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감성 제대로 담은 액션 RPG, PC '크로스코드' 리뷰

  • 입력 2020.07.13 13:40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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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의 '뉴(New)'와 복고의 '레트로(Retro)'를 합친 신조어 '뉴트로(Newtro)'는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뉴트로'는 단순히 옛날의 것이나, 고전 감성과는 조금 다르다. 옛날의 물건이나 감성을 실제로 경험했던 세대와 함께, 이를 경험하지 못한 현재의 젊은 세대들에도 초점을 맞춘 것이 바로 '뉴트로'다. 실제로 그 당시를 경험하지 못한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복고'는 '새로운 감성'으로 느껴진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한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음악, 식품, 물건, 패션 등 다양한 상품과 문화는 언젠가 다시 주목받는다.

 

이 '뉴트로' 감성은 게임계에도 적용된다. 지금의 10대나 20대 게이머들에게 '도트 그래픽'이나 'CRT' 모니터, '486 컴퓨터'와 'DOS'에서 실행하던 게임들이 나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이다. 게임판에서 '예전의 것'이라고 한다면, 그 감성을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그래픽이다. 최근 발표되는 게임은 실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놀라운 그래픽을 보여주며 게이머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고전'이라고 부르는 게임들은 장르만 다를 뿐 대부분 '도트' 그래픽으로 묶을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도트'를 기반으로 하는 그래픽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였다. 점점 많은 게임 개발사들이 '그래픽'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게임성'이나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게 점점 어려워졌다. 오로지 그래픽에만 집중한 이도 저도 아닌 게임들에 쓴맛을 보기 시작한 게이머들이 늘어갔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훌륭한 그래픽이 갓겜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인식이 점점 자리잡기 시작했다. 

도트 그래픽이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많은 인디 게임의 '독특한 게임성'과 '스토리',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그래픽은 비록 '도트'를 기반으로 하지만, '게임성'이나 경험적인 측면에서는 훌륭하다는 부분을 인정받았다. '그래픽이 후져도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많은 게임이 증명했다. 이제 게임판에서 '도트'란 단순히 복고를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신 유행'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게임 개발사들이 '도트'를 선택하고 있으며, 그 나름의 발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인 '크로스코드'는 '도트'를 기반으로 한 RPG다. 그러나 단순히 복고풍의 '영웅전설'이나 '파판'의 그래픽만 살린 게임은 아니다. '크로스코드'는 '뉴트로'감성에 맞춰 현재의 감성이 묻어나는 MMORPG 시스템을 도입했다. 미리 이야기하자면 'NPC와 함께하는 MMORPG'의 느낌이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은 아니다. 

 

지금까지 도트를 입힌 'MMORPG'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혼자 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연 그 느낌이란 게 어떤 것인지, 현재 '뉴트로' 감성의 게임은 어디까지 왔는지, 자세히 한 번 살펴보자.

앞서 언급한 것 처럼 '크로스코드'는 마치 'MMORPG'를 하는 느낌이다. 게임은 '크로스월드'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배경으로 한다.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케릭터 '레아'는 기억을 잃은 아바타다. '레아'는 특정 단어 몇가지 외에는 말을 할 수 없는 상태. 게임의 처음 프롤로그에서 레아처럼 보이는 캐릭터와 그녀와 오빠에 대해 조금 살펴볼 수 있다. 대충 짐작할 수 있듯, 그녀의 기억을 찾는 것이 '크로스코드'의 주된 스토리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기술과 기능들을 얻고, 배우며 동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MMORPG의 방식과 비슷하다. 실제로 NPC들이 '로그인'과 '로그아웃' 하는 것도 볼 수 있다. '크로스코드'가 다른 도트 RPG와 가장 다른 점이 바로 이 NPC들의 움직임이다. 실제 온라인 게임의 플레이어들 처럼 다양한 NPC가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마을이나 거점뿐만 아니라 전투 지역에서도 바쁘게 움직인다. 마치 NPC가 아닌 다른 플레이어 같은 느낌을 받는다.

 

'크로스코드'는 MMORPG의 모습과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자신이 해야할 퀘스트가 아니면, 대부분 무시하고 뛰어나디는 것이 MMORPG의 미덕이다. '크로스코드' 역시 플레이어가 실시간으로 전투를 하고 있어도 다른 NPC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움직인다. 가만히 서서 NPC들의 움직임을 보면 마치 실제 온라인으로 접속한 것 같은 느낌이다.

