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고, 만들고, 공유하라! PS4 '드림즈 유니버스' 리뷰

  • 입력 2020.02.20 13:53
  • 기자명 더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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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라면 '샌드박스'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보고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굳이 게임이냐, 아니면 하나의 독립된 장르냐를 구분하기에는 그 범위가 넓고 무엇보다 명확한 기준점이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대충 단어의 뜻 그대로 '모래성을 만드는 것처럼 게임을 만드는 것'이라는 느낌은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 '심시티'나 '심즈' 같은 게임부터 '마인 크래프트', '리틀 빅 플래닛' 그리고 타이틀 뒤에 '타이쿤'이 붙은 게임들이 이에 속할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마인 크래프트'의 경우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나가고 또 참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인 크래프트'를 예로 들자면 꼭 게임뿐만 아니라 현실에서의 '건축물, 명화, 영화의 한 장면'을 게임에 그대로 옮겨오기도 하고, 자신 혹은 누군가의 상상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샌드박스'라는 이름에 걸쳐있는 타이틀은 개발사가 만든 완제품을 플레이어들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보다 '플레이어들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공유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측면보다는 일종의 개발 혹은 제작 '툴'로 보는 경우도 많다. 굳이 이렇게 나누는 것 역시 크게 의미는 없다. 툴이 곧 게임이고, 게임이 곧 툴이 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매니아들이 형성한 '쯔구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디어를 현실에 풀어내는 일은 어려운 일이지만, 게이머라면 누구나 '내가 꿈꿔왔던 이야기'를 게임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그 꿈을 게임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꿈과 같은 이야기를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작 툴이 있다면 아마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리틀 빅 플래닛'으로 이름을 알린 제작사 '미디어 몰큘'이 게이머들의 꿈을 그려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작 타이틀 '드림즈 유니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아마 오래전부터 이 타이틀에 관심이 있었던 게이머들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떡밥만 던져오고, 찔끔찔끔 개발상황을 엿볼 수 있었던 신작이 드디어 정식으로 출시됐다.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고, 한계는 오직 상상력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 '드림즈 유니버스'. 과연 게이머들의 상상과 꿈을 그려낼 수 있도록 어떤 방식으로 도와줄 것인지, PS4 플랫폼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월드빌드 제작 툴'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한번 알아볼까 한다.

우선 '드림즈 유니버스'는 게임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제작 툴'에 가깝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경험'보다는 '창조'의 재미를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세상 혹은 게임을 만들어 누군가를 초대할 수 있고, 다른 플레이어 혹은 팀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크게 나누자면 '창조 - 체험 - 공유 - 커뮤니티 - 피드백' 같은 과정들을 거치게 되는 셈이다.

 

그만큼 '드림즈 유니버스'는 이 타이틀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꿈'이라는 것에는 뚜렷한 장르가 없듯이 말이다. 그러다 보니 '소문만 듣고 샀는데 이게 뭔 게임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많은 게이머가 '심시티', '롤러코스터 타이쿤', '마인 크래프트'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기 맨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마 처음에 등장하는 먼지 덩어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 원뿔을 조종하며, 커다란 네모를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드림즈 유니버스'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드림 서핑'을 통해 경험해 볼 수 있다. '미디어 몰큘'이 '드림즈 유니버스'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어떤 길을 보여줄지를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일종의 데모와 같은 '아트의 꿈'이라는 이야기를 통해서다.

'미디어 몰큘'이 준비한 '아트의 꿈'은 3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아트'가 겪었던 경험과 현재의 이야기가 각자의 컨셉에 맞게 구성되어 있으며,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아트'는 재즈 밴드에서 더블 베이스를 연주하는 뮤지션이다. 하지만, 그는 언제부턴가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를 참지 못하고 주변에 있던 연인과 동료들을 버린 채 비겁하게 떠나버린다. 그 후 자신의 어린 시절과 내면의 자신을 맞닥뜨리게 되고, 현재의 어두운 현실을 벗어나고자 한다.

 

이 여행은 3가지의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PS4의 많은 명작이 보여준 3인칭 어드벤쳐 방식과 인터렉티브 무비를 조금씩 섞었다고 볼 수 있다. 분기나 챕터가 따로 나뉘어 있긴 하지만, 이야기 전체의 흐름에서 본다면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플레이된다.

