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닌텐도] 성공적인 리마스터, 네모바지 스폰지밥: 비키니 시티의 전쟁 리하이드레이티드

  • 입력 2020.07.02 19:57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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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IP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은 언제나 열성 팬들과의 밀당을 견뎌내야 한다. 우스운 말 같지만 원작 IP가 유명하면 유명할수록 게임을 바라보는 열성 팬들의 눈길은 매섭다. 과연 원작의 분위기, 스토리는 잘 살려냈는지, 원작에서는 분량 때문에 축약하거나 생략해야 했던 뒷 이야기, 디테일한 이야기들이 게임 내에서 잘 구현되었는지. 팬들은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찾아본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원작일수록 이런 압박을 강하게 받는데, 특히 소년만화가 주를 이루는 일본의 콘텐츠가 이러한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미국의 콘텐츠들은 그러한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일본의 드래곤볼이나 원피스, 나루토를 원작으로 한 게임들은 만화 내의 캐릭터가 얼마나 디테일하게 표현되었는지, 얼마나 디테일하게 만화 속 세상을 구현했는지가 성공의 지표가 되지만 디즈니, 마블 게임의 경우는 캐릭터만 잘 구현되면 자잘한 문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리뷰할 네모바지 스폰지밥 게임 역시 원작 구현이라는 비판에서는 일정부분 자유롭다. 스폰지밥은 1999년부터 방영되고 있는 엄청난 역사를 자랑하는 애니메이션으로 타임지에서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선정한 바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워낙 전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어서 옛날부터 게임으로 많이 출시된 바 있는데, 그 중 가장 크게 성공했던 것이 바로 네모바지 스폰지밥 : 비키니 시티의 전쟁이다. 2003년에 THQ에서 발매한 게임으로 팬덤 내에서는 최고의 스폰지밥 게임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2020624. 이 게임을 리마스터한 네모바지 스폰지밥: 비키니 시티의 전쟁 리하이드레이티드이 출시되었다. PCPS4, XB1, NS 등 다양한 기종으로 출시되었으며 THQ 노르딕이 총 발매를 주관했다. 과연 명성이 자자한 이 게임의 특징은 무엇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네모바지 스폰지밥 특유의 B급 감성

욕을 먹을지도 모르겠지만, 필자는 네모바지 스폰지밥 애니메이션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친구의 추천으로 보려고 노력해 본 적도 있는데, 도저히 미국 특유의 정신나가 B급 감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금방 포기했던 이력은 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을 대략적으로는 알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원작과의 비교가 조금 엉성할 수 있다. 필자 역시 그 부분을 인지하고 있어서 주변에 스폰지밥을 즐겨 봤었던 친구의 도움으로 원작과의 비교를 했다는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플랑크톤 사장이 게살버거 비법을 빼내기 위해 로봇을 양산해 내는데, 이 로봇들을 복종시키는 버튼을 누르지 않아 통제불능이 되고, 로봇들이 비키니 시티 전체로 퍼져나가 각종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스폰지밥과 그 친구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키니 시티를 모험하는 것이 주된 이야기 흐름이다.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만큼 스토리가 아주 심플하고 직관적이다. 오프닝 영상 하나만 봐도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가 대충 눈 앞에 그려질 정도. 정신없는 캐릭터들 역시 비교적 잘 구현해 놨다. 아쉬운 점은 한국어 더빙이 아니라 영어로 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점인데, 오히려 그게 스폰지밥 특유의 B급 감성을 더욱 잘 표현해 냈다는 의견도 있다. 원작 캐릭터 간의 관계에 따른 표현 변화, 혹은 번역이 아쉽기는 하다. 미국의 비속어 표현을 한국어로 순화시켜 표현하면서 발생한 문제인데, 일부 구간에서는 아예 직역을 해 놔서 이해가 어려웠다. 스폰지밥 광 팬인 필자의 친구는 플레이해 보면서 거슬렸던 부분이 꽤 있었다는 평을 내렸다. 스폰지밥의 뇌를 거치지 않은 듯한 정신나간 소리, 멍청한 뚱이의 동문서답 등은 좋았지만 원래 반말을 하는 캐릭에게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쓴다든지, 직역을 해서 문맥이 안 맞는다든지 하는 부분은 아쉬웠다고 했다.

