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키메라가 되어 돌아온 추억! 스톤에이지 월드

  • 입력 2020.06.22 11:57
  • 기자명 캡틴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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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까 저는 은근히 스톤에이지랑 연이 깊습니다. 이니엄사가 운영하던 소위 이니엄 스톤에이지부터, 넷마블 스톤에이지까지 다 해보긴 했거든요! 이니엄 시절엔 제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옆집 형아가 하는 걸 주로 구경했었고, 넷마블 시절엔 한동안 직접 열심히 플레이하기도 했었죠. 기억하시는 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국내 최대 스톤에이지 커뮤니티인 ONGAM의 운영자 백의신수(지타민)님과 요즘으로 치면 갠톡인 MSN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함께 게임들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분 요즘 뭐하나 모르겠네. 심지어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톤에이지의 형제 게임인 크로스게이트(일종의 중세시대 버전 스톤에이지)는 제 인생 게임이기도 하죠!

 

하여간 이런 겜생이력을 갖고있는 제가 스톤에이지 월드 리뷰를 하게 되었다는 것에 일종의 운명적 예감(?) 내지 사명감까지 듭니다.

예전 스타 판의 최연성 코치가 이런 명대사를 한 적이 있죠. “과거에 취한 자는 죽은 자다. 죽은 000을 박살 내라.” 스톤에이지 월드를 박살 내기 위해서 펜을 들어봅니다.

 

 

의외로 구현도가 높은 스톤에이지 월드

 

스톤에이지 월드의 구현도는 의외로 높습니다. 아니, 원작 재현도라고 해야 할까요? 하여간 게임을 하는 내내 미묘하게 원작 스톤에이지 온라인과 기시감이 드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몇몇 컷씬등은 온라인 시절보다 훨씬 다이나믹하게 재연출되어 정말 보는 맛도 있고요. 의외로, 마치 모바일게임화된 스톤에이지를 싫어해야 할 의무라도 있을것 같은(?) 스톤에이지 온라인의 팬이 스톤에이지 월드를 처음 접하면, 적어도 초반 플레이에 있어 (상대적으로) 세련되게 조형된 3D 모델링, 하지만 원작의 유쾌함을 잊지 않은 풍경 전반에 의외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3D로 다시 태어나도 원작의 톤을 그대로 가져오려고 노력한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예컨대 메인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은 전부 스톤에이지 온라인에 있던 녀석들이죠. 저도 자연스럽게 옛날 스톤에이지에서 플레이하던 남자 꼬맹이 캐릭터를 골랐고, 덕분에 위화감은 더욱더 줄어들었습니다. 마을의 댄스마스터와 둥가둥가 함께 춤을 추며 재기발랄하게 움직이는 석기시대 캐릭터들을 보거나, 기억 속 흐릿하게 잠들어 있었던 성인식퀘스트를 클리어할 때면 정말 새삼스러운 감회가 듭니다. 이거, 나쁘지 않은데?

 

스톤에이지 월드의 댄스 마스터

게임의 톤&메너를 시종일관 유쾌하게 조성하려 의도했고, 적어도 겉보기상으론 원작의 구현에 충실한 방향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은 호감 포인트입니다. 어설픈 원작의 재해석보다는 이쪽이 훨씬 더 호감이 가거든요. 어차피 스톤에이지를 하는 플레이어들의 대부분은 추억의 게임을 기억하고 들어오는 것일 텐데, 이런 서비스의 제공은 환영이죠. 하지만 그럭저럭 상큼한 첫인상만으로 게임을 계속해서 만족스럽게 플레이할 수는 없습니다. 동전에도 양면이 있는 법, 스톤에이지 월드에서 보기 싫은 면모는 다음 문단에서 이어집니다.

 

스톤에이지 월드의 바니걸
스톤에이지 월드의 파티 자동사냥

 

용인되는 노력의 배반.

스톤에이지이지만, 스톤에이지와 같지는 않습니다.

 

스톤에이지 월드의 출시를 앞두었을 시점에 많은 사람이 이미 알게 되었을 내용인데, 사실 스톤에이지 월드는 기존에 이미 중국 지역에서 서비스했던 게임이고, 그 결과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는 이야기가 돌곤 했습니다. 이게 모르기가 힘든 것이, 출시 예정이었을 때 스톤에이지 월드 관련 글을 찾아보면 꼭 댓글란에 이 게임은 중국에서 먼저~~’ 라며 상당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댓글들이 꼭 한 두 개씩은 달려있었거든요. 하여간 직접 게임플레이를 해 보니 과연 스톤에이지 월드 서비스에 대한 걱정들이 괜한 기우는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강력한 고민해봐야 할 포인트는, 우리가 과연 스톤에이지에서 일어나는 노력의 배반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냐 하는 부분일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스톤에이지의 태생은 심지어 월 정액제 운영이었습니다. 지금의 온라인 게임 플레이어들에겐 굉장히 생소할 수도 있는 과금 방식이죠. 월마다 정해진 금액을 회사에 지급하고, 대신 게임 속의 세상에선 그 어떠한 추가 과금도 없는 방식의 게임 운영입니다. 월정액 태생인 게임의 가장 강력한 특징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입니다. 이제는 현찰로 강력한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P2W 방식의 게임이 게이머들의 생활 전반에 젖어 들어 더이상 논란거리조차 되지 않지만, 한때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선택하는 가장 강력한 기준 중 하나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조금 흘러 넷마블 스톤에이지로 넘어오고 나선 정액제를 없애는 대신 캐시 아이템들을 팔기 시작했지만, 이때도 지금의 모바일 게임과 같은 극단적 결제 유도 구조는 없었습니다. 당시 넷마블 스톤에이지에서 가장 인기 있던 과금은 보유한 페트의 능력치를 재설정해주는 (예를 들어 F급의 페트에게 사용하면 S~F 급 중 하나로 다시 태어나게 해 주는) 아이템이었고, 부가적으론 캐릭터의 종합 능력치를 올려주는 팔찌 제작 관련 아이템, 너무 약한 초보자가 구입하면 적당수준의 순발력을 맞춰주는 갑옷 등의 아이템을 판매했지만, 그것들을 모두 합쳐도 현시대의 모바일 게임의 과금 수준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기껏해야 초심자가 3~5만 원 정도 과금하면 게임을 그만둘 때까지 추가과금의 압박은 없는 수준이었거든요. (물론 당시엔 이 정도 수준의 과금 정책으로도 많은 욕을 먹었습니다) 심지어 게임내 가장 강력한 페트들(ex 사신수 청룡)중 몇몇은 캐시 과금이 아닌 꾸준한 게임내 이벤트의 참여로 얻을 수 있게 해뒀죠. 심지어 부분 유료화 정책을 취한 넷마블에서조차 스톤에이지의 과금 정책에 이토록 조심스러웠던 것은, 의외로 넷마블 측이 스톤에이지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았다는 것의 방증입니다. 스톤에이지는 그 태생부터 유저의 노력을 배반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었고, 넷마블은 그에 반하는 운영을 하면서도 최소한의 선을 지키려 노력했던 것입니다.

