 뿌리를 포함해 인간의 시체들까지 씹어 먹은 것으로 알려진 니드호그는 이 게임에서 아스가르드를 창조한 것과 더불어 인간과 마물의 피할 수 없는 대립을 초래한 악의 상징 정도로 각색했다. 확신할 수 없지만 니드호그는 흐레스벨그와 함께 라그나로크 이후 사라졌으며 둘 사이를 이간질한 다람쥐 라타토스크만이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수인 이그드라실을 놓고 대립했던 니드호그와 흐레스벨그는 우리 사회에 비유해 봤을 때 넓게 봐서는 갈등 관계로 볼 수 있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라타토스크는 균형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ZLONGAME 제작사는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메시아를 등장시키고, 여기에 고대 켈트의 신들이 요정으로 변했다는 디나 시까지 포함시켜 라타토스크의 역할을 크게 확대했다.

니드호그는 지금까지 다양한 게임에서 악의 상징으로 묘사됐다. 라이벌격으로 등장하는 흐레스벨그 역시 인간 시체를 경쟁적으로 씹어 먹었다고 전해지지만, 엄밀히 따지면 거인족인 요툰이라는 사실 때문에 대중 매체 사이에서는 많이 밀린 편이다. 한편에서는 독수리라는 설명과 함께 베드로폴니르라는 매가 눈썹 위에 살고 있다고 전한다.

이 게임 역시 니드호그를 조물주에서 멸망의 사신으로 격하하면서 메시아와 함께하는 인류와 대립각을 세웠다. 인간의 믿음을 기준으로 흥망성쇠가 이루어졌다는 태초의 설명은 역시나 기독교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작사가 북유럽 신화를 그럴듯하게 각색했다고 보기에는 선 듯 무리한 요소가 있어 보인다. 이 게임에는 동방견문록을 탄생시킨 마르코 폴로와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까지 출연한다. 사실상 네임벨류(name value)를 무분별하게 남발한 탓에 게임의 개성이나 신선도가 크게 하락한 편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꽤 당당하고 솔직한 측에 속한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장단점이 분명한 게임이다. 시작부터 북유럽 신화 속에 숨어 있는 의미는 논외로 해 버리고 성장과 수집을 노골적으로 홍보한다. 일일 출석 이벤트부터 시작해서 누적 레벨로 인한 보상도 많은 편이기 때문에 캐릭터 장비와 성장 부분을 정리하는 것만 해도 시간을 크게 할애한다. 이 게임이 가장 자신만만하게 내세우는 시스템이 바로 성장과 수집이었던 것이다.

다만 성장이 지나치게 쉽다 보니 전투에서 심심한 면도 적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SSR 등급의 릴리스가 홀로 적들을 모두 일망타진하는 수준이었다. 남자의 정기를 빨아먹었다는 릴리스는 아담과의 결혼에 실패해 이브를 유혹한 뱀이라는 설도 있지만, 이 게임에서는 귀여운 코스프레 캐릭터로 대체했다. 이 캐릭터를 중심으로 장비를 강화했더니 채찍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적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버렸다. 전투가 있을 때마다 내거는 보상 시스템, 예를 들어서 ‘3턴 안에 승리하라.’든가 보스부터 처리하라.’는 조건이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대부분은 릴리스가 선두에 서서 모두 처리해 버렸기 때문에 스킬 시스템만 제대로 이해하면 전투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이 게임 역시 리세마라(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리셋을 반복하는 행위)에 관심을 두는 게이머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이 게임은 소환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들을 전투에 참가시킬 수 있다. 타로 카드 1장당 1명의 캐릭터를 소환하는데 10장 연속으로 뽑으면 SSR 등급의 캐릭터를 소환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안내한다. 당연한 이치지만, 타로 카드를 보상으로 받는 경우가 극히 적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리세마라 쪽으로 기울어진 게이머들이 꽤 많은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SSR 등급의 릴리스 한 명을 소환한 이후부터는 SR 캐릭터까지만 소환되었던 탓인지, 높은 확률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이 게임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다름 아닌 국내 성우진의 활약이었다. ZLONGAME 제작사가 애니메이션 RPG’라고 자신 있게 내세운 이유가 있었다. 게임성이나 스토리와는 무관하게 국내 성우들의 연기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애니메이션계의 스타들로 알려진 성우들의 수준 높은 음색을 듣는 것만 해도 꽤 즐거운 편이다.