여기로 갈까, 저기로 갈까. 내 입맛에 맞춰서 진행하는 스토리

분명히 말하지만 필자는 스폰지밥 애니메이션도 보지 못했고, 2003년에 출시한 원작도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바라볼 수 있었는데, 처음 느낀 점은 그냥 3d 슈퍼마리오 같다는 거였다. 게이머는 뚱이와 스폰지밥, 다람이라는 세 캐릭터를 플레이하게 된다. 캐릭터마다 고유의 능력이 있으며 버스 정류장에서 캐릭터를 바꿔가며 진행할 수 있다. 스폰지밥은 기본공격, 공중공격 등 가장 균형 잡힌 캐릭터고 뚱이는 무거운 물체를 집어던질 수 있다. 다람이는 긴 체공시간을 이용해 먼 곳을 이동할 수 있다.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스폰지밥의 집을 중심으로 필드에서 얻을 수 있는 별과 주걱을 이용, 주변 지역을 하나하나 해금하며 돌아다니게 된다. 한 지역에 입장하면 NPC가 미션 하나를 주고 그 미션을 클리어하면 스테이지 클리어가 되는 식이다. 별을 모으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 천지 사방이 별 천지니까. 하지만 막혀 있는 다른 지역을 해금하는 데 필요한 주걱은 얻기가 조금 까다롭다. 숨겨져 있는 퍼즐을 풀거나 스테이지 보스를 클리어해야 주걱을 얻을 수 있다. 특이했던 건 별이나 주걱만 충분하다면 먼저 어디를 진행하든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지역을 해금하는 데 필요한 주걱이나 별 양에 차등을 둬서 일정부분 플레이어의 동선을 강제하려 하긴 했지만 그 차등 수준이 크지 않아서 조금 무리하면 어느 지역을 먼저가든 상관없을 정도로 자유도가 높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캐릭터들이 성장하거나, 새로운 능력이 계속 생기는 것도 아니어서 어느 스테이지를 먼저 클리어하든 크게 상관은 없다.

조작감은 훌륭. 아이들이 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플레이를 하는 내내 비슷한 장르인 슈퍼마리오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와 비슷한 아재에게 슈퍼마리오는 패미콤 시절 벽돌 깨고 다니는 콧수염 아저씨 정도겠지만, 최근의 슈퍼마리오는 완전 3D이자 진행에 독특한 방식을 적용해서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었다. 스폰지밥 : 비키니 시티의 전쟁 리하이드레이티드는 최신 슈퍼마리오 게임과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캐릭터들의 다양한 능력을 활용해서 퍼즐을 풀고, 새로운 스테이지 넘어가고, 보스전도 공격 피하다가 공격 몇 방 먹이면 패턴이 달라지는 것까지. 여러 모로 아이들도 즐길 수 있도록 쉽고 편하게 만들어졌으며 캐릭터들의 모델링도 부드럽고 귀엽게 잘 뽑힌 편이다.

다만 의문이 들었던 건 과연 이 게임을 정말 아이들이 플레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전체적인 진행방식은 슈퍼마리오와 유사하다고 하지만, 슈퍼마리오와 확연히 다른 점 하나는 바로 길 찾기다. 정말. 길 찾기가 꽤나 어렵다. 가뜩이나 자유도도 올려놔서 게이머가 원하는 지역을 먼저 갈 수 있는데, 지역별 구분이 세밀한 것도 아니다. 잘 진행하다가 옆으로 빠지는 지름길도 있고, 다른 지역과 연결된 구역도 있다. 일자식 구성이 아니라 세키로, 다크소울처럼 게이머가 직접 길을 찾아가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물론 프롬 게임보다야 훨씬 직관적이고 간단하지만, 그래도 스폰지밥의 팬인 어린 아이들이 이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길이 꽤 많이 존재했다.

조작감 자체는 나쁘지 않다. 이런 류의 게임에서는 패드보다 퍽퍽할 수밖에 없는 키보드로 플레이했음에도 딱히 조작이 답답하거나, 캐릭 이동이 어색했던 부분은 없었다. 아이들 게임에 걸맞게 액션도 과하지 않고 적절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아이들이 보기에 조금 잔혹한 장면이 있었지만, 게임에서는 그런 부분이 거의 없었다.

팬들이 원하는 요소를 군데 군데 녹여냈다

그래픽은 깔끔 그 자체다. 과거 원작 화면과 비교하면 리마스터한 보람이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굉장히 깔끔하게 뽑혀서 눈이 즐거울 정도다. BGM도 필자는 잘 모르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브금이나 목소리가 자주 흘러나와서 팬들은 익숙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게임이 원작 팬들에게 대 호평을 받는 이유는 원작에 나오는 아이템, 캐릭터들이 게임에 잘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순간이동 박스도 그렇고, 주변에 지나가는 일반 NPC들도 모두 애니메이션에서 한 두 번은 나왔던 인물들이다. 배경인 비키니 시티 역시 애니메이션의 배경과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와서 잘 녹여냈다. 필자는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스폰지밥 광팬인 필자의 친구는 순간이동 박스의 존재, 뚱이와 NPC들의 대화가 무척 감명깊었다고 했다. 팬들만이 느낄 수 있는 원작의 분위기가 잘 구현되어 있는 것 같다.

스폰지밥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추천. 슈퍼마리오를 재밌게 즐긴 이들에게도 추천

2003년 발표한 원작 게임은 스폰지밥 팬들에게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지금도 스폰지밥 게임하면 이 게임을 떠올릴 정도. 호평을 받았던 게임의 리마스터 버전이라 당연히 평가는 좋을 수밖에 없다. 다만 원작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모르는 상태에서 플레이해 봤을 때는 물음표가 떠오를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이 게임보다 그래픽도 좋고, 재미도 있는 게임들이 많으니까. 스폰지밥이라는 콘텐츠를 알고 있고, 어느 정도 좋아했던 이라면 꼭 플레이해 보길 권한다. 스폰지밥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슈퍼마리오 장르를 재밌게 즐긴 게이머라면 재미를 느낄 요소가 많다. 리마스터의 핵심인 그래픽도 성공적이라 과거 플레이해 봤던 이들도 새로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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