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OUTER WILDS 여러모로 이상한 우주를 향하여

  • 입력 2020.06.26 13:00
  • 수정 2020.06.26 13:15
  • 기자명 캡틴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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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는 굉장히 이상한 게임입니다.

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다면 아마 초반부조차 제대로 플레이하지 않았을 겁니다.

게임의 아주 처음부터 매우 불친절한 요소들이 길을 자꾸만 가로막고, 그것들이 저의 급한 성미를 자극해 불편하게 만듭니다. 상당히 친절한 요즘 게임들에게 적응해 있던 게이머라면, 비단 저뿐만 아니라 누구든 눈살을 찌푸리면서 시작할겁니다. 아주 기초적인 버그들에서부터 시스템 자체의 문제까지 불친절한 요소들은 산재해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하는 것은 기대감 때문입니다. 우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치 잘 만든 버전의 노맨즈 스카이를 떠올리게 하는 멋진 트레일러는 물론이고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스팀의 평가란의 엄지손가락들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게임을 조금이라도 더 해보라고 재촉하고 있는것처럼 보입니다. 덕분에 전 이 여러모로 이상한 게임을 어느정도 즐겨보고 올 수 있었습니다.

 

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에 관심이 생기신 분이라면 이번 리뷰를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엔 몇몇개의 아주 멋진 부분들이 있고, 그에 못지 않게 불편하고 이상한 요소들이 있으며, 불편함이 있기에 더욱 가치가 있는 게임이 되는 지점이 있고, 끝까지 인내하기 힘든 이상한 면모들도 있고, 이 모든 것을 감내할만한 독특한 게임성도 함께 가지고 있으니까요.

 

게임을 잠깐 플레이해 보거나, 남의 플레이만 보아선 전혀 눈치채지 못할 부분들이 있기에 게임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이번 리뷰를 끝까지 읽어주세요. 구매전에 숙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단점, 그럼에도 이 게임, 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매력 포인트 등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압도적으로 긍정적(Very positive)이라는 평가만 보고 덜컥 게임을 구매하면 반드시 후회할법한 단점들을 다음 문단에서 알려드립니다.

 

 

 

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엔 약간의 버그가 있으며,

매우 이상한 한글 번역과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가 존재합니다.

 

제일 처음 저를 당황하게 한 것은 사소하면서도 엄청난 버그였습니다. 심하게는 게임 플레이를 계속하지 못하게 될 법한 버그니까요. 제가 겪은 버그는 키보드의 각종 키들이 전혀 먹지 않게 되는 버그였습니다. 기본적으로 키보드의 wasd 키와 마우스는 잘 작동이 되는데, 기타 상호작용(E)나 상호작용종료(Q) 혹은 점프(스페이스)키 같은 것이 전혀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키들이 먹히지 않으니 전 게임 초반 마시멜로우를 구워 먹는 곳에 캐릭터가 갇혀버렸습니다. 게임을 종료하고 다시 켜자 이번엔 스페이스바(점프)가 되질 않아 곤욕을 겪었죠. 이 버그의 원인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제 경우엔 XBOX 패드를 컴퓨터에 잠시 연결하자 순식간에 해결되었습니다. XBOX 패드를 연결하였는데 키보드쪽의 버그가 없어진 것입니다. 이게 저만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비슷한 증상을 겪는 분에겐 시도해 볼법한 해결법입니다.

 

이런 자잘한(하지만 치명적인) 버그는 어찌보면 애교에 불과합니다. 설사 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를 매우 좋아하는 게이머라도 무시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은 NPC 들의 대사, UI 메뉴등의 한글 번역이 매우 형편없는 상태란 겁니다. NPC들은 잘못 번역된 영어 동화책의 인물들처럼 어정쩡한 말투로 시종일관 중얼거리고, UI 번역은 너무 처참해서 자동 조종 중단자동 조종 실패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처음 플레이할 때 전 자동 조종 실패라는 메뉴가 뜨기에 조종이 실패한 줄 알고 깜짝 놀라 조종을 수동으로 전환하다 사고가 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처음 우주선을 이륙시킬 때 이 같은 일을 겪어서 제 우주선은 우주로 가기는커녕 발사대 근처 나무들 사이에 끼어버렸습니다. 심지어 달걀과도 같은 우주선은 나뭇가지에 좀 긁혔다고 곳곳이 파손되어버렸고, ‘나가서 수리하시오라는 열렬한 메시지를 띄우는 통에 전 수리를 하기위해 우주선에서 내렸습니다. 그런데 우주선에서 내리고 나니 캐릭터가 나무 밑으로 떨어지고, 나무 위에 걸려있는 우주선은 그 어떤 방법으로 다시 내릴수가 없었기에 전 자살하고 게임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어이가 없었지요!

