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와 '자동 전투'가 옛날 감성? 모바일 '뮤 아크엔젤' 리뷰

  • 입력 2020.06.03 12:44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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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게이머가 모바일 RPG에 바라는 것은 그렇게 크지 않다. PC나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스위치의 게임을 했을 때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플레이했을 때 그 기대감이 다르다는 뜻이다. 물론 모바일 RPG 타이틀을 달고도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준 게임도 있다. 하지만 이 모바일판의 게임들은 분명 '대격변'급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 이유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사골 우려내기'다. 한 게임사의 성공한 IP를 돌려서 쓰는 방식은 익숙하다. 특히나 모바일에서는 이런 경우가 다반사다. 하나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새롭게 구축하는 것보다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IP를 사용하는 것이 더 확실하기 때문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굳이 위험한 도박을 할 필요도 없고, 플랫폼의 특성상 기존의 것을 조금씩 옮겨오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이번에 또 한 번 사골을 우려낸 게임의 이름은 '뮤'다. 약 20여 년 전쯤, PC방에서 하던 그 온라인 게임을 떠올리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고, 뭔가 중국의 향이 물씬 풍기는 웹게임, 혹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모바일게임을 떠올리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뮤'는 게임사 '웹젠'의 대표 타이틀인 만큼 지금까지 우려낸 결과물이 많다. '이그니션' '오리진' '템페스트' '온라인' '블루'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래도 가장 유명한 것은 오리지널 '뮤' 그 차제다.

 

이번에 새롭게 붙은 단어는 '아크엔젤'이다. 그리고 의외로 앞을 보는 것보다는 뒤를 바라보는 선택을 했다. '그때 그 감성!'을 노리겠다는 뜻이다. 모바일 RPG의 최신 유행이라고 할 수 있는 뽑기, 강화, 조합 등의 콘텐츠는 줄이고, 뭔가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젠 게이머들도 속는 데 지쳤다. 거의 모든 모바일 RPG가 새로운 모습이라고 떠들어 대지만 결국 까놓고 보면 다 똑같기 때문이다.

'뮤 아크엔젤'은 원작의 '뮤'가 가진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독립적인 이야기로 진행하는 '스핀오프' 작품이다. 원작의 명성과 인기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최근 게임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딱히 뭔가 새롭게 꾸미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고, 기존의 것을 그대로를 가져다 써도 상관이 없다. 어차피 이 게임을 하던 팬들이 있으니까. 게임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험'을 드는 셈이다. 

 

이런 게임은 전부 새롭게 꾸밀 필요 없이 뭔가 색다른 것 하나만 살짝 추가해 주면 그럴싸해 보인다. '뮤 아크엔젤'도 비슷하다. 그 시작은 직업이다. '뮤 아크엔젤'은 기존의 '뮤'에서 볼 수 있었던 흑기사, 흑마법사, 요정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한가지 '변화'를 준 것은 바로 '여성 캐릭터'다. 굳이 스탯이나 스킬의 차이점도 없는데 흑마법사는 여성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

 

사실 예전 그 시절의 표준은 '리니지'였다. '전사는 남캐, 요정은 여캐' 처럼 일종의 공식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추가'라고 할 수 있지만, '뮤'의 골수팬이 아닌 이상에야 별 감흥은 없을 것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그래픽 옵션을 잘못 선택했나?' 혹은 '내 휴대폰 사양이 낮은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존의 모바일 RPG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게이머들이 ‘최하옵’으로 돌릴 때 부르는 ‘찰흙 그래픽’을 살짝 웃도는 그래픽. 성의가 없다고 해야 할까? 번쩍번쩍한 스킬 그래픽과 광원효과, 모바일기기의 사양을 최대한 뽑아내려는 그 노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2020년의 게이머들을 노리고 만들었다면 분명 '대충 만들었네'라는 소리를 들었겠지만, 이런 후진 그래픽에는 다 이유가 있다. '뮤 아크엔젤'은 최신 게임의 모습보다는 '그때 그 감성을 지금의 모바일로 느껴봐'를 노리고 만든 게임이기 때문이다.

 

모두의 마음에 들 수 없으니 '올드 게이머'라는 확실한 타겟층을 공략하겠다는 의미가 바로 이 '찰흘 그래픽'이다. 확실한 소비층을 노렸다는 점에서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그 깊은 뜻을 모르는 일반 게이머들은 분명 오해할만한 부분이다. 

 

사실 최근 게임판의 유행은 '리마스터' '리메이크' '리부트' 처럼 기존의 것을 잘 다듬는 방식인데, '뮤 아크엔젤'은 특이하게도 그래픽의 시간만을 거꾸로 돌렸다. 그러면서도 다른 콘텐츠들은 '최신 유행'을 그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대부분 게이머가 '그 시절 그 감성'을 기억하는 것은 그래픽보다는 다른 부분의 비중이 더 크다. 게임사도 분명 알고 있었을 텐데.

