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채굴, 그리고 행성파괴. 본격 드론키우기, PC '님바투스' 리뷰

  • 입력 2020.05.20 13:42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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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를 제작하거나, 주어진 부품들을 설계해 잘 작동하게 만드는 게임 장르들이 있다.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크래프팅' 이나 '샌드박스' 혹은 '시뮬레이션'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기도 하고, 공성 무기를 만들어 성을 공략하기도 한다. 좀 더 현실에 가까운 경우에는 자전거나 자동차를 만들고 수리한다. 그래도 역시 이 분야의 최종 보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우주선에 인공위성을 싣고 지구 궤도 밖으로 날려 보내는 것이다. 

 

몇몇 게임은 대충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기도 한다. '비시즈'나 '케발' 같은 게임을 떠올렸을 때, '재미'보다 '좌절'이 먼저 떠오르는 게이머들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런 게임들은 거의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기초이론, 물리학 법칙을 바탕으로 한 기계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알기보다는 소위 '야매'로 이것저것 붙여보는 재미에 그친 게 전부다. 쓸모없는 부품들을 덕지덕지 바르고, '어? 이거 왜 안 되지?' 라는 의문만 몇 번 가지다 포기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실의 '블록 놀이'와 PC게임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현실에서 만든 블록은 내가 원하는 대로 붙잡고 움직일 수 있다. 물론, 성인일 경우에는 '수집'과 '진열'이 더 큰 목적일 것이다. 뭐, 굳이 가지고 논다고 해도 부끄러울 것 없다. 나만의 디자인으로 만든 로봇, 비행기, 자동차 탱크 같은 것들이 미사일을 쏘거나 변신을 한다는 것. 그것은 나이에 상관없는, '남자'의 본능이다. 

 

이런 남자의 본능과 로망을 자극하는 게임이 하나 있다. 바로 '님바투스'다. '드론을 만든다'는 타이틀이 붙은 만큼 나만의 우주선을 만들어 직접 조종할 수 있는 게임이다. 배경은 먼 미래의 우주. 일반적으로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그런 드론보다는 일종의 '소형 우주선'을 만들고 키우는 게임이다. 과연 내가 만든 드론은 우주에서 제대로 날 수 있을까?

'님바투스'는 우주선을 제작하는 게임인 만큼, 어떻게 설계하고 만드느냐에 따라 그 목적이 달라진다. 정말로 행성을 탐사하는 '탐사선'이 될 수도 있고, 자원을 채굴하는 '행성 채굴선'이 될 수도 있으며, 막강한 무기들로 무장하고 행성을 삭제해 버리는 '행성 파괴선'이 될 수도 있다.

 

상상하기는 쉽지만, 이를 설계하고 직접 제작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탐사건 행성 파괴건 일단은 '제작'부터 할 줄 알아야 한다. '님바투스'의 제작 툴은 다른 '샌드박스'형 게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방식이다. 크게 어렵지 않고, 부품들을 부착해보고 그때그때 테스트 비행을 해볼 수 있다. 

 

핵심 코어를 기준으로 각각의 부품을 부착할 수 있다. 부품은 추진기, 배터리, 연료, 기계, 무기, 방어 부품 등 다양하게 나뉜다. 기본적으로 우주선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연료가 필요하고, 뭔가를 작동시키려면 배터리가 필요하다. 다양한 부품들이 있는 만큼 능력이나 효율을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우선 튜토리얼에서는 내가 만든 드론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작동 원리와 부품들의 간단한 설명을 배울 수 있다. 다른 게임보다 이 튜토리얼을 꼭 거쳐야 한다. 상상했던 장르나 방식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님바투스'는 연료통과 배터리, 다양한 무기들을 자유롭게 붙일 순 있지만,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각각의 파츠들은 단순히 연결하고 붙여놓기만 해서 작동한다는 뜻이 아니다. 

 

추진기면 추진기, 무기면 각각의 무기마다 작동하는 조건을 설정해야 하고, 그에 맞는 단축키를 일일히 설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고급 파츠의 경우 다양한 각도나 범위, 세기 등을 지정해야 한다.

부품을 켜고 끄거나, 무기를 부착하고 원하는 지점으로 발사하는 과정은 비교적 쉽다. 단순히 단축기만 설정해주고, 무기나 자원 수집기의 경우 '커서'를 따라 움직이는 옵션을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론을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구조와 부품 간의 연결, 무게 중심을 모두 생각해야 한다.

 

부품을 너무 한 곳에만 집중적으로 배치할 경우 무게중심이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게가 한쪽에 치우치면 방향을 잡기도 어렵게 된다. 드론의 기본인 핵심코어에 모든 부품을 연결하기보다는 크고 무거운 부품에 작고 가벼운 부품들을 적절하게 연결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실제 우주선처럼 특정 역할을 하는 부품들을 모아 일종의 구역을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우주 공간'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제작툴의 상황과 달리, 행성에서의 움직임은 바람이나 중력의 영향, 행성의 지반 적의 공격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단순히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땅을 파고, 자원을 수집하고, 적의 공격에 맞서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상황에 맞게 부품들의 적절한 배치 또한 생각해야 한다.

'내 마음대로 움직인다'는 '님바투스'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튜토리얼의 과제엔 모든 조작을 '자동화'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레이더나 감지기 같은 부품을 활용해서 이 드론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거나 공격 명령을 내리기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한 블록 조립처럼 멋지게 만들기만 해서는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왜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를 기본적으로는 알고 있어야 한다. 튜토리얼을 통해서 이 게임이 어떤 느낌인지 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괴롭기만 할 것이다.

