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오브 룬테라. 할만은 하다.

  • 입력 2020.05.06 10:51
  • 기자명 캡틴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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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G 카드게임 레전드 오브 룬테라가 (Legends of Runeterra)가 오픈했습니다!

얘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왜냐면 이 게임의 모태이자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게 전 세계적인 히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거든요. 보면 이름도 비슷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League of Legends)는 줄여서 LOL,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줄여서 LOR!

이름마저도 비슷한 이 게임은 LOL에서 지원하는 모드가 아니라 완전히 독립된 개념의 새로운 게임이지만, LOL의 세계관을 정확하게 계승하는 거대한 LOL 프렌차이즈의 게임이에요.

 

LOL의 개발사 라이엇이 호언장담했던 여러 가지 프로젝트의 게임 중 발로란트는 LOL과 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LOR 에선 LOL에 등장하는 다양한 등장인물들과 등장 동물들, 등장 NPC들과 그들이 쓰는 마법과 기술들이 그대로 필드 위에서 TCG 버전으로 다시 펼쳐집니다.

 

당연히 LOL 팬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게임이죠.

출시 이전부터 조금 이상한 필드 스킨 짤방 같은 것들이 돌아다니면서 비웃음을 사기도 했었는데, 이 게임 뭐 실물 나오고 보니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다른 게임에서 보기 힘든 훌륭한 지점들도 있고 말이죠. 한 번 봅시다!

 

 

인기 챔피언 제드, 룬테라에도 두두등장! 실제 게임내에서 제드가 레벨업하는 장면 캡쳐.
인기 챔피언 제드, 룬테라에도 두두등장! 실제 게임내에서 제드가 레벨업하는 장면 캡쳐.

 

토끼 둘 다 잡거나, 둘 다 놓치거나!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몇 시간 정도 하고서 든 첫 번째 감상이 이거였어요.

게임계에는 소위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러도 어색함이 하나 없는, 정말 하는 사람들만 하는 게임 장르가 몇 가지 있죠. 알아야할것도 많고 깊이도 깊고 해야할것도 시간도 정말 많이 들어가서 해당 장르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 아니면 접근하기가 좀 꺼려지는 그런 장르들이 몇 개 있어요. 혹은 취향을 너무 타서 좋아하는 사람들만 좋아하는 게임들이죠.

예를들면 RTS, 전략게임들, 숙련도가 너무 중요한 대전 격투 게임들, 예쁜 미소녀가 등장하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들(?), 그리고 이런 라인업에 빠지면 또 섭섭한 게 TCG 장르입니다.

 

이건 그냥 게임을 구성하는 핵심 자체가 그냥 너무 복잡해요. 수 백장에서 수 천장에 이르는 게임 카드들에 적혀있는 텍스트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캐미스트리를 일으키고 그 시너지와 상성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판에도 안 끼워주는게 바로 TCG 장르거든요.

고이기로 쳐도 엄청나게 고인물 장르기도 하고요. 어찌나 고였던지 TCG 게임은 인터넷이 발명되기 이전부터 있었다니까요? 마이크로소프트보다 TCG장르가 더 오래됐어요.

 

그리고 레전드 오브 룬테라에선 이런 어마어마한 장벽을 부담스러워하는 라이트게이머들을 노려보고 싶어 했다는 게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묻고 더블로 가 봅시다.

 

 

럭스의 궁극기 연출. 멋집니다.
럭스의 궁극기 연출. 멋집니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 이건 게임을 한 것도 안한 것도 아니여.

 

 

TCG 장르의 고인물이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처음 만나면 거의 100% 확률로 튀어나올 반응이 바로 이겁니다. 이거 뭐 게임 그래픽 이펙트도 화려하고 예쁘고 다 좋은데, 내가 지금 게임을 하기는 한 건가?

 

음식으로 부적절하게 비유를 하자면 꾸덕꾸덕하고 쫀쫀한 맛을 기대하며 브라우니를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사실 그게 브라우니가 아니라 솜사탕이었던 거예요(?). 어이쒸, 뭐지? 좀 씹으려고 하니까 이미 사라졌어요.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뭔가 기대한 깊이라던가 씹는 맛이 아예 없는 느낌이죠. 이제 게임이 좀 진행이 된다…? 싶으면 이미 적이던 내 넥서스던 터지고 게임이 끝나버려요. 감각으로 따졌을 때 다른 TCG들로 치면 게임 중반쯤에 와야 할 상황과 흐름이 룬테라에선 최후에 해당하는 흐름이거든요. 다른 게임 장르로 치자면 첫 번째 중간 보스인 줄 알고 잡았는데, 알고 보니 그 허약한 중간보스처럼 생긴 녀석이 게임의 최종보스인 경우거든요. 엔딩스텝롤 촥~ 올라가고요. 이게 뭐 게임을 만들다 말아서 그런 건 아니고, 철저하게 기획적으로 의도된 부분 같습니다.