'뮤 아크엔젤'은 '그래픽은 예전의 감성, 콘텐츠는 최신유행'의 독특한 조합을 담아냈다. '최신 유행'. 단어의 어감은 굉장히 좋아 보인다. 하지만 현재 모바일 RPG 판의 유행을 게이머들은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뮤 아크엔젤' 역시 마찬가지.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그래픽은 후지고, 콘텐츠는 별다를 거 없는' 모바일 게임이다.

 

게임 자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익숙하다. 기존의 RPG와 확실하게 차이를 보이는 것이 전혀 없다. 색다른 재미라고 할 것도 없고, '뮤'를 새롭게 접하는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것도 부족하다. 그렇다고 '그때의 그 감성'의 감동이 진하게 밀려오는 것도 아니다. '전형적인 모바일 RPG'의 틀을 깨트리지는 못했다.

 

'뮤 아크엔젤'도 빨간 동그라미를 찾아서 누르고, 잘 굴러가는 것을 구경만 하는 게임이다. 거의 모든 활동을 자동으로 진행할 수 있다. 게이머는 조작이라고 할 것도 없고 그냥 터치만 몇 번 해주면 된다. 말이 '플레이'지 거의 '오토'에 가깝다. 씁쓸한 말이지만, '모바일 RPG의 최신유행'을 그대로 따랐다.

'확실한 타겟층을 노린 게임'이라는 측면에서는 좋게 봐줄 수 있다. '뮤'의 추억일 기억하는 게이머들은 30대나 40대의 게이머다. 이 게이머들은 게임 하나를 잡고 오랫동안 들여다볼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빠르고 단순해야 하며, 성장이라는 콘텐츠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무슨 내용인지 기억도 못 할 잡다한 스토리 퀘스트는 걷어내고 '실전 압축 레벨업'을 원한다는 뜻이다.

 

'뮤 아크엔젤' 역시 '내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쎄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빠르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최강자가 될 수는 없는 법. 대략 90레벨 전후로 성장을 하고 나면, 극복하기 힘든 허들을 만나게 된다. 모바일 RPG라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막히면 현질'은 모바일 RPG 국룰이다.

 

'게임을 할 시간이 부족해. 그래서 최강의 캐릭터가 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무시당하는 걸 원치는 않아' 이 부분을 메꿔 주는 것이 바로 '과금' 요소다. '뮤 아크엔젤'을 통해 과거의 향수를 느끼는 게이머들은 대부분 '구매력'을 갖추고 있다. 빠르게 성장한 즐거움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을 때쯤, 혹은 뮤 아크엔젤에서 이름 한번 날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VIP' 다.

'뮤 아크엔젤'은 의외로 '장비'와 관련된 뽑기가 없다. '아니 시간도 없는데 뭘 뽑고 있어요. 아이템 하나만 꾸준히 강화하세요'의 방식을 선택했다. 하나의 장비는 제작, 강화, 합성 등을 통해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특정 레벨이 되면 게임 내의 '경매장'에서 더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구매할 수도 있다.

 

캐릭터의 스탯을 자유롭게 배분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장비를 얻으면 자동으로 설정되고, 퀘스트 역시 장비의 업그레이드를 기준으로 진행된다. 장비를 착용하기 위한 레벨업은 '사냥터'에 몇 분 세워두면 도달할 수 있다. 장비를 획득하는 방법도 다양하고, 강화와 관련된 재화를 얻는 방법도 많다.

 

물론 게임의 초반에만 그렇다. '본격적'인 게임 진행을 위한 버프, 장비, 스탯 강화, 스킬을 위해서는 '과금'이 필요하다. VIP가 아닌 '무과금' 플레이도 할 수 있겠지만, 게임을 즐기는 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분명한 커트라인이 존재한다. '미안한데 우리 게임은 VIP가 아니면 제대로 할 수 없어'를 필연적으로 느끼게 되는 게임이다.

'뮤 아크엔젤'이 노린 '그 감성'이 어떤 것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새롭게 '뮤'를 접하고자 하는 게이머 혹은 마켓에서 순위만 보고 앱을 다운받은 게이머라면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기존의 모바일 RPG 게임하고 크게 다를 것이 없는데 그래픽이 더 뒤떨어진다? 굳이 이 게임을 할만한 이유가 없다는 뜻이 된다.

 

'뮤'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도 '그 시절의 감성'이 그래픽은 아닐 것이다. 컨트롤도 필요하지 않은 '감상형' 게임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동전투와 VIP 시스템은 더더욱 아니었을 것이다. 아쉽지만, '뮤 아크엔젤'은 전형적인 모바일 RPG에서 겉모습만 살짝 바꾼, 베리를 친 그저 그런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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