튜토리얼 이후 본격적으로 싱글 플레이를 시작하면 선장을 선택할 수 있다. 선장은 챔피언부터 파일럿, 광부, 프로그래머 등 총 여섯 직업 중 한 명을 고를 수 있다. 각 선장은 각각 다른 부품과 특징을 보유하고 시작한다. 플레이어의 취향과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좋다.

 

직업 선택 시 받는 부품은 어디까지나 기본이지 고정된 것은 아니다. '님바투스'의 다양한 행성을 돌아다니면서 미션을 클리어하고, 상점이나 카지노를 방문해서 더 다양한 부품들을 얻을 수 있다.

 

부품들은 다양한 성능과 효과를 가지고 있는 만큼, 똑같은 부품이라고 해도 발동 조건과 효과가 제각각 다르다. 특히, 무기의 경우에는 다양한 속성값과 특수효과를 갖게 된다. 레벨이 높으면, 다양한 특수효과를 노려볼 수도 있다. 하지만 레벨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효율이 떨어져 제 성능을 내지 못하는 부품을 얻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님바투스'는 우주를 유랑하는 거대한 드론 공장의 이름이다. 게임에서 인류는 2071년 화성의 식민지화가 성공했고, 2120년에는 웜홀 이동까지 이뤄냈다. 플레이어는 '님바투스'의 선장이 되어 광활한 우주를 탐험하고, 다양한 행성들을 방문해 각종 미션을 클리어하며, 우주에 대한 지식을 최대한 얻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항상 이런 여행을 방해하는 세력은 있는 법. '우주 해적'과 '기업'은 플레이어를 괴롭힌다. 해적들은 은하계의 이동 간에 등장해서 자원을 요구하기도 하고, 행성 곳곳에 요새를 만들었다. 기업은 행성에 수신기를 세워놓고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 상황.

 

행성을 이동할 때는 '위협 수준'이 증가한다. 이 '위협 수준'이 100%에 가까워 지면, 기업의 함선이 등장해서 '님바투스'의 본체를 공격한다. 그러니 무작정 우주를 떠다닐 수는 없다. 때가 되면 '정비소'를 찾아 함선을 수리하고, 다양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위협 수준을 낮춰야 한다.

행성마다 목표는 다양하다. 크게 '수집'과 '파괴'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수집의 경우엔 유적의 보물이나, 버려진 방사능 쓰레기, 혹은 살아있는 외계 생명체들을 회수하는 것이다. 어렵진 않지만, 이 오브젝트를 수집하거나 옮기는 과정에서 파괴될 경우에는 그대로 임무는 실패하게 된다.

 

파괴의 경우엔 각종 무기를 적, 또는 외계생명체에 시험해 볼 수 있다. 님바투스에 등장하는 적들은 기계와 외계 생물체처럼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으며, 고유의 속성도 갖고있다. 속성은 크게 화염, 냉기이며, 외계 생명체는 생물 특성을 가진다.

 

이 속성 공격은 모든 부품에 적용된다. 화염 공격을 받을 경우, 본체가 지속해서 데미지를 받다가 파괴된다. 냉기 속성을 계속 받게 되면 부품이 얼어붙게 되고, 녹을 때까지 성능을 멈추게 된다. 행성마다, 그리고 등장하는 적마다 어떤 속성을 갖는지 예측한 후 '냉각기'와 '발열기'를 배치해 대비해야 한다.

 

등장하는 거의 모든 행성에서는 '광물' 자원도 수집할 수 있다. '님바투스'에서 수집할 수 있는 광물은 크게 두 가지. '트리튬'은 드론을 배치하는데 필요한 광물이고, '언옵테이니움'은 상점이나 정비소에서 화폐로 쓰이는 광물이다. 각각의 광물은 행성의 미션을 클리어하면 보상으로 받을 수 있지만, 행성에서 수집하는 비율이 더 높다. 

'님바투스'의 '샌드박스' 모드에서는 부품의 제한 없이 거대한 드론을 제작할 수도 있다. 특히 스팀 창작마당에서 다른 유저들이 제작한 드론을 평가하고, 직접 다운로드받아서 편집 및 조종해볼 수 있다. 물론, 자신 있다면 자신의 드론을 업로드해서 다른 유저들의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싱글 플레이와 함께 멀티플레이도 지원한다. 멀티플레이에서는 '완전 자동화'를 원칙으로, 각각의 플레이어가 직접 제작한 드론들끼리 서로 싸우기도 하고, 경주하기도 한다. 직접 조종하는 싱글 플레이보다는 어떤 원리로 왜 움직이는지, 어떻게 움직이게 할지를 정확하게 정한 드론이 필요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다. 멀티플레이에서 사용할 드론도 다운받을 수 있다.

'님바투스'는 처음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특히 나처럼 이런 '제작'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의 경우엔 처음 방향을 잡고 움직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 감을 잡게 되면 '창작'이라는 인간의 본능, 남자의 로망을 느껴볼 수 있는 게임이다.

 

다행인 것은 '우주의 물리학', '기계의 작동 원리'를 전문적으로 다루지는 않는 만큼, 지금까지 이런 장르에 어려움을 느꼈던 게이머도 도전해 볼 만한 게임이다. 내가 원한 대로 설계한 우주선이 생각대로 움직였을 때의 즐거움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관성, 중력, 추진력 같은 우주의 법칙을 느끼면서, 나만의 드론을 키우고, 행성을 탐험하는 재미를 한 번 경험해 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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