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완벽에 가까운 퍼즐게임, HUE 리뷰

  • 입력 2020.07.07 14:03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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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예술이라고 불리는 게임은 장르에 따라 게이머에게 다양한 감정을 선사한다. 액션 장르를 통해 찢고, 부수고, 파괴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고, 시뮬레이션 장르를 통해 나만의 왕국, 팀을 만드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액션이나 FPS처럼 폭력적인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에 일부 게임에 관심 없는 이들은 모든 게임이 폭력성을 기르고, 범죄를 모방한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게임이 폭력과 피를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다. 저니(Journey)나 이전에 필자가 리뷰한 어라이즈 심플스토리처럼 싸우는 대신 단순히 모험하고 탐험하며 따뜻한 감성에 위로받는 힐링게임도 존재한다. 힐링게임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데다가 액션이나 FPS 장르처럼 고도의 그래픽을 요구하는 장르도 아니라서 접근하기도 쉽다. 힐링게임을 일부러 찾아서 하지는 않는 필자도 한 번 플레이하면 시간을 잊고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몰입감과 깊이도 갖춘 게임들이 많다.

20168. Fiddle Sticks가 개발하고 Curve Digital이 배급하는 PC 퍼즐, 어드벤처 게임, HUE가 출시되었다. HUE는 인디게임으로 출시되었지만 화려하고 선명한 색감, 독특한 시스템으로 거의 모든 웹진에서 고평가를 받으며 무수히 많은 상을 수상했다. 게임이 워낙 호평을 받은 터라 인디게임치고는 제법 부담이 있는 16,000원으로 판매되고 있었지만, 에픽게임즈에서 710일까지 이 게임을 무료배포하고 있다. 과연 이 게임이 수많은 상을 수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인지, 필자가 직접 플레이해 봤다.

엄마와 색깔막대를 찾아 떠나는 여행

HUE는 인디게임인만큼 굉장히 간략한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크게는 주인공인 HUE가 색상 스펙트럼에 갇힌 엄마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엄마는 중간 중간 편지를 통해 어떻게 이 공간에 갇히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주고, HUE가 색상 막대를 모두 찾아 자신을 구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스토리 자체는 심플하고 이를 진행해 나가는 데도 꼬여있거나 뒤통수를 치는 복선 같은 게 없기 때문에 자세히 읽으면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문제는 언어의 장벽과 표현의 문제다. 일단 이 게임은 기본적인 한글화를 지원하지 않는다. 그래도 게임 전체에 대사가 많은 편이 아니고, 중간 중간 등장하는 엄마의 편지나 일부 NPC의 대사도 단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어려운 편은 아니다. 이마저도 유저 한글패치를 스팀이 공유하고 있어서 이 패치를 이용하면 완전히 번역된 게임을 즐길 수가 있다.

언어의 문제보다 스토리 이해를 방해하는 것은 대사의 내용 자체다. 스토리는 엄마의 편지를 중심으로 진행이 되고, 편지는 HUE가 새로운 색 막대를 얻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때 등장한다. 그런데 편지의 내용이 꽤나 심오하고 철학적이라 쉽게 이해가 어렵다. 엄마가 대학 연구소에서 그레이 박사와 색 스펙트럼에 대해 연구하고, 배신당한 이야기. 그리고 색 하나하나에 대한 엄마 나름의 견해와 그 안에 담긴 철학까지.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8개의 색을 바꿔가며 플레이. 단순하지만 깊이가 있는 퍼즐

