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어 들기, 던지기, 쌓기 그리고 정어리! PS4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4 리턴' 리뷰

  • 입력 2020.04.28 14:10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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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간 했던 게임을 돌이켜 보면 '인왕2'를 제외하고 모두 '리마스터' 혹은 '리메이크'된 게임이었다. 개인적으로 기존의 게임들을 새롭게 다듬어 내놓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직접 플레이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리즈, 혹은 이야기로만 들었던 명작들을 접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리메이크'나 '리마스터'라는 이름을 달기만 하고 뻔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임도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것을 현실의 감각에 맞춰 재탄생시킨다' 보다는 '개발사의 이익' 에 목적이 있는 게임은 금방 알 수 있다.

 

기존의 게임을 다시 만지는 작업은 신중해야 한다. 신규 게이머들에게는 실망을 안기고, 기존의 게이머들에게는 과거의 추억까지 망치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최근 발표된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4 리턴'은 '논란'이 될 만한 게임이다. 지금까지 3번이나 플랫폼을 바꿨기 때문이다.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4'는 처음 'PS3'를 시작으로 휴대용 게임기 'PS VITA'를 거쳤고, 얼마 전엔 'PS4'와 'NSW(닌텐도 스위치)'버전까지 출시됐다. 

 

'디스가이아' 프렌차이즈는 '디스가이아 5'까지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으며, 외전격인 '프리니'와 '인피니트'가 있을 정도로 방대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게임이다. 이 많은 시리즈 중에서도 '디스가이아 4'가 선택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실 개발사 '니폰이치'의 지금까지 행보만 놓고 봤을 때 '우려먹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나마 내가 다행인 것은 '디스가이아' 시리즈를 이번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4 리턴'으로 입문한다는 점이다. 입문자의 입장에서는 전작과의 비교할 기준점이 없으니 편견은 없을 것이다. 'PS3'에서 'PS4'로 단순히 플랫폼만 갈아치우고, DLC 몇 개를 추가한 것에 그칠지, 아니면 그동안 팬들이 원했던 다른 것들을 담아왔을지, 뉴비의 눈으로 하나씩 정리해볼까 한다. 

이게 다 '정어리' 때문이다

'디스가이아 4 리턴'의 스토리는 의외로 짜임새 있다. 주인공인 폭군 '발바트제'는 마계의 형무소에 스스로 갇혀있다. 흡혈귀인 주인공은 어째서인지 다시는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맹세했고, 그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 자신이 가진 힘을 대부분 잃게 했다. 

 

펭귄의 모습을 한 하급 악마 '프리니'들을 마계에 보내도록 교육하는 것이 주인공의 일이다. 이 펭귄의 모습을 한 '프리니'들은 죄를 지었던 영혼들이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은 '발바트제'가 '프리니' 들을 교육하는 중 갑자기 나타난 소용돌이로부터 시작된다.

'프리니'들에게 '정어리'를 그것도 '자연산 정어리'를 주기로 약속한 '발바트제'는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용돌이에 휩쓸린 '프리니'들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진상을 조사하게 되고, 감옥장 '옥타레이'를 만난다. 여기에서 모든 사건의 이면에는 '마계 정부'가 관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발바트제'는 마계의 개혁을 위해 모험을 떠난다.

 

결국 따지고 보면, '정어리'를 주기로 한 약속 때문이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마계의 새로운 대통령이 되어볼까?' 로 이어지는 조금은 황당한 스토리다. 게임 초반부의 BGM이나 캐릭터의 행동에서 '유쾌함과 전형적인 일본식 코믹, 병맛 감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조금 유치하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오래간만에 '예전 게임의 감성'을 느낄 수 있어 뉴비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게임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가볍다. 특히 캐릭터의 성격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매력적이다. 이런 감성은 사실 쉬워 보여도 전반적인 게임의 분위기나 캐릭터의 컨셉을 잘못 잡을 경우, 재미도 없고 오히려 게임의 퀄리티만 떨어트리게 된다.

 

'디스가이아 4 리턴'은 다행히 '유쾌함'이 먼저 느껴진다. 처음 게임을 접하는 입장에서 '조금 유치하지만 재밌네'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정어리'라는 아이템을 앞세워 컨셉을 확실하게 잡았다. 물론 스토리 진행은 갈수록 황당하고 개연성이 떨어지지만 '아 원래 이런 게임이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몰랐던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색깔과 재미를 확실히 체험해 볼 수 있다. 

 

SRPG에 섞은 퍼즐의 맛

전투 플레이는 '사각 타일' 과 '턴제'를 담은 전형적인 SPRG다. 게임 초반 튜토리얼만 놓고 보면 그동안 해왔던 게임과 별다를 게 없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디스가이아'라는 게임이 왜 이렇게 많은 시리즈를 가졌는지, 그리고 계속 이어져 오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게임이 전반적으로 코믹함을 담고 있는 만큼, 전투방식에도 그 취향이 조금 묻어있다. SRPG 치곤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형식인데, 머리를 좀 써야 한다. '퍼즐'의 요소가 강하게 느껴진다. 그 핵심에는 '집어 들기', '던지기', '탑쌓기’가 있다.