 

반면 스톤에이지 월드에선 노력의 배반이 밥 먹듯이 일어납니다. 이것은 비단 스톤에이지 월드의 개발/운영사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현세대 모바일 RPG 게임 중 이정도의 과금 정책을 가지지 않은 게임을 찾기가 오히려 힘들거든요. 스톤에이지 월드의 플레이어는 과금을 하지 않고 장시간 플레이를 이어갈 때마다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힙니다. 도저히 나의 전투력으론 뛰어넘을 수 없는 메인 퀘스트가 바로 그것이죠. 더 많은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선 캐릭터의 레벨을 올려야 하는데, 스톤에이지 월드는 마치 퀘스트 위주의 온라인 게임들처럼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할 때 극단적으로 많은 경험치를 줍니다. 그럼 메인 퀘스트의 클리어가 더 많은 콘텐츠를 향한 지름길인데, 이 메인 퀘스트의 계단식 난이도 조절이 메인 퀘스트를 하고 싶어 하는 플레이어의 욕구를 좌절시킵니다. 플레이어는 그때마다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다른 십수 시간의 무료 플레이를 통하여 간신히 계단을 극복할것이냐, 아니면 손쉽게 캐시숍에서 나의 전투력을 올려줄 패키지를 결제할것이냐를 말이죠.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선 과금을 해야 한다. 이건 더 이상 색다른 방식의 과금 정책이나 운영은 아니며, 더이상 논란의 대상이 되기엔 게임계 전체에 번져있는 당연한 흐름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것이 스톤에이지와 영합할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노력을 배반하지 않았기에 그 세계에 몰입해서 즐겼던 플레이어들과 노력을 당연하게 배반하는 과금 구조가 함께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정답은 스톤에이지 월드의 플레이어들이 차차 만들어갈 겁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그리 밝은 미래가 보이진 않습니다. 그 치명적인 이유는 다음 문단에서 이어집니다.

 

스톤에이지 월드의 필수펫 킹북이
스톤에이지 월드의 배달 아르바이트
스톤에이지 월드의 툰가

 

아디오스 스톤에이지 월드

 

5명이서 한 파티가 되어 계속해서 사냥을 해 나가는 자동사냥콘텐츠에선 과거 스톤에이지를 플레이할 때 느꼈던 감상의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동사냥 콘텐츠의 하루 제한 횟수는 200. 200번의 사냥 이후엔 계속해서 사냥을 해도 더 이상의 경험치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많은 사냥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소리죠. 게다가 200번의 사냥을 해도 1레벨업 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할 정도로 그 보상은 매우 짠 편입니다. 사냥 위주로게임이 흘러가던 스톤에이지 온라인과는 영판 다른 모습입니다.

 

경험치를 얻기 위하여 수집콘텐츠 클리어를 위하여 마을 근처에서 수많은 우리와 얼룩우리, 킹우리 등을 잡아들일 때면 좋은 급수의 페트를 얻기 위하여 몇 시간씩 포획을 하던 과거 스톤에이지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거, 톤을 벌거나 게임생활의 파트너를 얻기 위해 노력하던 포획과 달리, 스톤에이지 월드의 수집 콘텐츠는 정말 소소한 수준의 경험치를 얻기 위하여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갈아 넣는 과정일 뿐이며, 심지어 약간의 과금을 통해 다음 메인 퀘스트를 하면 지금 하고있는 수집보다 훨씬 많은 대량의 경험치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뇌리 한편에 계속 걸립니다.

 

스톤에이지 월드에선 스톤에이지 온라인과 같은 행동들을 흉내내어 해볼 수 있지만, 그것의 의미가 이전과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스톤에이지 월드를 떠납니다.

 

제가 설사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어 스톤에이지 월드의 55,000원 짜리 성호 패키지를 결제하여 능력치 좋은 성호를 얻는다 해도, 과거 스톤에이지 시절 배려심 많은 친구가 무심하게 게임 초보인 저에게 잘 키워보라며 건네준 A급 베르가를 선물 받았을 때의 하루종일 기분이 좋아지는 환희를 절대 얻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스톤에이지 월드의 과금 패키지들

 

 

/[리뷰] 키메라가 되어 돌아온 추억! 스톤에이지 월드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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