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 guards and thieves 리뷰 , 훔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 입력 2020.07.15 13:02
  • 수정 2020.07.15 13:51
  • 기자명 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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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 guards and thieves, 이른바 경비들 내지 경찰들과 강도들이라 불리는 이 단순 명료한 타이틀은 훔치려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들의 한판 승부를 펼치는 게임이다. 탑뷰(외래어 표기법은 톱뷰지만 온라인 게임계에서는 흔히 탑뷰라고 부른다.) 시점의 게임으로 불리는데 엄밀히 따지면 쿼터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쿼터뷰 시점은 3D 게임을 만들 수 없었던 시절에 입체감을 선보이기 위해 한때 게임 제작사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방법이었다. 초기에는 마름모 모양의 맵이 눈에 거슬렸지만, 나름대로 공간감을 살렸고, 3D 그래픽과 맞물리면서 지금의 탑뷰 시점의 게임으로 발전했다. 3D로 개선되면서 2D 도트의 캐릭터들은 어깨부터 다리 라인까지 꼼꼼히 연출할 수 있게 됐고, 지형 면에서도 손쉬운 제작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인디 게임계에서 늘 주목받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쯔꾸르 같은 RPGSRPG 등에서 소비되었다가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세련된 RTS로 변모하기도 했다. 소니가 배급을 맡았던 에일리어네이션은 3D 그래픽을 접목시킨 대표적인 탑뷰 시점의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게임은 주인공과 악당을 언급하는 게 무의미하다. 강도들이 정해진 시간 안에 물건을 훔치고 탈출하면 승리하는 것이고, 반대로 정해진 시간 안에 물건도 훔치지 못하고, 탈출도 못하게 되면 경찰들이 승리하는 아주 단순한 규칙이다. 이 와중에 크고 작은 전투가 벌어지는데 대부분은 경찰들이 자동소총을 난사하면서 마무리된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부터 총알에 박히거나 물건에 손을 대는 즉시 울리는 알람 때문에 얼마 못 가서 즉사하는 경우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스텔스를 중시하는 강도들이 쏟아지는 총알을 피해 탈출하는 것이 패턴이기 때문에 좁은 방 안이나 기다란 복도에서 총소리를 듣다가 끝이 나게 된다.

물론 이 게임을 처음 접하거나 온라인 친구들이 없는 경우만 이에 해당한다. 이 게임의 특이한 점이기도 하며 강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맵 시스템은 온라인 워크숍을 통해 누리꾼들이 직접 제작한 것들이다. 제작사가 공식적으로 제작한 오브젝트들을 아이디어에 맞게 각 영역에 걸친 것들로 모드(MOD), 이른바 유저 제작 게임내지 유저 변형 게임으로 불려야 마땅하다.

어느 정도 적응한 게이머들, 그러니까 강도로 나섰다가 난사되는 총알에 장렬히 전사하거나 멋모르고 자동소총만 난사하다가 강도를 당하는 일을 여러 차례 겪고 나면 맵의 특성을 이해하고 신속히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장비를 제외하면 할수록 이동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초기에는 칼을 사용한 강도가 어느 정도 효율적인데 조명을 끄면서 이동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실력 좋은(맵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 게이머가 강도들 편에 서게 되면 한바탕 소란이랄 것도 없이 싱겁게 끝나는 경우도 생긴다.

이 게임은 개발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최근까지 유행하고 있는 유니티나 언리얼 엔진 개발자의 입장에서 감정이입을 해 보면, 먼저 3D 오브젝트를 불러들여서 사이즈를 적절히 조절하고 텍스처를 입힌다. 생김새가 다 비슷하고 개성은 없어 보이지만, 나름대로 강도와 경찰의 구색 정도는 갖추고 있다. 이제 레벨이 상승할 때마다 얻을 수 있는 캐릭터들을 생성하고, 아이템까지 구비한다. 이 역시 비주얼 면에서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게이머의 입장에서 동기는 적절히 부여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전투 메커니즘을 정해야 하는데 게미어에게 쉽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 프레임 계산만 하면 나름대로 멋진 멀티 플레이 게임이 탄생할 수 있다.

여기까지 들어 보면 평범한 MOD 게임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이 게임의 영악한 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제작사가 공식적으로 제작한 오브젝트들이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강도들은 조명을 끄면서 경찰들의 시야를 가리고 전진하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여기에 유리와 나무로 된 벽을 깨뜨리면서 우회할 수 있는데 이 역시 강도들만의 특권이다. 소음기가 달린 권총이나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강도들은 스텔스라는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경찰의 진압을 무력화해야 한다. 화분이나 우거진 숲, 조명이 꺼진 어두컴컴한 복도 끄트머리에 숨어 있다가 나이프를 꺼내 들면 오히려 경찰들에게 무력감과 더불어 공포감까지 선사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스팀에서 무료로 제공한다는 소식에 섣불리 게임에 나섰다가 싱겁게 끝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 경험이 많은 이른바 고렙 게이머들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공허한 플레이가 지속될 뿐이다. 특히 게이머들 입장이 비교적 적은 낮 시간대는 길드끼리 붙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플레이할 기회조차 없다.

