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덩치 하는 녀석! 쥬라기 월드 에볼루션 (Jurassic World Evolution)

  • 입력 2018.07.06 12:20
  • 수정 2018.07.24 12:04
  • 기자명 캡틴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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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어린애들은 공룡을 좋아한다.

 

이게 우리 세대에만 유행했던 것 인가했었는데, 요즘 어린애들도 공룡 백과사전을 끼고 사는 아이들이 있는 것 보면 딱히 세대를 따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어린이들의 공룡 사랑은 심지어 국적도 초월한다. 미국 어린이도 스리랑카 어린이도 공룡을 좋아한다.

 

심지어 공룡은 산업의 분야를 초월한다. 학부모님들의 친구, 공룡과 지구의 역사를 엮는 공룡 백과사전의 교육 분야에서부터, 학부모님들의 원수, 비싼 플라스틱 쪼가리인 공룡 장난감들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분야에서 공룡을 만나 볼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이 공룡이 호이라는 말을 할 줄 안다는 걸 아는지야 모르겠으나, 어린이들의 공룡 사랑이 세대와 국경과 산업도 초월한다니, 이러한 정황들을 볼 때 한 가지 확실한 것.

 

인간은 공룡을 사랑한다.

 

정확히는 5~6세 사이 정도에 한 번쯤 인간은 공룡을 좋아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이게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인간이 지구 위에 걸어 다니기도 수 천 년 이전에 있었다는, 그것도 평범한 생물체도 아니고 몸집이 집체 만 하다는 거대한 생물체 이야기는 일종의 동화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린이들에게 공룡은 유니콘이나 산타와 비슷한 것이다.

유니콘, 산타 그리고 공룡.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지금, 공룡 장난감을 만져본 일을 백악기 시절만큼이나 옛날로 느끼는 어른들이 다시금 하루 종일 공룡을 가지고 놀게 만드는 게임이 등장했으니, 그 이름 하여 <쥬라기 월드 에볼루션> (Jurassic World Evolution) 되시겠다!

 

 

영화 <쥬라기 월드> 시리즈와 연관이 깊은 게임이다.

이렇게 멋들어진 제작사 로고가 지나가고 나면...

 

 

멋진 배경음악과 함께 로고와 메인화면이 등장한다.

 

▲ 메인 화면에도 DLC 광고가 돌아가고 있다.

 

 

어떻게 부가수익을 창출할지도 이미 정해둔 듯하다.

새로운 공룡들을 추가시켜주는 DLC 는 게임 플레이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공룡의 수 자체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공룡 마니아 이거나 매우 많은 시간 플레이로 지루해질 때 즘 구매할 법한 것 같다.

 

▲애써 만든 초식공룡들의 서식지. 초식공룡은 여러종을 한 곳에 살게 해도 괜찮지만, 육식 공룡들은 상당히 호전적이라 종별로 분리하는게 제일 좋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게임은 재미있다! 그것도 정말 어지간히 재밌다.

필자는 게임을 시작한지 약 3일 만에 10시간 이상 플레이했는데, 중간중간 멍을 때린 것도 아니고 완전히 몰입해서 플레이한 시간이 그 정도다. 장르는 다르지만 플레이하는 감각을 비교하자면 문명 5를 처음 해 봤을 때 느낌이다.

 

<쥬라기 월드 에볼루션> (Jurassic World Evolution)을 장르적으로 정의하자면 경영전략 게임,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말로 하자면 타이쿤 게임이라 할 수 있겠다.

솔직한 말로 말해서, 타이쿤 게임을 재미없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 일까?

물론 불가능을 몸소 뛰어넘는 개발사들도 많이 있지만, <붕어빵 타이쿤>에서 붕어빵을 뒤집고 <롤러코스터 타이쿤>에서 승객들을 하늘로 승천하는 롤러코스터에 태우며 놀던 시절부터 타이쿤은 꿀잼장르였다.

 

기본적으론 경영 전략이나, <쥬라기 월드 에볼루션> (Jurassic World Evolution)은 다른 타이쿤과는 궤를 조금 다르게 가져가긴 한다.

말하자면 다른 타이쿤들과는 다른 스타일의 쪼는 맛이 존재하는 게임이다.

 

▲ 공포의 사보타지, 게임 중반부 이후 이 녀석들이 보이면 속으로 비명을 지르게 된다.