HUE를 칭찬한 무수한 매체들이 가장 주목했던 건 독창적이고 어디에도 없는 게임 시스템이었다. 사실 조작키는 그렇게 많지 않다. 점프와 이동, 그리고 박스를 옮기는 Shift키만 사용하는데, 그것만으로도 모든 조작이 가능하며 굉장히 흥미진진한 퍼즐을 느낄 수 있다. 퍼즐의 원리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한 번 제대로 이해만 하면 그 안에서 머리를 굴려가며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먼저 이 게임 퍼즐의 핵심은 색이다. 색은 총 8개가 있고, 이 막대를 얻을 때마다 조금씩 퍼즐의 난이도가 상승하고 갈 수 있는 지역이 많아진다. 퍼즐은 색을 변경하며 풀게 된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해가 쉽다. HUE의 앞에는 파란색, 하늘색, 보라색, 노란색으로 된 장애물이 존재한다. 게이머는 간단한 조작을 통해 언제든 배경색을 바꿀 수 있는데, 배경과 같은 색의 장애물이나 문, 박스는 사라지는 식이다. 파란색 벽이 앞을 막고 있으면 배경을 파란색으로 바꿔 벽을 제거하면 되고, 하늘색 상자가 필요하면 배경을 다른 색으로 바꿔서 옮길 수 있는 식이다. 굉장히 간단하고 이해가 쉬운 퍼즐인데, 이를 이용해서 다양하고 독특한 형식의 퍼즐이 여럿 형성된다. 이동하면서 색을 바꿔야 하기도 하고, 박스 하나를 옮기면서 계속 색을 바꾸기도 한다. 원리는 하나지만 그 활용방법이 무궁무진해서 퍼즐이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거기다 조작해야 할 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퍼즐의 종류도 다양해져서 푸는 맛이 있었다.

환상적인 색감과 BGM

HUE를 처음 플레이하면 감탄하게 되는 부분은 색감이다. 애초에 색을 소재로 풀이해낸 게임인 만큼 배경과 색감에 무척 공을 들였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단순한 8가지 색이지만, 8가지 색은 모두 색이 선명하고 배경에서도 무언가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처음에 시작을 하게 되면 온통 검은색 투성이에 칙칙한 배경이라 실망할 수도 있다. 필자 역시 그랬으니까. 그런데 첫 색깔막대인 파란색을 얻고 나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배경은 물론이고 어두침침했던 문, 검은빛이었던 파도도 파란색으로 바뀐다. 첫 막대라서 느낌이 좀 센 거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후 다른 색깔막대를 얻을 때마다 이런 감정은 지속되었다. 캐릭터는 물론이고, 게임 내 등장하는 구조물이 모두 검은색이라 계속해서 바뀌는 배경색과 이루는 대비가 더욱 강조되는 듯 했다. 배경색도 그냥 마냥 파란색, 보라색이 아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배경 안에서 색 자체가 흐른다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색이 정체되어 있지 않고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이 색의 흐름, 그리고 검은색과 배경색이 만들어 내는 묘한 조화로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BGM 역시 환상적이다. 각 색깔의 테마에 맞게, 혹은 스테이지의 컨셉에 맞게 약 30가지의 BGM이 마련되어 있는데, 색이 주는 느낌에 따라 어떤 음악은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어떤 음악은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어주는 등의 효과를 주고 있었다.

명작은 디테일에서 오는 법

효과음 역시 아주 만족스러웠다. 사실 게임의 시스템이나 구성 자체가 특별한 효과음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긴 한데, 이상하게 게임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가 듣기 좋았다. 그 중 압권은 엄마의 편지. 영국의 유명 배우가 녹음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목소리에 감정이 스며 있었고, 발음도 또렷했다.

퍼즐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은 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게임을 계속 진행해 나가면 활용해야 할 색이 늘어나서 어렵긴 하지만 기본적인 원리 자체가 동일해서 계속 하다보면 금방 적응할 수 있다. 어차피 색을 변경하면서 진행하는 게임이니 정 모르겠으면 필드에 나와 있는 장애물 색을 하나하나 제거해보면서 풀이를 해보면 된다. 엔딩을 보기까지 전체 플레이 타임은 3~4시간 정도지만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모든 요소들을 확인하려면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취향 관계없이 꼭 플레이해보길 추천. 게다가 무료다.

게임 자체가 재밌다. 힐링게임은 재미없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런 편견을 완전히 부서준 게임이었다. BGM, 색감, 퍼즐 방식. 모든 게 괜찮았다. 플레이 타임이 조금 짧고 스토리 설명이 조금 추상적이라는 점만 빼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퍼즐 게임이었다. 퍼즐게임이나 힐링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이라도 재밌게 즐길 요소가 많은 게임이다. 710일까지는 무료로 배포하고 있으니, 플레이해보지 않은 게이머들은 꼭 한 번씩 플레이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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