많은 NPC가 등장하는 만큼, 다양한 대화를 살펴볼 수 있다. 마을 구석이나 전장의 외진 곳에 있는 NPC를 찾으면 게임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머리에 느낌표가 있는 NPC는 퀘스트를 주기도 한다. 게임의 마을이나 전장이 전반적으로 넓게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구석구석 NPC들을 살펴보고 대화를 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게임에서 만나게 되는 동료들과는 파티를 맺어 전투를 함께 할 수도 있다. 실제 게임에서 다이렉트 링크라는 기능으로 대화 신청해오는데, 마치 온라인 게임의 '친구 추가'와 '메시지 주고받기'를 하는 경험이다. 게임이 전체적으로 혼자가 아닌 느낌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많은 장치들을 준비했다. 멀리에서 보면 겉모습은 고전 도트 RPG의 방식이지만, 게임 속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은 현재의 MMORPG 스타일이다. '뉴트로'의 감성이 아주 잘 담겨있다. 복고와 현재의 조합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색다른 재미가 느껴진다.

'크로스코드'의 전투는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주인공 레아는 게임에서 '원술사'라는 클래스로 고정되기 때문에 직업을 선택할 수는 없다. 전투는 근접 공격, 원거리 공격, 회피, 방어를 적절히 조합해서 활용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VRP이라 불리는 원거리 공격 방식을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쉽게 '공던지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원거리 기술은 게임의 퍼즐을 푸는 데도 활용되는 만큼 충분히 연습을 해야 한다.

 

등장하는 적들은 일정 패턴과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적의 패턴이나 약점을 무시한 채 공격만 해서는 대미지를 입힐 수 없다. 예를 들어 방어막이나 보호막을 두른 적은 정면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VRP를 튕겨서 공격하거나, 적이 공격하는 순간에 맞춰 카운터 어택을 노려야 한다. 몬스터가 제법 많이 등장하는 편이지만 다른 MMORPG처럼 몰이 사냥을 할 순 없다.

 

진행 중간마다 특정 보스전이나 PVP처럼 다른 NPC를 상대로 1:1 대결을 해야 하는 구간도 나온다. 서로 공격을 하는 중간에는 쉽게 캔슬을 하지 못하고 경직이 걸리기 때문에 정확한 타이밍을 맞출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의 컨트롤과 피지컬은 필요하다.

속성은 크게 4가지로 나뉘며 열기, 냉기, 전기, 파동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스킬 사용에는 마나와 같은 개념의 SP가 소모되는데, 일종의 궁극기와 같은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RPG 수준보다 기본적인 스탯육성과 스킬트리의 범위가 넓고, 속성마다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종류가 다양하다. MMORPG처럼 플레이어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방법의 공격스타일로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이 조금 색다르다.

 

'레아'의 장비나, 아이템, 버프와 관련된 부분들은 기존의 RPG와 비슷한 방식이다. 필드에서 아이템을 얻거나,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파밍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공격력, 방어력, 속성저항 등 스텟 역시 다양하게 적용되는 만큼 플레이어가 선호하는 공격 타입에 맞춰 육성하는 맛을 느낄 수 있다.

'크로스코드'의 중요한 한 축은 '퍼즐'이다. 고전 RPG의 '길 찾기'와 숨겨진 '보물상자' 정도를 떠올리면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퍼즐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플레이어를 너무 오랫동안 붙잡아놓는 장치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분명 숨겨진 아이템이 보이지만, 여기까지 가는 길을 찾는 것이 쓸데없이 복잡하다.

 

희귀한 아이템을 얻을 경우엔 좀 덜하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성 아이템이나 재료들을 괜히 어렵게 숨겨둔 경우도 있다. 간혹 등장하는 퍼즐은 단순히 오브젝트를 밀고, 공으로 맞추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속성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해결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하나의 챕터를 따로 만들어 둔 것이 아니라, '하나 건너면, 하나 나오는' 수준으로 자주 마주한다는 것이 문제다.

 

초반엔 단순히 길을 잘 찾거나, 공을 각도에 맞춰 던지기만 하면 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피지컬'을 요구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한 번 실수할 경우 안전장치가 없다. 전투에서 느낀 템포가 퍼즐을 풀어야 하는 구간에서 늘어진다. 나중엔 퍼즐이 반복되면서 게임이 지루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퍼즐의 비중을 너무 많이 배치한 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크로스코드'는 도트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속에는 현재의 감성과 독특한 재미를 담은 게임이다. 분명 혼자서 하는 게임이지만, 온라인 게임을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개성 넘치는 NPC들을 만나며, 그들이 던져주는 퀘스트를 자유롭게 플레이 할 수 있다. 플레이어의 취향에 맞춰 장비를 파밍하고, 육성하는 맛까지 느낄 수 있다. 알차게 꾹꾹 눌러 담은 게임이다. 

 

'크로스코드'는 고전 RPG의 느낌에 MMORPG를 입힌 맛이 어떤 것인지 느껴보고 싶은 게이머를 위한 게임이다. 특히 게임의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게이머라면 '크로스코드'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퍼즐'과 '서브퀘스트'를 걷어내고도 30시간 정도는 플레이할 수 있다. 그만큼 매력적인 요소가 가득한 게임이니 꼭 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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