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 생존 그리고 공룡. PC ARK 서바이벌 리뷰

  • 입력 2020.06.25 20:26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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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중에 'STEAM'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외국은 '카스 글옵' 이나 '도타 2'를 플레이하기 위해 실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아마 '배틀그라운드' 로 알게 된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밸브'의 게임 유통 및 서비스 제공 플랫폼인 '스팀'은 이 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EA'의 '오리진'이나 '유비소프트'의 'U플레이', '블리자드'의 '배틀넷 앱' 등이 있지만, '스팀'은 이런 런처들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스팀'은 대규모 개발사의 게임들뿐만 아니라 소규모 개발사의 인디게임을 플레이할 수도 있고, 아직 개발 중인 게임에도 한발 앞서 참여할 수 있다. 대부분 게이머가 '콘솔은 플스, 휴대용 게임기는 닌텐도, PC는 스팀' 이라는 말에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스팀'의 이런 점유율을 야금야금 뺏어오는 플랫폼이 하나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에픽 게임즈'의 런처다. 대부분 게이머의 기억 속에 에픽게임즈 런처는 게임 엔진 '언리얼'과 지금은 사라진 '파라곤' 그리고 '포트나이트' 정도만 보유한 플랫폼이었다. 

사실 에픽게임즈 런처는 꾸준히 무료게임을 풀면서 인지도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GTA 5'와 '문명 6', '보더랜드' 등 굵직한 명작을 무료게임으로 공개하면서 '스팀'만 사용하던 게이머들의 눈길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에픽게임즈의 계속되는 명작 공세에 그동안 이름은 들어봤지만, 혹은 하는 걸 보기는 봤던 게임들이 다시 한번 인기를 얻고 있다. 그중 하나가 최근 공개된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다.

'아크'는 살아남는 것이 목적인 '서바이벌' 장르다. 배틀로얄 장르가 큰 인기를 얻기 전 유행하던 '생존' 게임과 대부분의 시스템이 비슷하다. 하지만 다른 게임과 결정적으로 점은 바로 '공룡'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공룡이 등장하는 서바이벌 게임'인 만큼 공룡과의 처절한 전투를 벌이며 살아남거나, 공룡들을 길들여서 자신의 세력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아크'의 핵심요소다. 

 

서바이벌 장르에서 1시간 이상 생존해본 기억이 거의 없는 입장에서 '아크'의 매력은 어떤 점이 있을지, 그리고 과연 공룡들과 함께 섬에 갇힌 느낌은 어떤 것일지 한 번 알아보자.

'서바이벌' 장르의 게임인 만큼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주력으로 삼기 때문에 다른 RPG 게임처럼 스토리 모드나 튜토리얼 같은 과정이 과감히 생략됐다. 시작과 동시에 바로 실전이다.

 

당연히 가장 위의 서버 찾기부터 찍고, 시작부터 멀티플레이로 들어갔다. 바로 아래에 '싱글' 플레이를 발견한 건 수많은 렉과 의문사를 몇 번 당한 후였다. 멀티플레이에서 따로 한국 서버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북미와 유럽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멀티플레이는 다양한 맵에서 플에이 할 수 있는데, 이 맵은 따로 DLC를 구매해야 참여할 수 있다. 무료게임으로 받았다면 기본인 '더 아일랜드'에 참여할 수 있으니, DLC와 버전을 꼭 확인해야 한다. 멀티플레는 PVP와 PVE 두 방식이 있으며, 호스트가 게임의 세부사항을 자세히 설정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크'는 싱글 플레이를 충분히 거친 후 멀티플레이에 입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어가 다양한 부분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이도는 플레이어의 체력이나 기력, 공격력 등 기본적인 스펙부터, 공룡들의 체력, 음식 소모, 그리고 자원 획득량까지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 어려운 부분은 조금 쉽게 만들면서 플레이하는 것이 게임 적응에 도움이 된다.

 

이런 장르에 익숙하지 않다면, 분명 초반의 자원획득이 너무 더디고 어렵다고 느껴질 것이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자원획득량을 1.2배 정도만 여유를 줘도 게임이 훨씬 수월해지고, 탄력이 붙는다.

'아크'는 한 번 죽는다고 해서 게임이 그대로 끝나지 않는다. 생성된 캐릭터의 레벨은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자원을 따로 저장해두지 않을 경우 모두 사라진다. 그만큼 초반에는 저장할 수 있는 아이템이나 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게임 초반에는 맨주먹으로 돌을 줍고, 나무를 쪼개서 기본 아이템들을 만든다. 곡괭이, 도끼, 횃불 같은 아이템들을 모아서 생존이 필요한 기본을 갖춰야 한다. 아마 서바이벌 장르 게임이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라면 한 1시간 정도는 헤멜 수가 있다.

 

'아크'는 사용하는 도구에 따라 수집하는 양이나 자원의 종류가 다르다. 곡괭이로 나무를 찍었을 때와 도끼로 나무를 찍을 때 얻게 되는 양이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귀찮은 부분은 채집할 때마다 적절한 도구로 바꿔줘야 한다. 예를 들어 도끼를 들고 있으면, 풀의 재료를 수집할 수 없다.