 

자살하고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는 말은 단순한 비유같은게 아닙니다. 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는 캐릭터가 죽으면 처음부터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하는 하드코어한 난이도를 제공합니다. (사실, 여기엔 반전이 있지만 이건 다음 문단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캐릭터가 죽으면 죽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게임의 타이틀 화면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요, 처음에 우주선을 이륙도 제대로 못 시키고 멍청하게 나무에 끼워버린건 제가 모자란 탓이라고 칩시다. 하지만 제대로 우주선을 몰아 우주로 나가도 이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행성들의 기후와 중력등의 조건들은 매우 극악한 상황이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캐릭터는 위험환경에 노출되면 순식간에 죽어버립니다. 그리곤 처음부터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하는게 반복되죠!

 

여기까지만 들으면 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는 구매할 가치가 하나도 없는 게임이며, 매우 긍정적인 스팀 평가를 남긴 사람들은 바보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한 요소들이 있더라해도 이 게임을 완전히 무시하시면 곤란합니다. 당신의 인생 게임을 실수로 놓치게 될 수 있거든요. 이런 엉망인 게임이 어떻게 누군가의 인생 게임이 될 수 있는지 그 이유는 다음 문단에서 밝혀집니다!

 

실험적인 불편함과 도전적인 게임.

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의 세상은 와일드 합니다!

 

사람들은 익숙함과 편안함을 찾기 마련입니다.

이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것이 아니라, 어쩌면 인류의 본성이라고 할 수도 있는 문제일겁니다. 우리의 거의 모든 과학기술은 생활의 편의를 위해 개발되었고, 게임 개발 기술 역시 게임 플레이의 편의를 위해 개발되어왔습니다. 그건 의도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발전에 가까울겁니다. 우리는 뭐든지 편한걸 더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문명에 찌든 현대인이 가끔씩 스마트폰을 던져두고 아웃도어의 거친 자연이나 산속 절의 템플스테이를 하기위해 떠나는 것처럼, 아주 가끔씩 어떤 게이머들은 너무나도 편안한 게임 환경에서 벗어나 정말 날것의 게임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합니다. 물론 편안함은 줄고, 불편함은 늘지만, 그래서 더 게임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되니까요!

 

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는 우주를 여행하는 게임인데 간단하게 우주선을 띄우는것 조차 처음 해보면 상당히 문제가 많을 정도로 어려운 난이도를 제공합니다. 물론 익숙해진 뒤엔 간단하게 쉬프트로 상당히 높게 이륙한뒤, 바로 행성간 자동 조종 버튼을 키면 되지만요, 이것들이 익숙해진 뒤라도 새로운 행성에 착륙 포인트를 찾고, 기체를 전혀 부숴트리지 않고 착륙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 우주선은 정말 계란 껍질로 만들어진건지, 조금만 잘못해도 깨져버리거든요!

 

왜 게임속의 우주여행이 이토록 불편해야할까요? 최근 작품인 스타워즈 : 펠른오더 게임이나 혹은 제목이 비슷한 게임인 아우터 월드(OUTER WORLD)를 보면 게임상의 아주 간편한 몇 번의 클릭으로 광활한 우주들을 여행할 수 있게 해 두었는데 말이예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의 우주여행은 정말로 불편하고 힘들지만, 이처럼 보람찬 우주 항해는 드뭅니다! 착륙점을 찾기 힘들기에 행성 표면을 떠돌며 내가 생각한 좋은 착륙 지점을 찾고, 성의껏 컨트롤해서 미지의 행성의 표면에 우주선을 착륙시키는데 성공하고, 튼튼한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 밖의 행성으로 나서서 풍경을 보고... 이 모든 과정 자체가 여행, 탐험의 어려움과 성취를 동시에 느끼게 만들어줍니다. 다른 게임들에서 쉽게쉽게, 설마 이것 자체가 힘들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이걸 해결하면 뿌듯한 성취감이 몰려옵니다. 게임속에서 진정한 우주여행자가 되는 기분이라고 해야할까요?

