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그 좋은 소재를 가지고 주구장창 쌈박질만? 나의 히어로 원즈 저스티스2 리뷰

  • 입력 2020.03.16 13:46
  • 수정 2020.03.20 12:55
  • 기자명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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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진행한 리뷰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 있지만 필자는 원작 IP가 있는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일본의 만화를 게임으로 옮겨온 작품들. 드래곤볼, 진격의 거인, 나루토 시리즈 등은 그 시스템이나 장르가 독특하지 않다면 한 두 번 건드려보고 더 이상 플레이하지 않는 편이다. 이런 게임들은 스토리나 연출, 캐릭터성 모두가 원작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전, 혹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맛이 없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앞으로 주인공이 무슨 행동을 취할지를 게이머가 알고, 어떻게 적을 무찌르는지까지 알고 있다는 건 게임의 긴장감을 뚝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 계속 출시되는 이유는 뭘까?

일단 대중적이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 캐릭터성은 이미 시장에서 대중의 선택을 받은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완성도가 높다. 여기에 원작을 사랑하는 팬들은 자신이 원작의 캐릭터를 직접 조종한다는 것 자체에 쾌감을 느껴서 게임성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손오공을 조종하고 싶어서’, ‘내가 루피가 되어 칠무해를 때려잡고 싶어서게임을 하는 것이지, 게임이 얼마나 완성도 있게 나왔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 팬들도 많다는 것이다.

개발사도 이를 인지하고 있기에 과거의 IP 게임들은 게임성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캐릭터 모델링과 연출에만 신경 쓰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간혹, 게임성과 스토리를 모두 잡은 게임들이 등장해 흥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드래곤볼 제노버스 시리즈, 진격의 거인 시리즈 같은 게임들이 대표적이다. 지금 리뷰할 게임은 나의 히어로 원즈 저스티스2.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라는 대작 만화의 IP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으로 2018년에 출시된 나의 히어로 원즈 저스티스의 후속작이다. PS4, Xbox one, 닌텐도 스위치 등으로 출시되었고 필자는 스팀버전으로 플레이 했다.

주요 스토리는 사예팔재회와의 싸움

원작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게임들은 스토리에 공을 들이기가 어렵다. 원작의 스토리를 비틀면 팬들에게 욕을 얻어먹고, 그렇다고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면 개발사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그래도 원작을 따라가면 적어도 욕은 먹지 않기에 대부분의 IP게임들은 원작의 스토리를 재탕하는 수준이다. 이 클리셰를 비튼 게 드래곤볼 제노버스와 진격의 거인이다.

두 게임 모두 콘텐츠의 주인공을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스토리에 첨가시켰다. 이런 독특한 방식으로 일반적인 IP기반 게임들이 스토리 모드에서 주는 지루함을 최소화시켰고, 이 부분이 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나의 히어로 원즈 저스티스2’는 이런 방식을 차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IP 게임 방식을 따라간다. 이 탓에 이미 원작의 스토리를 알고 있는 이들은 스토리모드가 조금 지루할 수 있다.

스토리는 주인공의 악우인 바쿠고가 빌런연합에서 탈출한 시점부터 사예팔재회와의 싸움까지를 그리고 있다. 스토리 모드 곳곳에 애니메이션, 혹은 만화에서 쓰인 연출들이 생략되어 나오기 때문에 원작을 읽었던 팬들은 기억을 되새기며 플레이할 수 있다. 나의 히어로 원즈 저스티스1 에서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사건을 히어로와 빌런. 양쪽에서 진행한다. 게이머들에게 최대한 많은 전투를 경험하게 하기 위함인지 원작에 없는 소소한 전투신을 추가했지만 큰 줄기를 해칠 정도는 아니다.

 

의미 없는 전투의 연속. 지루할 수 있다.

나의 히어로 원즈 저스티스2는 여러 가지 모드를 지원하고 있다. 먼저 솔로잉으로 진행되는 오프라인 모드는 크게 3가지. 기본적인 스토리 모드와 캐릭터 한 명으로 차례 차례 등장하는 적을 이겨 나가는 아케이드 모드, 마지막으로 해금된 캐릭터들을 내 입맛에 맞게 구성해서 히어로 사무실을 운영한다는 컨셉의 미션 모드다. 모드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있지만, 결론은 그냥 계속 싸우면 끝인 게임이다. 이 부분이 굉장히 단순하게 다가왔지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다른 모드야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미션 모드는 전통적인 대전게임과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보자. 앞에서 필자가 칭찬한 드래곤볼 저스티스2 같은 경우, 이 게임과 마찬가지로 전투가 주요 콘텐츠 구성되어 모든 콘텐츠가 전투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여기에 육성이라는 요소를 첨가해 지루함을 줄였다. 어떤 방식으로 키우고 어떤 기술을 키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캐릭이 되기 때문에 빨리 전투를 해서 내 캐릭을 키워주고 싶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히어로 원즈 저스티스2는 이러한 부분에서 부족함이 보인다. 전투를 계속 이어나가도 딱히 보상이 없다. 캐릭터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보여주겠다는 아케이드 모드에서는 그냥 대사 몇 줄이 끝이고, 미션 모드에서는 적을 이기면 레벨이 오르는 게 다다. 레벨이 올라서 무슨 이득이 있고, 이 적들을 이김으로써 어떤 변화가 있는지는 설명이 일절 없다.

