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얼리 엑세스 게임도 명작이 될 수 있을까?, 지오메트리 히어로 리뷰

  • 입력 2020.04.13 12:04
  • 수정 2020.04.23 15:50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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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약 6개월 동안 리뷰를 진행하면서 필자는 많은 게임을 플레이해봤다. 그 중에는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게임성이 있는 것들도 있었고, 반대로 겉포장은 꽤 화려하고 그럴듯하지만, 막상 플레이해보니 꽝인 게임들도 있었다. 많은 게임들을 접하면서 느낀 건 많은 돈을 들여서 만든다고 꼭 괜찮은 게임이 탄생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연출이 화려하고 그래픽이 기가 막히다고 해서 그 게임이 무조건 성공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단순하고 직관적인 시스템, 친근하고 깔끔한 그래픽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숨겨진 게임들이 더 많다.

그런 의미에서 얼리 엑세스. 앞서 해보는 게임은 보물을 발견할 여지가 있는 좋은 시스템이다. 개발사가 직접 유저들과 소통하면서 게임을 만드는 얼리 엑세스 방식은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좋은 게임을 싸게 즐길 수 있어 좋고, 개발사 입장에서는 유저들의 피드백을 먼저 받아서 게임 개발에 반영할 수 있어 양자가 모두 윈윈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앞서 리뷰에서도 말했고, 필자가 몸소 겪은 것처럼 얼리 엑세스 게임들은 대체적으로 완성도가 폭망 수준이다. 자잘한 버그는 수두룩 하고, 그래픽도 대형 게임사에서 이미 개발 완료하여 출시하는 게임들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좋은 게임이 저렴한 가격으로 많이 출시되기 위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게임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저들의 의견을 생생하게 반영하는 얼리 엑세스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게임이 더 많아져야겠지만, 실질적으로 수 많은 얼리 엑세스 게임 중에 괜찮은 게임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필자가 이전에 리뷰한 카오스 히어로라는 얼리 엑세스 게임도 그렇고, 대부분의 얼리 엑섹스 게임은 한 두가지씩은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기 마련이다. 그래서 완성도 높은 게임을 좋아하는 필자는 얼리 엑세스 게임은 일단 거르고 본다. 차라리 나중에 완성되고 나서 돈을 조금 더 주고서 구매를 하지, 굳이 완성되지도 않은 게임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 지오메트리는 달랐다. 얼리 엑세스 게임에다가 1인 개발자가 출시한 게임임에도 꽤나 완성도가 높았고, 재미있었다. 아주 간단한 조작과 심플한 그래픽으로 높은 액션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든 게임, 지오메트리. 지금부터 리뷰를 시작해 보자.

유저들과 함께 개발된 게임

필자는 그 누구보다 스토리를 중시하는 게이머다. 스토리가 없으면 게임은 갈 길을 잃고, 게이머는 몰입이 안 되어서 금방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부 퍼즐이나 액션게임의 경우, 스토리가 없는 수준임에도 시간을 잊을 정도로 플레이에 빠져들게 하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들에는 대부분 스토리를 대체할 만한 액션성, 게임성이 내포되어 있다. 지오메트리 히어로가 바로 그런 게임이었다. 스토리에 대한 설명이나, 오프닝, 컷씬 같은 게 전혀 없음에도 지루하지 않았고, 시간을 잊을 정도로 게이머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아무런 사전정보가 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때도 꽤 재미있었는데, 개발 사정을 알게 된 이후에는 더 애착이 가는 게임이 되어 버렸다.

이 게임은 아주 간단한 2D 액션 게임이다. 게임을 개발한 사람은 교 소프트라는 1인 개발사를 운영하는 개발자다. 트위치에서 몇 년째 게임 개발 방송을 하고 있는 개발자로 2건의 간단한 모바일 카지노 게임을 출시한 인물이다. 개발자가 직접 방송을 진행하며 시청자들과 함께 개발을 진행하는 만큼 초기단계부터 유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며 게임이 만들어졌다.

간단하지만 독특한 시스템. 내 입맛에 맞는 전투 스타일

시스템은 굉장히 간단하지만 독특하다. 게이머는 세모로 표현된 주인공(이걸 주인공이라고 표현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을 조작해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적들을 격파하며 나아가면 된다. 세모돌이의 기본공격은 조그만 칼을 휘두르는 것이며 등장하는 적들은 직접 몸통박치기를 하거나 미사일을 쏘아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해 온다. 10개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1층의 보스를 만날 수 있고, 이렇게 총 6층까지 올라가면 엔딩을 볼 수 있다. 매우 단순한 구조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게임의 밸런스와 즐길거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놓았다는 걸 볼 수 있다.