 

기존의 SRPG와 비교했을 때 '디스가이아 4 리턴'은 지형적인 독특함이 존재한다. 전투가 평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고저 차이가 있는 곳, 단절된 곳에서 진행된다. 전장에 일종의 '층'이 존재한다. 처음 입문하는 플레이어는 이 '층'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시작 시 플레이어의 파티가 모두 1층에 있고, 적이 위층에 있거나 시작지점과 단절된 지형에 있다면 우리 편을 집어 들고, 탑을 쌓고, 던져야 한다. 재미있는 점은 아무나 잡아들고 던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디스가이아 4 리턴' 에는 인간형과 몬스터 형으로 타입이 나뉜다. 아군을 집어 들고 던질 수 있는 것은 인간형만 가능하다. 펭귄 모습을 한 '프리니'들은 체력과 관계없이 집어서 던지는 순간 폭발하며 사라진다.

 

또한, 우리 편만 들고 던지는 것이 아니라 적들도 들고 던질 수 있다. 이 집어 들기와 던지기는 SRPG의 색깔마저 약간 변화시킨다. 특히 한 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확장한다는 점이다. 요령만 익힌다면 모든 아군의 턴을 활용해서 캐릭터를 원하는 곳 어디든 보낼 수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한두 명의 파티원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차이가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탑 쌓기'를 잘 익혀두는 것이 좋다.  탑 쌓기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관련된 공격 스킬까지 배울 수 있다.

'몬스터형' 캐릭터는 '마도합체'라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같은 종족 값 뿐만 아니라 다른 종족 간에도 가능하다. '마도합체'를 할 경우 일종의 마나인 SP를 턴마다 소비하게 되고, 몸집이 커진 만큼 차지하는 타일의 수도 늘어난다. '마도합체' 주변에 캐릭터가 있다면 움직일 때마다 튕겨 나가게 된다. 그만큼 이동에 제한이 생기고, 공격받을 확률도 올라간다.

 

'마도합체'와 비슷한 '마도변신'은 '몬스터형' 캐릭터를 일종의 무기로 사용하는 스킬이다. 무기의 형태는 몬스터의 종족값 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스텟이 높을수록 강해진다. '마도변신'은 강력한 공격 스킬이 추가되고, 두 캐릭터는 경험치를 공유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6 턴의 제한 시간이 있다는 단점도 있다.

SRPG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타일의 속성'을 빼놓을 수 없다.  예를 들어 특정 지형에서는 방어도가 오른다거나, 회피율이 증가한다거나 하는 방식이다. 이런 지형을 활용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것이 SRPG의 큰 재미이기도 하다.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4 리턴'은 '지오블록' 이라는 전장 변화 요소 또한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각 스테이지의 전장은 대부분 일정한 속성을 가지고 시작한다. 각각의 독특한 속성의 '블록'은 전장의 특성을 한순간에 바꿀 수 있다. 일정 구역의 타일 속성을 변화시키는데, 역시 집어 들어서 던질 수 있고, 공격으로 파괴할 수 있다.

 

기존에 알고 있던 SRPG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전장의 요소를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정직하게 플레이해도 크게 지장은 없다. 다만, '디스가이아 4 리턴' 만의 다양한 방식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경우 경험치와 보상에 보너스가 있는 만큼 해볼 수 있는 것은 다양하게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

 

입문작으로는 합격이지만

대기실은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이것저것 많이 준비했다. 모바일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모든 상점이 한곳에 모여 있다. 복잡하게 움직일 필요 없이 무기와 방어구를 구매하거나, 전장에서 소모된 체력을 회복하고, 각종 소모성 아이템을 챙길 수 있다.

 

메인 스토리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도 마련되어 있다. 아이템을 파밍할 수 있는 '아이템계'는 모바일 게임의 재화던전이나 마력의 탑 같은 소모성 스테이지에 가깝다. 이 '아이템계'는 지형부터 몬스터들까지 모두 랜덤으로 생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선거 사무소'역시 독특한 시스템이다. 아이템의 품질을 높이거나,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상점을 마련하는 등 각종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 무작정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종의 투표를 거쳐야 한다.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4 리턴'은 입문작으로는 합격이다. 다만, 확실하게 '취향'을 타는 게임이고, 소수의 매니아들을 위한 게임이다. 기존 SRPG와 달리 복잡하고, 방대한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게이머에게는 분명 매력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통 SRPG를 원했던 게이머라면 '신선함' 보다는 '복잡함'이 먼저 느껴질 게임이다.

 

'디스가이아' 시리즈를 느껴보고 싶은 뉴비의 입장, 그리고 이런 형식의 독특한 SRPG에 흥미가 있는 입장에서는 즐겁게 할 만한 게임이지만, 대놓고 추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복잡하고, 머리쓰는 것을 좋아하는 게이머들, 그리고 그 특유의 가벼움과 코믹 감성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에게는 추천하고 싶다. 특히 나와 같은 뉴비에겐 조금 힘들고 복잡하겠지만, 분명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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