게다가 이 게임에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면 팀플레이를 떠나서 상대방 캐릭터를 제거하는 것조차 버겁게 된다. 프레임 계산을 정확히 해내는 고렙 게이머들에게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기 일쑤인데 매트릭스의 네오가 했던 유명한 대사 스푼은 없다.’가 떠오를 지경이다. 눈앞에 적들을 보고도 그저 오브젝트야. 프레임만 계산하자.’로 인식할 정도의 경지에 이른다면야 좋겠지만, 레벨을 올리는 것도 굉장히 까다로운 편이라서 60 정도의 고렙 게이머를 만나게 되면 손쓸 여유도 없이 게임이 끝이 난다. 승리자 편에 서더라도 찜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중 사용자 1인 슈팅 게임의 피할 수 없는 단점을 운운했다면 지금부터는 이 게임의 피할 수 없는 매력을 언급하고 싶다. 어드민이 게이머들을 적절히 분배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손을 놓을 수 없는 중독성이 기다리고 있다. 레벨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게이머들끼리 만나려면 역시 밤 시간대가 좋을 것이다. 긴박감 넘치는 게임을 하려면 5 5 대결이 좋을 것이고, 여기에 균형 잡힌 직업들이 끼어들면 금상첨화다. 당연한 이치겠지만, 채팅을 통해 서로 도움을 청하고, 직접 리드를 하면서 게임을 이끌 수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조명의 디테일에 있었다. 조명이 단순히 시야를 가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실루엣의 흔적을 남기게 해준다. 진압을 해야 하는 경찰의 입장이나 숨어들어야 하는 강도의 입장에서 바짝 긴장하게 하는 중요한 장치다. 고렙 게이머가 아닌 이상 자신이 실루엣을 남겼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서로 속고 속이는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하다.

참관자의 입장에서 한 강도를 따라가 보자. 솔리드 스네이크를 빼닮은 이 남자의 주무기는 칼과 소음기 총이다. 무거운 장비가 없기 때문에 비교적 이동 속도가 빠르다. 신속하게 집결지로 이동하더니 각 방의 조명을 끄고 화분 뒤에 숨는다. 복도 가운데에서 총소리가 한바탕 들리더니 수류탄이 날아다니고, 이어서 불꽃이 터지면서 강도와 경찰이 한두 명씩 사망한다. 이들은 10초 후에 다시 집결지로 이동할 것이다. 그 틈을 타서 유리로 된 벽을 깬 뒤에 화살표 방향으로 이동해 목표 아이템을 훔친다. 곧장 알람이 요란하게 울리고 경찰들이 진압하러 다가온다. 동료들이 대치하고 있었다면 탈출구로 향하는 것이 비교적 수월할 것이고, 모두 한꺼번에 즉사했다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복도에 우연히 들어섰다가 경찰이 뿌리는 플래시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조명이 꺼진 덕분에 화분 뒤에 숨을 수 있었다. 칼로 치명타를 날린 뒤에 경찰이 이동했던 길을 우회해 탈출구로 향한다. 중간에 경찰의 실루엣이 한 번 보였는데 눈치를 못 챘는지 플래시를 켠 채로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안심을 하고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갔지만, 플래시를 의도적으로 끈 경찰에게 그만 사살당하고 만다. 다시 부활한 솔리드 스네이크는 조명이 꺼진 방안에서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다가 문틈을 노려서 소음기 총을 발사한다. 이 오브젝트는 겉으로 보면 문이지만, 프레임을 계산해 보면 열고 닫히는 속도가 정해져 있다. 노련한 솔리드 스네이크가 멋지게 경찰 한 명을 잡았다. 플래시를 의도적으로 껐던 방금 그 경찰에게 통쾌하게 복수한 것이다.

이 게임은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들에게 다소 낯설게 보일 수 있다. 개성 없어 보이는 캐릭터들은 둘째치고 게임이 너무 쉽게 끝이 나는 것 같아서 어디에서 재미를 찾아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상대방 캐릭터들이라도 잘 잡아서 레벨이라도 올리고 싶은데 그것조차 쉽지 않다.

필요한 건 약간의 끈기와 인내다. 다중 사용자 1인 슈팅 게임의 특성을 고려하고,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레벨은 8을 넘어 새로운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비록 게임에서 지더라도 포인트를 쌓아 놓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에 상대방 캐릭터들을 제거해 나가는 방법부터 익혀 나가는 것이 좋다.

스팀에서는 한글을 지원하고 있지만, 게임 특성상 무의미하다. 이 게임에서 필요한 건 그저 잘 훔치고 잘 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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