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그래픽에 속지 마라. 매트로베니아 갓 겜, ATO 리뷰

  • 입력 2020.05.19 19:47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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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게임 장르 중에 메트로베니아라는 게임장르가 있다. 액션게임의 하위장르로 고전게임인 메트로이드와 캐슬배니아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다. 던전탐색을 하면서 앞으로 쭉쭉 진행하는 게임인데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인 시스템과 어드밴처, 액션이 조합된 신개념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할로우 나이트, 오리와 도깨비불, 데드 셀 등이 있다. 어드밴처의 퍼즐과 액션게임의 액션성을 다 함께 취한 장르로 이름 높지만 한 번 꼬이면 답이 없는 길 찾기, 풀리지 않으면 답답하기 그지없는 퍼즐 등으로 나름 취향을 타는 장르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런 시리즈를 좋아한다. 적당히 머리도 쓰면서 적당히 액션도 즐길 수 있는 장르니까. 문제는 이게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답이 안나와서 그럴 때는 화딱지가 조금 나긴 하지만 그래도 진행하는 맛이 있는 장르인지라 제법 많이 즐겼었다. 가만히 앉아서 퍼즐을 푸는 방식이 아니라 계속 움직이면서 퍼즐을 푸는 방식이라 퍼즐이 안 풀릴때도 그렇게 지루하거나 답답하지는 않다.

메트로베니아 장르는 대부분 인디게임이 기반인 경우가 많다. 그래픽과 볼륨에 많은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대형 게임사의 경우에는 메트로베니아 장르를 파느니 차라리 잘 만들어진 로그라이크 게임이나 RPG 액션 게임을 만드는 게 나으니까. 인디게임이 많음에도 앞에서 열거했던 게임의 목록을 보면 알겠지만, 메트로베니아 장르에는 명작으로 이름난 게임들이 많다. 그래픽만 조금 안 좋을 뿐이지 게임성과 액션성은 역대급인 게임들이 많다는 뜻. 지난 58. 스팀에 새로운 매트로베니아 게임이 출시되었다. 제목은 Ato. 아토다. 과연 새로운 명작 게임으로 남을 수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자.

행동만으로도 모든 걸 알 수 있는 스토리

스토리는 굉장히 직관적이고 간단명료하다. 주인공은 사무라이. 그런데 정체불명의 집단이 주인공 지인(주인공의 와이프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다.)이 안고있는 아기를 납치해 간다. 주인공은 이 아기를 되찾기 위해 정체불명의 집단을 한 명 한 명 쓰러트리며 나아가는 형식이다. 흔하딘 흔한 스토리고, 무수히 많은 콘텐츠로 제작된 바 있는 이른바 아저씨류, 혹은 테이큰류 스토리다.

스토리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나래이션은 물론이고, 그 흔한 비명, 대사 하나 없다는 거다. 오로지 캐릭터의 행동과 배경음악만으로 모든 스토리가 설명된다. 그 탓에 자세한 주인공의 사정이나 설정에 몰입하는 재미는 없지만, 매트로베니아 게임은 뭐 전통적으로 스토리보다는 액션과 퍼즐에 힘을 주는 장르니까. 큰 문제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스팀 게임설명란에 쓰여 있는 설명을 보면 주인공은 가족을 위해 정체불명의 집단에서 나온 거고, 이를 응징하기 위해 집단에서 아이를 납치해 간 거라고 하는데,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어도 게임을 즐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여러 번 검증받은 전통적인 매트로베니아 포맷

시스템은 전형적인 메트로베니아의 포맷을 따르고 있다. 메트로베니아의 진행방식을 모르는 이들은 록맨이나 슈포마리오를 생각하면 된다. 맵 하나를 넘어가면서 조금씩 능력을 얻고, 최대체력치를 올려가며 강해진다. 그리고 보스를 깨면 다음 스테이지가 나오는 식이다. 워낙 오래된 게임 구성이고 인정받은 포맷이기에 생소하거나 신선하지는 않다.

다만 퍼즐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꽤 신성했다. 시스템 역시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직관적이고 간단하다. 조작키도 점프, 칼질, 구르기. 모두 합해봐야 3개에서 4개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적은 수의 버튼을 이용해서 제법 복잡한 퍼즐을 만들어냈다. 공격키를 꾹 누르고 있으면 주인공의 몸이 빛나고, 키를 떼면 발도베기가 나가는데, 이 기술을 이용해서 공중에 있는 구조물을 타고 넘어갈 수 있다. 이 방식이 퍼즐의 핵심인데, 나중되면 공중 발도베기를 두 번 연속으로 하거나, 달리면서 구르거나 하는 식으로 퍼즐이 조금씩 복잡해진다. 필자는 퍼즐에 약해서 30분 넘게 씨름한 구간이 몇 번이나 있었지만, 액션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 혹은 퍼즐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무난하게 풀 수 있는 수준의 퍼즐이다.

