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현지화를 왜 이따위로. 무협 MMORPG 검은달 리뷰

  • 입력 2020.03.23 13:40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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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게임강국으로 꼽히는 곳은 일본과 한국이다. 일본은 PS4, 닌텐도 등 콘솔 게임계에서 큰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한국은 모바일, 온라인 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게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 매출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회사가 중국의 텐센트일 정도로 중국 역시 게임시장을 주목하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중국을 게임 선진국으로 보지 않는다. 게임을 유통하거나 운영하는 건 중국이나 한국, 일본 등 별 차이가 없다고 느끼지만 게임을 만드는 기술, 게임 퀄리티 부분에서는 압도적으로 일본과 한국이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텐센트가 어마어마한 자본력으로 해외의 유명 게임사를 일부 흡수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게임 명가로서의 이미지는 쉽게 뛰어넘을 수 없다. 이런 인식이 고착화 된 데에는 지금까지 중국에서 출시되었다가 한국으로 이식된 게임들의 면면이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바일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중국 게임들은 문화의 차이 때문인지 몰라도 낯선 부분들이 많다. 시스템 접근방식이나 그래픽, 스토리 전개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중국의 게임은 b, 2급 게임으로 낙인찍히는 경향이 있다.

대차게 비판했지만, 중국은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답게 게임으로 구현할 만한 콘텐츠가 엄청나게 많다. 삼국지부터 시작해서 초한지, 전국시대 등 스케일이 크고 꾸밀만한 역사도 많고, 무협, 요괴 등 환상적인 소재들도 많다. 그 중에서도 중국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중국만의 독특한 세계인 무협이다. 지금도 주기별로 양산형 무협 게임들이 등장해서 시장의 평가를 기다리는 상황. 이런 와중에 이미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 모바일 게임이 또 다시 한국으로 이식되었다고 한다. 라인콩코리아가 출시한 무협 MMORPG 검은달이 그 주인공. 과연 이번에 출시한 게임은 이전 중국의 양산형 게임들과 어떤 점이 다르고 주목할 만한 점은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나만의 스토리, 나만의 강호행

검은달은 이미 20181월 중국에서 초류향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끈 게임이다. 초류향은 동명의 무협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모바일 게임으로 중국 내에서 무협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이 자자한 게임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시나리오 자체는 문제가 없다. 각 문파들의 설정도 나름 잘 짜여져 있고, 인물들간의 관계도 역시 꽤 세밀하게 구성해 놓았다. 특히 내가 선택하는 직업, 세력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진다는 부분이 굉장히 큰 메리트로 다가왔다. 필자는 처음에 무당파로 진행했는데, 타격감이 좋지 않아 암살자로 다시 진행했다. 캐릭터만 달라지고 다 똑같을 거라 예상했는데, 프롤로그 이후 아예 시작하는 위치와 스토리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암살자로 진행시 암향이라는 장소에서 암살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회의와 암살집단의 존재의의 같은 고민을 주인공이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시작 위치와 캐릭터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진다는 뜻인데, 이런 시도는 꽤 마음에 들었다. 거기다가 중간 중간 누구를 택할 건지, 혹은 상대의 대화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를 플레이어가 선택하게 하는데, 이 선택에 따라 스토리 분기가 나뉘어진다는 것도 퍽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밑에서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스토리 자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건 스토리의 문제라기보다는 표현방식이나 번역 같은 소소한 부분을 신경 쓰지 못한 문제 같다. 분명 무게감 있고, 잘 짜여진 스토리가 이면에 존재한다. 그런데 그걸 충분히 끌어내 보여주질 못한다. 암향만 해도 그렇다.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 하나하나의 사연은 반전도 있고 슬픔도 있다. 그런데 명확하게 설명하질 않아서 대체 무슨 일인지 어림짐작할 수밖에 없다. 굵직 굵직한 큰 사건들만 다루다 보니까 그 안에 세밀한 인과관계 같은 게 죄 다 무시되는 느낌이다. 모두 자세하고 체계적인 설명이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암향이 무엇이고, 지금 주인공과 대화하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어림짐작으로 때려맞춰야 한다. 명확한 설명 없이 스토리가 진행되니 몰입하기가 어렵고 이해도 되지 않는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도 문제다. 000의 누구, xxx의 누구.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소개되는데, 이 인간들을 모두 외울 수 없는 건 당연하고 캐릭터 모델링이 다 비슷비슷해서 누가 누구인지 혼동이 된다. 실제로 플레이 도중 자칭 암향의 부문주 격인 여자가 등장했는데, 옆에 있는 일반 암향대원과 거의 흡사하게 생겨서 구분이 불가능했다. 옷이라도 좀 특색있게 입던지. 옷도 똑같아서 생김새는 물론이고 이름도 뇌리에 전혀 남지 않았었다.

빚 좋은 개살구로 그친 콘텐츠들

라인콩코리아는 검은달을 출시하면서 다양한 장점을 내세웠다. 세밀한 커스터마이징을 통한 나만의 캐릭터,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 흐름, 경공과 문파별 스킬을 조합한 나만의 연계기, 던전이나 퀘스트를 만들 수 있는 기담 등 즐길거리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검은달은 굉장히 방대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길을 가다가 NPC와 부딪쳐 싸움을 걸 수도 있고, NPC와의 관계를 개선해 인연을 맺을 수도 있다.