딱 하나 전투로 얻을 수 있는 게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코스프레 아이템인데, 애초에 원작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는 게임의 특성상 캐릭터의 원형을 크게 바꾸는 건 팬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수류탄 모양의 토시를 가진 바쿠고의 히어로 코스튬을 내 입맛에 따라 다르게 바꿀 수 있지만, 이걸 정말 바꾸는 사람이 많을지는 의문이다. 단순히 색만 몇 개 바꾼다면 모를까.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인 원피스나 나루토 같은 IP라면 이런 부분들이 주효할 수도 있겠으나,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는 히어로 코스튬까지가 캐릭터의 일부분인 만화다. 이걸 해치는 건 골수 팬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보는 맛은 있는데, 사소한 단점이 걸린다.

전투가 주를 이루고 있는 만큼, 가장 중요한 게 전투의 재미다. 나의 히어로 원즈 저스티스2의 전투는 심플하다. 일반 공격 한 개와 개성을 이용한 2가지 특수공격이 있는데, 특수공격은 커맨드 입력에 따라 2~3가지 형태로 변형되어 존재한다. 필살기는 모든 캐릭터가 공통적으로 3개를 보유하고 있다. 위력에 따라 게이지 한 개와 두 개, 세 개를 소모하게 되며 필살기를 사용할 때는 캐릭에 따라 아주 짧은 컷신이 등장하기도 한다. 사이드킥을 2명까지 데려갈 수 있으며 이 사이드킥은 사용하면 필살기를 이용해 주 캐릭을 돕는다.

전투의 구성 자체는 어렵지 않고, 커맨드도 쉬운 편이다. 거기다 캐릭터 특성에 맞게 기술을 구현해 놔서 각 캐릭터를 조작하는 재미도 있다. 바쿠고는 원작과 맞게 굉장히 스피디하면서 연타 위주로 기술이 구성되어 있고, 키리시마는 묵직하고 단단한 기술로 무장하고 있으며 일정 기술을 쓰면 슈퍼아머가 생성되는 식이다. 컷신의 연출도 굉장히 화려한 편이다. 원작에서 사용된 기술이나 일부 장면을 연상시키는 연출이 자주 등장하며 때로는 원작에서 제대로 언급되지 않은 화려한 기술도 등장한다. 연출 하나 만큼은 굉장히 잘 뽑혀서 보는 재미가 있다.

연출이 좋은 편이지만, 그것 외에는 딱히 장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타격감은 못 봐줄 정도는 아니지만 엄청 좋은 편도 아니고 전투 구성이 단순한 것과 별개로 대체 캐릭터의 컨셉을 이해 못하겠는 경우도 있다. 특히 사소한 부분에서 생겨난 오류는 게이머에게 혼란을 주기 일쑤다. 예를 들어 같은 색상의 똑같은 코스튬을 입은 적이 등장할 경우, 게이머는 적과 자신을 구분하지 못한다. 게다가 적을 날려버리기라도 하면 시점이 가까운 곳에 있는 캐릭에게 고정되는데, 그렇게 되면 저~ 멀리 코딱지만하게 생긴 캐릭터를 보고 조작을 해야 한다. 이런 사소한 문제들 때문에 전투가 화딱지 나는 경우도 왕왕 생기곤 한다.

발전이 없는 그래픽과 시스템.

그래픽은 반다이 남코 특유의 애니메이션이 가미된 그래픽이다. 반다이 남코의 게임이 그렇듯 캐릭터의 움직임이 부드럽고 경쾌해서 조작감이 불편한 경우는 거의 없다. BGM도 원작의 음악을 일부 차용해 오고, 일본 특유의 오글거리는 연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 부분에서 웅장할 뿐, 무난한 수준이다. 만약 이 게임이 시리즈가 아니라 처음 나온 게임이라면 제법 잘 구현했다고 칭찬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히어로 원즈 저스티스2는 엄연히 전작에 이어지는 게임이다. 그런데 전혀 발전이 없다. 시스템이나 전체적인 구도를 그대로 따라갔고, 오직 변한 건 볼륨 뿐. 볼륨을 늘렸다고 하지만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조금 늘리고, 스토리, 아케이드모드에서 쓸데없는 배틀을 늘린 것에 불과하기에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했던가? 오히려 지루한 배틀, 의미 없는 배틀이 계속 이어져서 피로감만 더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냥 흔하디 흔한 IP게임으로 남은 평작.

나의 히어로 원즈 저스티스2의 원작 IP인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는 세계관이나 캐릭터성이 워낙 탁월해 다양한 방식으로 변모가 가능한 콘텐츠다. 게이머가 나만의 히어로를 만들어 키우는 방식, 개성을 선택해서 빌런이나 히어로를 선택하게 하는 방식. 등 여러 가지로 개발사가 주무를 여지가 많은 콘텐츠라는 것이다. 그런데 반다이는 이 좋은 소재를 그냥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기반 IP 게임으로 만들어버렸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팬인 게이머들은 소소한 재미를 느껴가며 즐길 수 있겠지만, 팬심을 버리고 오직 대전게임으로서의 퀄리티만 따지면 아무리 후하게 쳐줘도 평작 정도다. 2만원 정도라면 플레이해보라고 추천하겠지만, 6만원이 넘는 가격은 너무 비싼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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