 

처음은 '프랜시스'와 '안대 폭시'라는 장난감들의 이야기부터 만나게 된다. 이 두 캐릭터는 주인공 '아트'의 어린 시절 기억이다. '안대 폭시'는 작은 원반을 발사할 수 있고, '프랜시스'는 망치를 휘두르며, 바디슬램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둘의 파트에서는 서로 캐릭터를 번갈아 가며 조종할 수 있고, 까마귀 손빅에게 납치된 '랜스윙'을 구해야 한다. 액션 어드벤쳐 형식으로 진행된다.

 

다음 이야기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로봇'이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퍼즐'과 '길 찾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플레이 방식은 '프랜시스'와 '안대 폭시'의 경우와 비슷하다. '디버그'와 '엘이디'라는 두 로봇을 번갈아 가며 조종할 수 있으며, '루트 알'이라는 거대로봇의 심장, 혹은 배터리와 같은 물건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굉장히 쉽고 시시할 수도 있다. '아트'의 이야기를 진행하며 가끔 등장하는 이 캐릭터들을 활용해 퍼즐을 풀거나, 적들을 물리치거나, 숨겨진 아이템과 단서를 찾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숨겨진 아이템은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나중에 '제작'에서는 활용할 수 있다.

이 데모와 같은 '아트의 꿈'은 '드림즈 유니버스에 오신 드리머 여러분도 아트의 꿈과 같은 이야기를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를 보여주는 것이지 이 자체가 '드림즈 유니버스'는 아니다. 그럼에도 '아트의 꿈'은 훌륭한 첫 경험이 된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영화 혹은 뮤지컬을 본 느낌이 들었다. '미디어 몰큘'의 저력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전반적인 그래픽이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 그리고 무엇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음악과 표현방식이 좋았다. '멋진 단편 게임'을 플레이 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드림즈 유니버스'를 통해 '아트의 꿈'을 전혀 다른 방식, 다른 장르로 풀어낼 수도 있을 것이고, 제작사가 제시한 것보다 훨씬 훌륭한 캐릭터, 음악으로 꾸밀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참여하는 '플레이어'의 경험과 공유에 의해 그 재미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리틀 빅 플래닛'이나 '마인크래프트'를 예로 들면 아마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게임은 누군가에게는 그저 '초딩들이나 할 법한 게임'으로 기억에 남아 있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겨준 명작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드림즈 유니버스'는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에 의해 그 생명력이 유지될 것이다.

'드림즈 유니버스'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이런 과정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준비했다. 우선 이 타이틀의 다른 축인 '창작' 즉, '드림 셰이핑'은 튜토리얼을 통해 차근차근 진행된다. 처음에는 네모 판 하나 제대로 움직이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시점과 조작 자체가 매우 생소하다. 마우스와 키보드가 아닌 '모션 컨트롤러'를 사용해야 한다는 건 일반 게이머에겐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플랫폼의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을 하나씩 줄이고, 플레이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많은 보상을 준비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튜토리얼의 이야기다. '기본'을 배우기는 쉽지만 어느 정도 제대로 된 자신의 세상을 만들고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가 되기까지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이 어려운 과정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천천히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아트의 꿈'과 같은 세상을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플레이어의 결과물을 경험해보고, 실력 향상을 통해 '드림즈 유니버스'가 제공하는 툴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알게 되면, '아트의 꿈'만큼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만들고 공유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피드백'이다. '드림즈 유니버스'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올린 게임들을 플레이하고, 여기에 코멘트나 '좋아요'를 누르고, 스크릿 샷도 공유할 수 있다. 플레이어간의 활발한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더 발전된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한 모습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특히 선택한 '드림'을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살펴보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너무 뻔한 말이지만, 게이머들의 상상력과 꿈은 우주만큼이나 거대하고 무한하다. '드림즈 유니버스'는 PS4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모든 아이디어는 현실이 되도록'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서로의 꿈을 공유할 수 있는, 이제 더 상상과 머릿속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타이틀이 게이머들을 찾아왔다.

 

꿈을 표현하기 위해 준비된 재료들은 훌륭하다. '드림즈 유니버스'는 그 어떤 PS4 타이틀보다 참여하는 '드리머'들의 역할이 크다. 이제부터는 플레이어들이 보여줘야 한다. 우선은 수많은 '꿈'이 과감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잘하고 못하고의 완성도를 떠나서 활발한 도전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드림즈 유니버스'는 이제 시작이다.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고,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면 과감하게 도전해 볼 것을 추천한다. 앞으로 전 세계의 멋진 상상과 꿈들이 '드림즈 유니버스'에서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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