그런데 무슨 연유인지 3막에 접어들게 되면 성우들의 목소리를 더이상 들을 수가 없다. 성우들과의 단순한 계약 문제인지, 투자의 문제인지 알 수는 없으나 김새는 일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전투 중에 들리는 효과음이 들쑥날쑥하다는 점. 스킬 기술 도중에도 성우들의 당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지만, 시원한 타격음이 적절한 타이밍에 들리지 않아 꽤 심심한 편이다. 물론 전개 순서라는 것도 있었겠지만, 스토리 모드와 별개로 움직이는 용병 임무에서는 느닷없이 성우들의 목소리가 들려서 전반적으로 산만한 느낌도 지울 수가 없었다.

중간중간에 끼워넣은 미니 게임도 신선하다기보다는 흐름을 깨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1인칭 슈팅 게임(FPS)을 즐기는 이유는 1인칭 시점에서 자유롭게 조작하는 그 발칙함에 있다. 최근에는 오픈 월드가 접목되면서 <>이나 <콜 오브 듀티> 시리즈처럼 특정 목표 안에서 신경을 곤두세웠던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는 경향은 있지만, 게이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플레이는 조작 능력의 과시였다. <가디스 오브 제네시스>에 등장하는 미니 게임처럼 다가오는 적들, 엄밀히 따지면 점차 커지는 오브젝트들을 명중시키는 플레이는 마치 소방수가 시험 삼아 물 뿌리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퍼즐 영역도 지금까지 수많은 고티(Game of the Year) 게임들에서 존재했다. 플레이스테이션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갓 오브 워> 시리즈나 <언차티드> 시리즈에서도 난해한 퍼즐들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다만 이 게임처럼 개연성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다소 난해하고 어려움은 있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전개로 인식하고 지나갈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가디스 오브 제네시스>에 등장하는 퍼즐은 개연성이나 난이도를 떠나서 적절한 배치로 보기도 힘들다. 애니메이션 보듯이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보니 흐름 상 좋지도 않을 뿐더러 일부 게이머들에게는 코인과 힌트를 써 가면서 시간을 지체할 수도 있다.

<가디스 오브 제네시스>는 그 첫인상에서부터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전투가 턴제라는 점과는 별개로 스킬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소환술 비주얼이 떠오른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서 늘 화제가 됐던 점은 소환술 연출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추억 속에 담고 있는 여섯 번째 작품부터 시리즈가 진행될 때마다 개성적인 소환수들이 등장했는데 ZLONGAME 제작사들의 고민이 실루엣 비치듯 겹쳐 보였다. 최근에는 <용과 같이> 일곱 번째 시리즈에서 비슷한 연출을 선보였는데 이 게임에서도 나름대로 아기자기한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애니메이션 연출에서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높게 점수를 줬던 국내 성우들의 활약 역시 이 애니메이션 효과 덕분이었다.

이 게임은 성장과 수집 외에도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덕분에 게이머의 선택이 비교적 간편하다.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도 이러한 편의성 덕분이다. 일일 이벤트와 보상도 차곡차곡 쌓이는 맛이 있어서 리세마라에 집중하는 게이머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타로 카드가 충분히 쌓이지 않아서 리세마라에 욕심이 많이 났지만, 드라큐라나 발키리 같은 창의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이 SSR 등급에 포진해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앞서 밝힌 것처럼 이 게임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수월한 성장과 수집 시스템이 큰 장점이지만 스토리의 개연성이 워낙 부족한 탓에 안 그래도 범람하는 온라인 게임 사이에서 금방 삭제될 타이틀이 아닐까 우려스럽다. 짧은 기간 안에 현질(온라인 게임의 아이템을 현금 주고 사는 것)을 최대한 조여서 끝낼 생각이 아니라면 북유럽 신화 속에 숨은 의미를 재치 있게 비틀어 보거나 좀 더 깊이 있는 대사를 양산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성장과 수집이 목표고, 그 점에 너무 치우쳐 버리면 창의적인 시나리오나 독특한 세계관도 사실상 필요가 없게 된다.

복잡한 스토리가 딱 질색이라고 생각하는 게이머가 모바일 게임을 얼마나 많이 소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성장과 수집 사이에서 전투만 반복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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