평화롭게 자원을 모으고, 아이템을 만들면 좋겠지만, 주변의 악랄한 공룡과 새와 벌레들이 플레이어를 가만두지 않는다. 공격적인 애들은 사정없이 달려든다. 랩터나 고대 곤충 같은 몬스터들한테 몇 번 죽다 보면 게임이 '사냥'에 집중되는데 별로 이득 되는 건 없으니 본격적인 전투는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 좋다.

 

어느 정도 아이템이 갖춰지고, 요령이 생기면 '아 공룡 때려잡을 때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때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제작, 소위 '크래프팅'이다. 터를 잡고, 거점을 올리는 것은 다음의 부활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아이템으로 침낭이나 침대를 마련해놓으면, 다음에 부활할 때 장소를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관함은 나중에 부활했을 때 자원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 아까운 자원들을 공룡들에게 빼앗기지 말고 우선 저장부터 하길 추천한다.

 

플레이어가 하는 행동 대부분은 경험치로 이어진다. 계속 움직이고, 죽더라도 탐험하면 레벨은 저절로 올라간다. 캐릭터 레벨이 오르면, 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의 영역도 확장되는데 '아크'에서는 '엔그램'이라는 시스템이다. 밀집에서 나무로, 천에서 가죽으로 점점 진화하면서 영역을 넓히는 일종의 '테크트리'다. 이 '엔그램'에는 단순히 기술적인 아이템뿐만 아니라 '꾸미기'와 관련된 아이템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아직 도달하진 못했지만, 나중에는 로켓과 같은 현대 무기들도 사용할 수 있다.

'아크'는 바이크나 자동차 같은 탈것이 없다. 대신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공룡을 길들이면, 탈것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공룡은 랩터류나 익룡류의 몇몇 종들을 제외하면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특히 초식공룡의 경우엔 먼저 치지 않는 이상 대부분 어슬렁거리다가 마는 수준. 레벨이 낮을 때는 일단 만만해 보이는 도도새나 초식공룡 위주로 먼저 연습해보는 게 좋다.

 

공룡을 길들이는 방법은 우선 때려눕혀야 한다. 게임 초반에는 아이템도 갖춰지지 않고, 무기도 변변치 않기 때문에 맨주먹으로 열심히 패야 한다. 나중에 얻게 되는 몽둥이를 사용하면 조금 더 쉽게 기절시킬 수 있다. 공룡을 일단 눕히면 다음엔 먹을 것을 가져다 줘야 한다. 공룡이 먹이를 먹을 때까지 기다리면서, 혹시 다른 육식공룡이 공격하지 않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일부 초식공룡들은 폭력 없이 열매나 꿀 같은 것을 먹이기만 해도 길들일 수 있다.

 

어디까지나 저렙기준이다. 레벨이 높은 공룡은 사납게 공격해오기 때문에 몽둥이로 때리다간 내가 먼저 눕는다. 이런 공룡들은 원거리 무기들로 상대하면서 고기와 가죽을 얻는 게 편하다. 괜히 무모한 도전으로 아이템을 날릴 필요가 없다.

'아크'에는 별다른 스토리가 없다. 플레이어의 '생존' 자체가 곧 스토다. 물론 배경설정 정도는 있지만, 명확한 목표나 순서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초반 정착에 필요한 공략은 있겠지만, 안정되고 난 후에는 사냥, 제작, 농사 등 플레이어가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플레이하면 된다. 이런 게임은 자유도가 높은 만큼 좀 더 재미있게 하려면 멀티플레이가 필수다.

 

'아크'는 예전 'ARMA'의 모드 'DayZ'와 비슷하다. 분명 국내 게이머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있지만, 접근성이나 서버가 문제다. 공식적으로 한국 서버가 열려있다면 더 많은 게이머가 즐길 수 있겠지만, 커뮤니티를 찾아가며 플레이하기란 사실 귀찮은 일이다. 

 

한 가지 더 아쉬운 부분은 게임이 높은 '노가다'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아이템을 만들고,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없이 왔다 갔다를 해야 한다. 고레벨의 공룡을 길들이는 것 역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공룡 한 번 타봐야지'를 위해서는 못해도 두시간 정도를 고생해야 한다. 다른 게임처럼 '차가 있다. 기름이 있다' 정도가 아니라. 공룡을 패서 먹이를 먹이고, 이 공룡의 등에 맞는 안장을 만들어야 하고, 이 안장에 필요한 자원을 모아야 하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

 

이제 막 '철'을 다루기 시작한 입장에서 '로봇과 공룡의 조합'은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임이고, 어떻게 보면 다른 RPG들보다 성취감이 떨어지는 부분도 분명 있다. 취향이 맞지 않는다면 쉽게 지치고, 질리게 될 것이다.

 

이런 점들을 제외하고는 서바이벌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독특하게 풀어냈다. 기술의 발전을 체험하고, 공룡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든다. '일단 라이브러리에 추가했으니까, 나중에 해봐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한국 서버에서 플레이할 것을 추천한다. '아크'의 진짜 재미는 멀티플레이에 있다. 꼭 PVP가 아니어도 좋다. '아크'에 재미를 붙이고, 게임을 오랫동안 해보고 싶다면 멀티플레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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