 

탐험의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에 반쯤 잠긴채 허리케인이 늘상 몰아치는 행성이나, 중력이 좀 이상한 행성등을 탐사하는건 그 자체로 힘들거든요. 여기서 까닥 잘못하면 캐릭터가 죽어버리고요. 잠깐, 캐릭터가 죽으면 게임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게 걱정이신가요? 그 걱정을 해결할수 있는 멋진 장치, 그리고 이 게임의 진정한 면모인 또 다른 얼굴을 다음 문단에서 확인하세요!

 

 

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는 루프물이고,

고대 외계 문명의 미스터리를 향해 나아갑니다.

 

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는 외계문명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배경이 지구가 아닙니다. 그야 물론, 우리가 플레이하게 되는 주인공부터가 외계인이거든요. 우리의 상상처럼 발달한 우주 문명을 가진 사람들은 아니고, 소박한 수준의 우주여행 기술을 가진 외계인들이지만요. 하여간 배경이 이렇기 때문에 주인공이 여행하게되는 주변 우주 공간도 전부 실제 우리가 지구에서 경험하는 우주와는 영판 다른 외계 문명들이 녹아있는 행성들입니다.

 

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를 해 본 많은 이들이 코스믹 호러 장르를 떠올렸다고 말하고있는데요, 실제로 그런 엇비슷한 분위기가 나기는 합니다. 정확히 코스믹 호러의 대표격인 러브크래프트 작가의 크툴루 신화 등의 시리즈와는 연관 없지만, 마치 그런 코스믹 호러를 접할때의 음습하고 찝찝한 분위기의 외계 유적지들과 유물같은것을 많이 만날수 있습니다. 이전에 어떤 멸망한 문명이 존재했고, 그 종족의 역사를 추적해가며 더 거대한 비밀을 캐내는 식이죠. 이 모든 과정이 앞선 문단에서 말했듯 아주 어려운 탐사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음습하고 퀘퀘하며 불길한 느낌의 외계 문명의 유적지들을 실컷 탐험하게 됩니다. 무언가 심해의 공포물, 혹은 코스믹 호러의 공포의 분위기를 느낄수있습니다.

 

그리고 맞습니다. 이런 종류의 험난한 탐사를 해가야 하기때문에 플레이어는 더 자주 죽을 수밖에 없게 되는데, 사실 매번 죽을 때마다 게임을 완전히처음부터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확히는 주인공은 첫 번째 우주탐사 직전에 고대 외계 문명의 동상을 구경하게 되는데, 마치 주인공이 운명 속 주인공이라도 되는 듯 잠들어있던 동상이 갑자기 눈을 뜨며 밝은 빛을 비추게되고, 주인공은 그 빛 속에서 지나가는 자신들의 기억을 엿보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됩니다.

 

그리고 험난한 우주 탐험중 사망했을 때, 놀라운 경험을 하게됩니다. 바로 고향별에서 우주선을 타기위해 일어난 날의 아침 그 순간으로 시간을 거슬러 되돌아가는것이죠. , 그렇습니다. 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는 일종의 루프물입니다. 계속해서 반복해서 되살아나며, 하나의 목숨으론 클리어하는게 불가능한 미션의 골을 향해 나아가는 형태의 게임입니다. 루프를 하게되면 게임의 진행과정이 단축되고, 일부 성과가 이어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이 많이 쉬워지진 않습니다. 루프가 되는것을 감안해도 아우터 와일즈(OUTER WILDS)는 상당한 난이도의 게임입니다. 몇 번이고 되살아나는 신비로운 기현상을 이용해 우주와 행성들에 펼쳐진 고대 종족들의 미스테리를 파헤쳐봅시다! 전 많은 우주배경의 게임을 해보았지만 이런 콘셉트는 상당히 신선하며, 흥미로운거 같네요!

 

. 이제 게임에 대해 풀어놓을것은 다 알려드린것 같네요. 이외에 언급해야할것은 사실 이 게임의 기본적인 피지컬이 상당히 엉망이란겁니다. 물리엔진은 미묘하고, 행성은 대기권이 느껴지지 않으며, 캐릭터의 시점 역시 완성도 낮은 FPS입니다. 조작감 역시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따지자면 형편없는 쪽이고요. 이것들도 게임을 선택 할때에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으니만큼 아쉬운 부분이네요. 다만 가격이 아주 비싼 편인 게임은 아니라 이 정도의 결점들은 용서의 여지가 있긴 하지요.

 

 

/[리뷰] OUTER WILDS 여러모로 이상한 우주를 향하여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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