 

그러니까 고인물들만 횡횡하는 지들만의 리그인 TCG 장르의 진입장벽을 완벽히 무너뜨려서, 롤은 좋아하는데 카드게임은 처음 해보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는 설계처럼 느껴졌어요.

 

장담하건대 TCG를 아예 모르고, 심지어 글자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냥 마음에 드는 카드들을 아무렇게나 내밀어서 게임을 해도 NPC 레벨은 전부 무난히 잡을 것이라고 전 확신합니다.

 

TCG 매니아들에게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첫인상은 게임 같지가 않을 것이고, 레전드 오브 룬테라로 TCG에 첫 입문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뭔가 후릅뚝 뚝딱 지나가는 사이 어느새 TCG 게이머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에이, 무슨 라이트 게이머들이 TCG를 하겠어? 하지만 어플 마켓의 랭킹은 아직까진 순항 중이니 전략이 먹힌 것 같기도 하네요.

 

인상은 대충 이런 느낌이고요, 이번엔 게임 자체를 찬찬히 좀 더 뜯어봅시다!

 

 

 

 

 

근접공격이 특기인 영웅들은 이렇게 재생 능력이 있어 근접 전투를 자주 하면서도 레벨업이 용이합니다.
근접공격이 특기인 영웅들은 이렇게 재생 능력이 있어 근접 전투를 자주 하면서도 레벨업이 용이합니다.

 

오래 보아야 오징어가 아니라 사람 같다. 룬테라도 그렇다.

 

 

룬테라에서 상당히 중요하면서 다른 게임에서 좀체 보기 힘든 요소들을 고르자면? 소환과 필드배정이 다른 유닛들, 레벨업 시스템이 장착되어있는 영웅들, 처음 해보면 기묘한 감각의, 공격 토큰을 포함한 턴제 방식. 이렇게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선 소환과 필드배정이 다르단 건 소환한 유닛 전부를 공격이나 방어에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게임에는 그곳에 캐릭터를 두면 싸움에 참전하지 않는, 일종의 안전 존이 있고요. 여기에 유닛을 그냥 놔두면 소환된 유닛이라 해도 적이 특수한 마법을 사용해서 공격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 안전합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많은 TCG 게임에서 자신이 보호하고 싶은 유닛을 보호하기 위해선 특수한 마법을 사용하거나, ‘도발’ 기능이 붙은 유닛을 소환해서 보호하는 식으로 플레이가 필수적이었는데요, 룬테라에선 이런 번거로운 과정 없이, 그냥 안전지대에 유닛을 그대로 두기만 하면 생존율이 올라갑니다! 편하죠.

 

무엇을 막아내고, 무엇에 공격을 내어줄지 '선택' 해야하는 순간도 옵니다.
무엇을 막아내고, 무엇에 공격을 내어줄지 '선택' 해야하는 순간도 옵니다.

 

유닛 간의 배틀은 1:1로 이루어지는데요, 예를 들어 적 유닛 5개가 공격을 오는데, 내가 3개의 유닛만을 사용해서 막는다면 나머지 적 유닛 2개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나의 넥서스에 프리딜을 넣게 됩니다. 이래서 유닛을 안전지대에 둘 것인가, 혹은 내려두어 방어에 쓸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선택의 요소가 됩니다. 단기적으로 생각했을 땐 무조건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게 좋지만, 룬테라의 호흡은 상당히 짧은 편에 속하기에 차라리 위험하지 않다면 넥서스의 체력을 내어주고 보호한 유닛으로 다음턴에 사활을 건 공격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마치 LOL 게임의 그것과도 같은 판단력이 필요해져요. ‘줄 건 줘’ 적에게 공격할 기회를 주고 다음을 도모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쓸 것인지 짧은 턴 시간 동안 치열하게 고민해보아야 하죠.

 

영웅 유닛의 레벨업 시스템은 룬테라의 정체성과도 같습니다. 하이머 딩거, 제드와 야스오, 가렌과 럭스 등 LOL의 유명 챔피언들이 그대로 등장하는 데다, 사용하는 기술카드나 레벨업시 보여주는 화려한 이펙트 잔치도 눈이 즐겁죠. 영웅을 어느 타이밍에 등장시키고, 어떻게 레벨업 시키고, 어떻게 써먹고, 어떤 순간 영웅의 목숨마저도 포기해야 할지 치열한 선택의 요소가 됩니다. 승부는 마치 ‘한타’ 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영웅들이 중심입니다. 하수인카드들이 많이 있지만, 결국 승패를 순식간에 갈라버릴 수 있는 것은 적재적소에 배치된 강력한 영웅 카드니까요. 이렇게 되다 보면 상대 영웅들의 특성과 능력, 레벨업 조건들도 내가 모두 외우고 있어야만 빠른 대처가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마치 LOL처럼 말이죠. 아주 다행한 점은 언제든 카드의 정보를 커다란 텍스트로 확인할 수 있기에 규칙을 알기가 아주 쉽다는 점입니다.

