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추억 돌려줘요' 넥슨식 운영과 빛바랜 추억 팔기, 모바일 '바람의 나라 연' 리뷰

  • 입력 2020.07.17 13:23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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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모바일 게임들을 보고 있으면 '뻔뻔함'이란 단어가 생각난다. '뉴트로' '복고' '그 시절의 추억'의 단어로 게이머들의 감성을 건드리지만 사실 그 속엔 '최신 유행의 모바일 게임'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인기, 그 시절의 감성을 내세우며 게이머들에 어필하지만, 속에는 빛바랜 추억과 교묘하게 섞어놓은 과금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이 게임 기억나시죠? 이번에 모바일로 만들어봤어요. 추억소환 한 번 해보세요' 인척 하지만 결국 핵심은 '근데 과금은 좀 하셔야 해요'다.

이런 쪽에서는 차라리 중국풍의 양산형 RPG가 솔직하다. 그쪽은 당당하게 '과금'이라는 단어를 앞세운다. 취향이 맞는 게이머 소위 선수라고 부르는 게이머들끼리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보여준다. 어정쩡한 쪽은 오히려 예전에 사랑받았던 IP를 활용하는 게임들이다. '예전의 추억은 그냥 아름답게 놔둬 주세요. 그게 안 되면 그냥 통째로 옮겨주세요' 의 게이머들과 '그냥 둬서 뭐 해. 짜면 나와. 한 번 더 우려내'의 개발사 의견이 접점 없이 평행을 이루고 있다.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1990년대와 2000대의 옛날 게임이 유행처럼 쏟아지고 있다. 라그나로크, 뮤, 스톤에이지, 카트라이더 등의 고전이 모바일로 다시 게이머를 찾았지만, 반응은 그리 좋지 못하다. 이런 와중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추억팔이'의 끝판왕이라고 할만한 게임. 국내 최장, 그리고 세계 최장의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 '바람의 나라'가 '바람의 나라 연'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왔다.

 

'바람의 나라'는 올해로 24년 차 된 게임이다. 넥슨이 가진 '근본 게임'의 범주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며, 동시에 국산 온라인 게임의 살아있는 역사인 게임이다. 그만큼 팬들도 많고, 거쳐 간 게이머도 많다.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게임의 오픈 첫날부터 서버는 터졌고, 접속 대기자 수는 만명을 넘기기까지 했다. 4개로 시작했던 서버가 이제는 8개를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바람의 나라'는 많은 게이머들의 추억이 담겨있는 게임이다.

사실 '바람의 나라 연'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이번에도 역시 '뻔뻔함'이 묻어있을 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시작부터 딱 잘라 말해서 '바람의 나라 연'은 포장할 것도 없고, 또 '카바' 쳐주고 싶은 마음도 없게 만드는 게임이다. 넥슨이 보여줄 수 있는 추억팔이가 얼마나 끔찍하게 진화했는지, 그리고 기존의 팬들의 마음에 먹칠하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가장 오래된 게임에 가장 최신식 시스템을 도입했다'라는 말이 PC나 콘솔 게임이었다면 아마 많은 게이머가 좋아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바일 플랫폼'에서 '최신식'이라는 것은 게이머들 입장에서 그야말로 '절망'과도 같은 말이다. 이 절망이 넥슨식 운영, 넥슨식 과금체계와 혼합된 형태가 바람의 나라 연에 담겨있다.

 

'바람의 나라 연' 시작과 동시에 보는 것이 바로 '순간 이동비서'다. 맵을 이동할 때 목적지까지 바로 갈 수 있는 아이템인데, 사실 초반에는 동선이 짧아서 사용할 일이 없다. 하지만, 게임의 중 후반부에서는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쓰고 싶은 그 욕망을 마구 자극한다. '아니 뭔 게임이 시작, 움직이는 것부터 아이템이 필요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 거부감을 달래주기 위해 '사전 예약하셨죠? 이거 드릴게요'라고 주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환수' '다람이'다. 이 '환수'는 말 그대로 소환수. 다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펫'이다. '바람의 나라 연'에서는 '환수'가 '탈것'과 '펫' 의 역할을 한다. 최신 모바일 게임의 3대 요소 중 '날개'를 뺀 두 가지를 하나로 묶었다.