최대 체력을 올려주는 오브젝트, 새로운 기술 등은 맵 곳곳에 숨겨져 있어서 이를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퍼즐을 풀어야 진행이 되는 구간도 있지만, 퍼즐이 있다면, 거기에는 십중팔구 최대체력 오브젝트나 기술, 혹은 다른 퍼즐을 풀 열쇠가 숨겨져 있는 식이다.

2D 픽셀. 좋진 않지만 배경과 BGM이 환상이다.

솔직히 말한다. 그래픽은 좋은 편 아니다. 이걸 도트라고 표현해야 하나? 애매한 도트인데, 딱 보기에도 엄청나게 뛰어난 그래픽은 아닌다. 그런데 배경과 연출이 어지간한 사무라이 게임 뺨 친다. 인트로 시작부터 필자는 나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흐드러진 벚꽃과 그 사이로 살포시 휘날리는 벚꽃잎. 이 환상적인 배경을 뒤로하고 주인공은 납치된 아이를 위해 걸음을 옮긴다. 배경음악은 또 왜 그리 슬픈지. 아름다운 배경과 어우러져서 흡사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챕터를 넘어갈 때마다 맵의 컨셉이 조금씩 달라진다. 처음에는 평범한 평지였다가, 다음에는 나무가 우거진 여름, 그 다음에는 단풍이 있는 가을산, 밤하늘까지. 배경과 컨셉이 거의 완벽하다고 할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특히 꽃과 나무, 산의 표현이 좋았다. 마치 파스텔로 그림을 그려놓고 그 위에서 캐릭터가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중간 중간 나오는 컷신이나, 보스들의 모습은 뭐 그렇게 칭찬할 구석이 없다. 애초에 그래픽이 그렇게 좋은 게임이 아니니까. 하지만 배경과 연출, 그 위로 흘러나오는 BGM은 아주 멋졌다. 2D 그래픽에 아름답다는 표현은 거의 쓰이지 않는데, 아토의 배경은 아름답다는 표현도 무색할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타격감 좋고, 긴장감 넘치고. 간단한 조작으로 즐기는 수준급 전투

마지막으로 전투를 보자. 매트로베니아 게임은 전투가 생명이다. 이 부분에서 아토는 최고점을 받아도 모자람이 없다. 기본적으로는 할로우 나이트와 유사한 방식인데, 여기에 사무라이의 특성이 더해져 굉장히 스피디하고 멋진 전투를 선보인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에는 잡몹이라는 개념이 없다. 스테이지를 진행해 나가다 보면 아이를 납치한 집단의 사무라이, 혹은 닌자가 중간보스처럼 등장하고 이 녀석들과의 전투가 이 게임 모든 전투씬의 전부다. 전투가 생각보다 적다고 느낄 수 있는데, 필자는 리뷰를 쓰기 전까지 잡몹이 없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중간보스에게까지 가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았고, 이 녀석들과의 전투가 몰입감 있었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발도베기와 구르기를 이용해서 진행한다. 적이 공격을 준비할 때, 혹은 공중에 있을 때 발도베기를 맞추면 그로기 상태처럼 누워서 공중으로 튀어오르고 튀어오른 적을 치면서 콤보를 이어갈 수 있다. 대략적인 전투방식은 이러한데, 등장하는 적의 패턴과 전투방식은 매번 달라서 반복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기본 사무라이. 그 다음에는 방패로 돌진하는 놈, 그 다음은 표창 던지는 닌자. 이렇게 계속 다른 패턴을 쓰는 적이 등장해서 매 전투는 긴장감 넘친다. 게다가 뒤로 갈수록 특수능력이 해금되어서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전투를 즐길 수 있다.

타격감도 찰지다. 2D에 허접해 보이는 그래픽이지만, 나름 칼을 부딪치며 경합을 벌일 수도 있다. 적이 맞을 때 나는 효과음과 피격효과도 효과적이어서 타격감이 매우 좋은 편이다. 믿기지 않으면 꼭 실제로 해보길 바란다. 필자도 이런 그래픽에서 이런 타격감을 맛볼줄은 몰랐다.

가성비까지. 혜자스러운 매트로베니아 갓겜

아토의 유일한 단점은 키보드로 플레이하면 조작감이 조금 어색하다는 것과 그래픽 뿐이다. 배경도 훌륭하고, BGM, 연출, 전투까지. 매트로베니아 장르가 가지고 있어야할 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게임이다. 가격도 15,500원으로 적당한 편이다. 가성비 좋은 액션게임을 찾는다면 이 게임을 추천하겠다. 간만에 등장한 혜자스러운 매트로베니아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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