격파하면 기본적인 다이아를 얻을 수 있는데, 이 자원들을 활용,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는 굉장히 다양하다. 단순히 체력, 공격력, 스킬 피해를 올려주는 것에서부터 일정조건 충족시 스킬범위가 늘어나는 것부터 연속으로 공격하면 기본공격의 범위가 늘어나는 것 등 어떤 식으로 육성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플레이가 가능하다. 스킬도 많다. 세모돌이가 장작할 수 있는 스킬은 이동기까지 포함해서 총 5. 이동기 1, 궁극기 1개에 일반스킬 3개다. 일반스킬도 설치형 스킬, 적들의 이동을 방해하는 스킬, 공중에서 콤보를 넣는 스킬 등 쓰임새가 다양해서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전투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단순한 구성을 피하기 위해 스테이지가 끝날 때마다 실버룸, 골드룸 등 숨겨진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열리기도 한다. 일정 비용을 내고 들어갈 수 있는데, 들어가면 이 방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패시브 스킬을 얻을 수 있다. 이 방의 존재처럼 지오메트리 히어로는 유저들이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도록 만들어주는 다양한 장치를 요소요소에 배치해 놓고 있다.

이 그래픽에서 이 정도 연출을? 연출은 그래픽이 문제가 아니다

지오메트리 히어로를 플레이하면서 가장 놀란 부분이 바로 그래픽과 연출이다. 얼리 엑세스 게임은 대부분 그래픽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자본과 인력이 많지 않아서 디테일에 신경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오메트리 히어로는 1인 개발사에서 탄생한 게임. 당연히 연출과 그래픽에서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니 꽤 수준급의 연출을 자랑했다.

그래픽 자체는 고 퀄리티가 아니다. 깔끔하기는 하지만 눈여겨 볼 만한 그래픽도 아니고,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단순한 그래픽이다. 그냥 선 몇 개를 연결해 놓은 수준이랄까? 그런데 연출이 굉장히 좋았다. 액션게임에서 액션성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는 타격감이다. 이른바 액션 뽕맛이라고 하는데,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를 타격할 때 소리나 임팩트, 대상의 리액션 등에서 아 내가 지금 강력한 공격을 했고, 이 타격이 효과가 있구나.’ 하는 쾌감을 느끼는 게 액션성을 결정짓는 것이다. 지오메트리 히어로는 이 액션성이 좋았다. 특히 적들을 모아놓고 그곳에 스킬을 쏟아부었을 때의 타격감이 어마어마했다. 왜 개발자가 이 게임의 장르를 2D 액션 핵앤슬래시로 기재해 놓았는지 알 것 같았다.

게이머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게임.

얼리 엑세스 게임들이 그렇듯, 지오메트리 히어로 역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지는 못했다. 이건 1인 개발사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지만, 1층을 클리어하고 나서는 개발자가 진짜 머리를 잘 썼다고 감탄을 하게 됐다. 우선 이 게임은 난이도가 있는 게임이다. 적들을 죽이고, 미사일을 피하고 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처음에는 주인공 세모돌이의 체력과 스킬이 빈약해서 깨기가 엄청 어렵다. 그래서 마련된 시스템이 회차, 계승 시스템이다. 세모돌이가 죽어도 그동안 벌어놓은 돈이 전부 사라지거나 쌓아놓은 능력치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1층 안에서 얻은 다양한 버프효과는 죽거나 층을 클리어하면 없어지고, 죽으면 모아놓은 다이아의 일부가 없어지기는 하지만,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게이머는 처음에 플레이하면서 이번 층에서는 대충 어떤 식으로 플레이해야 할지를 정하게 되고, 보스방에서 죽으며 패턴을 알게 되면 다음에 시작할 때는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더 수월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소울류에서 흔히 볼수 있는 유저들의 경험치라는 것이다. 게다가 각 층의 난이도 차이가 커서 1층을 깼다고 바로 2층에 도전하면 십중팔구는 보스방에서 고배를 마시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1층을 여러 번 깨면서 세모돌이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여기다 부족한 콘텐츠를 해결하기 위해 타임어택 시스템을 준비해 두었다. 1층을 두 번 클리어하면서 알게 된 건데, 처음 1층을 클리어 했을 때의 플레이타임이 저장되어 있어서 이 기록을 단축할 때마다 일정량의 보상을 준다. 층 전체 기록은 물론 스테이지별로 깬 시간도 저장되어 있어서 플레이어는 조금이라도 이 시간을 단축, 보다 좋은 보상을 얻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얼리 엑세스의 편견을 깬 게임! 추천한다

필자는 얼리 엑세스는 불완전한 게임, 부족한 게임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오메트리 히어로를 해 보고 그 편견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액션성, 게임성, 중독성. 게임의 흥행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는 게임이 바로 지오메트리 히어로였다. 컨트롤에 자신이 있는 게이머, 혹은 액션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추천한다. 그래픽이 부담스럽지 않아 가볍게 즐길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의 점수도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조금 더 깊게 즐길 수도 있다. 얼리 엑세스임에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만큼, 완전히 개발 완료되었을 때 어떤 게임이 될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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