이런 방식의 전투는 마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시리즈를 하는 감각도 느끼게 해줘요. 잔잔바리 하수인 유닛들도 중요하지만, 영웅을 레벨업 시키고 지켜내는 게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RPG+전략게임의 느낌이 나거든요.

 

캬하하! 징크스 등장!
캬하하! 징크스 등장!

 

공격 토큰을 포함한 턴제 방식도 묘하긴 한데요, 게임을 하다 보면 적응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내가 유닛 소환 하나 하면 너도 하나 해. 내가 주문 쓰면 너도 하나 써. 난 이번엔 주문 안 쓸 거니까 너도 쓰지 마. 이런 식의 묘한 턴인데요, 이게 보다 고수준의 유저들의 싸움에서 어떤 요소로 활용될지는 가늠이 잘 안 되네요.

 

게임의 플레이타임 자체는 굉장히 짧은 편이고, 역시 다른 TCG 게임을 하던 사람들이 하기엔 뭔가 전반적으로 하다 만듯한 느낌의 인상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 이러이러한 요소들로 TCG 게임을 하는 ‘느낌’ 자체는 굉장히 충실하게 압축하고 있습니다.

주어지는 시간이 짧고, 고려해야 할 요소는 상당히 많기 때문에 전쟁과도 같은 깊은 수준의 싸움을 한다기보다는 아주 단련된 무림의 고수 두 명이서 여러 가지 무공을 사용하며 순식간에 결판을 내는 풍경 같은 감각이 느껴집니다. 그 실력이 호각이라면? 게임 시간 자체도 엄청나게 늘어나기도 하고요!

 

 

모험모드는 다양한 카드를 써볼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모험모드는 다양한 카드를 써볼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모험모드에선 랜덤하게 주어지는 카드들로 신중한 덱 제작을 위한 '선택' 이 필요합니다.
모험모드에선 랜덤하게 주어지는 카드들로 신중한 덱 제작을 위한 '선택' 이 필요합니다.

 

 

내가 이걸 왜하고 있지? 그런데 하고 있네.

 

게임 리뷰를 몇 번 하다 보면 무언가 감각적으로 내 속에 피라 미터가 생겨나는 기분이 듭니다.

‘이쯤하고 리뷰 쓰면 되겠다’ 하는, 자료 수집성 플레이의 감각인데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리뷰를 쓸 정도로 충분히 플레이했다는 감각이 든 뒤에도 그 게임을 켜느냐, 켜지 않느냐의 부분이 더 중요한 거 같아요.

 

사실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제가 그다지 재밌게 하진 않았거든요?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닌데 뭐 그냥…? 그런데 저도 모르게 할 일은 하기 싫고, 이것도 저것도 하기 좀 그렇고 그래서 그냥 시간을 좀 때우려는 그런 찰나에 저도 모르게 룬테라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렇다고 하는 동안 엄청 재밌진 않았는데 뭐 그냥저냥?

 

게임을 하는 동안 너무 재밌다! 다음에 또 해야지! 하는 감각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마치 그냥 지나가는 길에 하나 사 먹는 호떡집처럼 그냥 별생각 없이 제가 입에 물고 있더라고요. 얌얌. 마이쪙.

 

경험치를 모으면 보상을 줍니다.
경험치를 모으면 보상을 줍니다.

 

 

뭐 대충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고수준으로 가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하도 보상을 잘 퍼줘서 딱히 과금할 생각은 들지 않고요, 준비된 콘텐츠는 기본적인 배틀과 랜덤한 카드들을 뽑아 덱을 만들어 승부를 겨루는, 하스스톤의 투기장에 해당하는 모험 모드 하나 있고요. 이제는 절정에 이른 것 같은 영웅들의 연출방식은 레벨업 시킬 때 쾌감이 좋습니다.

 

TCG의 깊이감은 거의 담아내지 못했지만 이게 모바일 게임으로서 TCG가 가야 할 길이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어쨌든 모바일 게임의 한 판 한 판의 플레이타임은 짧은 게 좋거든요.

 

너무 재밌어서 막 빠져들진 않지만, 그냥저냥 영웅들 보는 맛으로 할만은 한, 우리 정글 뭐함 대신 그냥 내가 정글 영웅도 하면 되는, 만약에 TCG 게임을 전혀 안 해본 친구가 내게 TCG 게임을 추천해달라면 한 번쯤 권해봄 직한 게임.

 

레전드 오브 룬테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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