 

하지만 환수는 하나만 뽑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환수의 종류는 '수호' '탑승' '변신'의 세 가지로 나뉜다. 이 말은 환수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먼저 받게 되는 '다람이'는 '탑승'이다. '탑승 환수'는 이동할 때 소환할 수 있으며, 게임의 질주 버튼을 누르면 이동속도가 조금 증가한다.

 

나중에 얻게 되는 '수호 환수'는 캐릭터를 졸졸 따라다니는데 단순한 '펫'의 개념은 아니다. 이 '수호 환수'는 캐릭터의 스텟을 올려주고 각종 버프를 발라준다. 즉 강해지기 위해서는 좋은 '수호 환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지막 '변신 환수'는 12지신 중의 하나로 변신해서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다.

'환수'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때가 되면 먹이도 줘야 하고, '각인'과 '합성'으로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환수'는 기본 스텟과 함께 '각인' 능력치가 붙는데, 당연히 여기엔 일반, 고급, 희귀, 보물의 등급이 붙는다. 이 능력치는 '환수 각인석'이라는 아이템을 사용하면 변경할 수 있다. 

 

동일한 등급의 환수를 모으면, 합성을 통해 등급이 높은 환수를 뽑을 수도 있다. '변신 합성'의 경우엔 오로지 '변신' 속성만 합성할 수 있다. 가장 최상위 등급의 '보물' 환수의 경우엔 쇼핑몰의 '구매 확정' 처럼 '확정 대기' 상태가 된다. 원하면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게임 내의 재화 '붉은 보석'으로 바꿀 수 있다.

 

게임이 뭐가 있는지, 본 캐릭터는 어떤 게 있는지 보기도 전에 이미 '환수'라는 시스템이 훅 치고 들어온다. 게임 시작 10분 만에 '환수'에서 이미 판단이 모두 끝났다. 그러나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 가장 발전된 넥슨식 운영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하나씩 뜯어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바람의 나라 연'에는 '시즌 패스'를 구매할 수 있다. '시즌 패스'는 게임마다 운영하는 방식이 조금 다른 데, 내가 겪어본 종류는 크게 두 가지. 가장 많이 알려진 '시즌 패스'는 다음에 나오는 DLC를 포함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나올 DLC의 가격도 미리 포함된 개념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하는 '시즌 패스'는 쉽게 말해 보상을 한 번 더 받는 방식이다. 게임에서 특정 레벨이나 플레이 횟수에 도달하면 받는 보상을 한 번 더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바람의 나라 연' 에서는 홀수의 레벨에서는 무료로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시준 패수'를 사면 짝수에서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 3, 5의 레벨에서는 무료로 템을 받고 2, 4, 8 같은 짝수에서는 시즌패스를 산 사람만 받다. 당연히 짝수 레벨에는 더 좋은 보상이 있다. 막 퍼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과금'을 유도하는 방식을 그럴싸하게 포장 한 것이다.

옆에 나란히 붙어 있는 것은 '장비 패키지'다.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되는 '계귀템'과 똑같다. 필드에서 몬스터를 잡거나 퀘스트 완료로 얻는 장비가 귀찮은 유저들을 위한 패키지다. 이 장비는 캐릭터의 레벨에 맞춰 알아서 스펙업이 되기 때문에 '장비 파밍'의 부담을 덜 수 있다. 한 번 제대로 해보겠다 마음 먹은 게이머라면 반드시 구매할 수밖에 없는 패키지다.

 

장비에는 '강화'가 붙어야 최신 유행 모바일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바람의 나라 연' 역시 당연히 '강화'와 '각인'이라는 성장요소를 만날 수 있다. 모바일 게임에서 장비 강화는 사실 거의 핵심같은 콘텐츠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에 알고있던 방식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강화를 위해서는 우선 '강화비서'가 필요하다. 초반의 장비는 거의 100%의 확률로 강화가 성공하지만, 강화의 숫자가 올라갈수록 확률과 장비의 내구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내구도가 떨어진 장비는 더 이상 강화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페널티를 메꾸는 아이템도 당연히 있다. '비급' '촉진제' '안정제'같은 아이템으로 확률을 올리고 내구도를 보존할 수 있다.

 

'바람의 나라 연'은 열심히 쌓아 올린 소중한 장비가 강화 도중 터져버려도 '복구' 할 방법이 있다. 여기엔 동일 등급, 강화 수치의 장비와 돈이 필요하다. 준비물이 있다고 무조건 복구가 되는 것은 아니며, 여기에도 '확률'이 적용된다. 