낚시도, 다대다 전투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가 빚 좋은 개살구 느낌이다. 세밀한 커스터마이징이라고 했지만, 모바일 게임이라는 한계상 이목구비의 세세한 부분까지 조절할 수는 없다. 조절해 봤자 티도 안 나고. 전투 역시 마찬가지다. 연계기라고 했지만, 버튼을 순차적으로 누르는 수준이고 연출이 화려하지도 않다. 콘텐츠를 만들어 놓았다고 하지만 콘텐츠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 직접 몸으로 부딪쳐가며 알아가야 한다.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 역시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건 조작감 문제와 연결되는 문제인데,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스토리를 위주로 진행이 된다. 그래서 초반 대부분의 콘텐츠가 누구누구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어라. 약초를 채집해와라. 이런 수준이다. 그런데 월드맵이나 시점 이동이 불편한 모바일의 특성 탓에 플레이어가 직접 지도를 보고 찾아가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다행히 퀘스트 목록에 있는 퀘스트를 누르면 캐릭터가 알아서 퀘스트를 수행하러 이동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 탓에 플레이어는 계속 퀘스트만 눌러서 자동이동을 누르게 된다. 전투가 빈약한 것도 문제. 필자는 초반에 플레이하고 2시간 30분 동안 전투다운 전투를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오픈 맵이라고 하는데, 맵에 몬스터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전투가 강제되는 퀘스트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 전투 없이 대화만으로 해결되는 퀘스트가 훨씬 많았다.

차라리 PC로 나왔으면

조작감도 안 좋다. 필자가 퀘스트 목록에서 퀘스트만 주구장창 누르며 자동이동을 실시한 이유는 맵을 봐도 캐릭터가 있는 위치를 알 수가 없을뿐더러 시점을 조작하는 것도 너무 불편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모바일 RPG 게임이 그런 경향이 있지만, 특히나 이 게임은 캐릭터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래픽 자체는 꽤나 수려한 편이지만 이것 역시 모바일이라는 기기의 한계 탓인지 감탄이 나올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오~ 모바일로도 이정도 그래픽이? 이정도랄까.

위의 문제점들을 종합해보면 검은달은 모바일이 아니라 PC로 나왔어야 할 게임이다. 실제로 라인콩코리아는 검은달을 PC버전으로도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무협 RPG의 원조격인 블레이드 앤 소울(이하 블소)과 너무 비교가 많이 된다. 블소만큼 그래픽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이펙트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자유로운 경공으로 하늘을 누비는 것이 검은달 게임의 장점이라고 했는데, 블소 이후 나오는 거의 모든 무협 게임에는 이 요소가 들어가 있다. 유일한 차별점이 바로 나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스토리와 어마어마한 자유도인데, 이 장점도 밑에서 언급할 이 게임의 최대 단점이 모두 잡아먹어 버렸다.

나 누구랑 말하는 거니? 발 번역이 망친 게임의 퀄리티

검은달의 가장 큰 단점은 번역과 연출이다. 해외에서 제작한 게임을 수입하여 현지화 시킨 게임의 경우 번역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지만, 검은달은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구글 번역기로 번역을 한 것인지, 직역해 놓은 표현이 많고, 대상을 지칭하는 호칭도 중구난방이다. 존댓말을 하던 캐릭터가 갑자기 반말을 하지 않나, 목소리는 남성인데, 모습은 여자인 충공깽인 광경도 자주 나온다. 음성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는 구간이 있고 안 나오는 구간이 있으며, 자막 싱크는 물론 영상과도 맞지 않는다. 이미 칼을 찔러서 상대가 죽은 다음인데, 1초 있다가 비명을 내지르는 식이다. 서신, 혹은 퀴즈에 적힌 글자도 세로로 쓰여져 있고, 띄어쓰기도 제대로 안 되어 있어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다. 화면에 가려져 글자가 짤리는 경우도 부지기수.

위에서 이야기했던 스토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도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다. 말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도 명확히 표현을 안해 놨고, 말투도 통일되어 있지 않으니 몰입이 안된다. 현지화를 이렇게 하면서 과연 성공하길 바랬던 것일까? 의문이 들 정도로 번역과 연출이 허술했다.

무협,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사람만. 게임으로 접근하면 울화통 터진다.

검은달은 모바일게임치고 그래픽이 굉장히 훌륭한 편이다.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프롤로그에서는 전투 연출도 꽤나 화려하다. 플레이어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간다는 컨셉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장점을 번역과 연출이 말아먹었다. 소재 자체는 좋으니 차라리 그래픽이나 연출 같은 부분을 조금 더 보완해서 제대로 된 PC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번역이나 스토리에 큰 관심 없이(스토리가 강점인 게임인데, 스토리를 안 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냥 무협이라는 세계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플레이해 볼 수도 있겠지만, 추천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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