 

장비는 강화에서 끝나지 않는다. 강화에서 더 발전된 형태의 '각인' 시스템은 무작위 스탯을 장비에 바르는 방식이다. 주작, 백호, 현무, 청룡의 능력치 하나를 랜덤으로 얻을 수 있지만, 여기에도 일반, 고급, 희귀의 등급이 붇는다. 더 좋은 각인을 위해서는 '상급 각인비서'가 필요하다.

환수와 시즌패스, 장비에 이어 마무리를 장식하는 요소는 바로 각종 버프 꾸러미인 '태고의 보물 14일'이다. 이 패키지에는 경험치 증가, 아이템 획득률 증가, 금전 획득률 증가 등 빠른 성장에 꼭 필요한 아이템을 모아놨다.

 

각종 등급의 펫 뽑기, 장비 뽑기, 강화 재료 그리고 버프와 물약 꾸러미. 초반에 정말 각 잡고 한 번 해보려고 한다면, 넉넉히 5~10 만원 정도는 지르고 시작해야 한다. 예전 56k 모뎀으로 바람의 나라를 하던 시절 많이 나왔을 때의 전화 요금과 비슷하다.

 

'뻔뻔함'을 느낀다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이다. 겉으로는 예전 감성, PC에 있는 '바람의 나라'를 그대로 모바일에 옮겨 온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과금요소를 안거치는 부분이 없다. 

'과금이 싫으면 그냥 잠깐 즐기다가 접어. 할 사람만 남으면 돼' 식으로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정말 소중했던 추억이 수많은 양산형 게임의 모습 그대로를 똑같이 따라 하고 있다. 이런 식의 추억팔이와 우려먹기엔 이제 질릴 대로 질렸다. 

 

그래도, 그래도 게이머라면 '바람의 나라' 라면 뭔가 다르겠지 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오픈 날 몰린 수많은 게이머 중 절반 이상은 '그냥 가져오기만 해도 재밌을 거야'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넥슨식 운영'에 그런 관대함은 없었다.

 

콘텐츠가 똑같고, 빡빡한 과금 요소가 있다는 것보다 더 절망적인 부분은 따로 있다. 적어도 국산 온라인 게임의 근본인 '바람의 나라'와 한국의 대기업 게임사 '넥슨'이 보여줄 수 있는 저력이나 창의적인 게 어느 것 하나 느껴지지 않는다. 오로지 가장 발전된 형태의 과금 형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운영뿐이다. 이 부분이 실망스럽다.

 

넥슨이라고 뭐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바람의 나라' 라는 이름이 가진 가치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올드비와 뉴비를 묶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누군가는 원작 IP의 매력을 잘 해석했다고 하고, 누군가는 현재의 시스템을 잘 활용했다고 한다. 또, 누군가는 그래도 이 정도 과금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예전 같았으면, 별로 관심 없는 모바일 게임이었다면 '그런 거 같네요. 뭐 그래도 할 사람은 하니까'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조금 다르다. '바람의 나라 연'을 칭찬하는 글이 있다면, 아쉬운 부분을 지적하는 글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람의 나라 연'을 기다렸던 게이머들은 '넥슨식 운영' 과 '빛바랜 추억팔이'를 원한 게 아니었다. 과금이 아예 없는 모바일 게임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나처럼 '바람의 나라 연'을 기다렸던 게이머들은 그래도 과거의 추억과 현재를 이어줄 수 있는 연결고리, 혹은 '넥슨'이 '근본'을 다루는 방식을 보고 싶었다. '그래도 바람의 나라는 다르겠지' 말이다.

 

이번 '바람의 나라 연'은 플랫폼도 다르고, 장르도 다르지만, '워크 리포지드'나 '라오어2'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가격이 조금 비싸고, 발매일이 늦춰지는 것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팬들의 기대를 배신하고, 기다림에 대한 존중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명작'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게임들이 이렇게 무너지는 것이 아쉽다.

 

이것이 모바일 게임의 최신 유행이고, 또 넥슨이 추구하는 방식이라면, '바람의 나라 연'이 정말 공들여서 재탄생시킨 게임이라면. 나는 차라리 20여 년 전 집 전화가 있을 때의 추억에 머무르고 싶다. 빨간 점 찾아 누르고, 자동 전투 돌리고, 나올 때 까지 뽑아야 하는 게임은 굳이 '바람의 나라 연' 아니어도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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