 

다른 경영 게임들은 따지고 보면 너무 뻔하다. 경영의 목표는 대부분 그 자체고 경영자인 플레이어는 자본주의의 공급과 수요곡선 위에서 싸우며 분투하는 게 보통이다.

파산이 곧 게임오버고 돈만 많으면 걱정이 없다. 그런데, <쥬라기 월드 에볼루션> (Jurassic World Evolution)에서 가장 큰 적은 경제나 돈 같은 것이 아니다.

굉장히 의외이게도, 바로 공룡들이다.

 

▲ 트레일러 캡쳐, 실제 인게임 화면도 이정도 수준은 된다. 줌을 들어가면 이것 이상으로 박진감 넘친다.

 

 

초식 공룡들도 위험하지만, 기껏 애써 모신 손님을 잡아먹어 버리는 육식 공룡들에 비하면 양반이다. 놈들은 뻑 하면 펜스를 부수고 도망쳐 사람들에게 으르렁거리고 관광객을 잡아먹는다. 오죽하면 게임 내에 등장하는 몇몇 퀘스트의 내용이 ‘2분간 손님들이 모두 무사하기같은 것이 있을 정도다!

왕 중의 왕 티라노 사우르스가 행여 펜스를 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건, 긴급 상황 정도가 아니라 악몽이다.

 

 

 

물론 이런 공룡 사고를 수습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능숙한 플레이어라면 ACU 팀과 레인저 팀을 능란하게 조종해 날뛰는 공룡들을 가볍게 제압 할 수 있다. 하지만 공룡이 탈출했다는 메시지가 뜰 때 심장이 덜컹하는 것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게임의 기본적인 목표는 공원의 평점을 올리는 것이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평점이다. 사람이 잡아먹히는 공원의 평점이란 것은, 절대로 훌륭할 수가 없다는 게 이상한 소린 아니다.

 

 

 

보통 별점을 3점 정도 얻으면 다음 스테이지가 개방된다. 단순히 다음 섬을 개방하는 것 이외에도, 해당 섬에서만 달성 할 수 있는 목표들과 그와 관련된 콘텐츠들 (특정 시기의 화석을 얻을 수 있게 된다던지 등) 이 준비되어 있어서 더욱 오래도록 플레이할 여지는 많다.

3개를 얻어 다음 섬을 여는 기본 미션을 클리어하는 것만으로도 한 섬당 대략 3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이 들어간다. 물론, 이는 필자가 사전에 공략이나 정보 등을 고의적으로 찾아보지 않고 직접 경험하며 공략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바로 꿀잼 이었다.

 

화석을 캐고...
화석을 캐고...
업그레이드를 한다! 이것이 공원 발전의 기본.
업그레이드를 한다! 이것이 공원 발전의 기본.

 

 

게임에 쪼는 맛이 있는 것도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게 만드는 요소지만, 게임을 움직이는 더 큰 엔진은 공원 내부에 메니지 할 것이 참도 많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는 공원을 경영하는 것과 더불어, 자금 등을 투자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더 많은 화석을 캐내고 화석들로부터 DNA를 추출, 새로운 공룡을 복원하는 사명을 받게 된다.

공원 경영과 더불어 간소하게나마 화석 발굴팀의 운용, 연구팀의 관리를 동시에 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아까 말했듯 퍽 하면 공룡들이 담장을 뛰어넘고, 가끔은 동물원을 반대하는 환경 보존 단체인지, 혹은 멋진 공룡들 덕분에 파리만 날리는 디즈니랜드 사장일 것이 틀림없는 의문의 사보타지’(고의적 방해 공작을 펼치는 세력) 들이 나타나 깽판을 놓는다.

 

처음에는 좀 심심 하나?’ 싶던 게임의 흐름이 이내 기류를 타게 된 뒤에는 끝도 없이 파고들게 만드는 이유가 이것이다. 할 것이 너무 많다!

 

 

게다가 게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또 하나의 축은 바로, 일종의 퀘스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계약시스템이다.

플레이어는 원한다면 언제든지 퀘스트를 수령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보상도 짭짤한 데다가, 게임 플레이의 큰 컨텐츠들이 이 퀘스트들과 연계되기 때문에 꾸준히 클리어해 주어야 하기도 한다.

 

 

 

계약(퀘스트)3가지 분야가 있다. 연구/엔터테인먼트/관리 보안 이 그것이다.

쉽게 말해서, 다른 게임의 세력전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연구는 일종의 진보주의자들이다. 새로운 공룡을 찾아 개발하고 더 많은 공룡을 이 세상에 살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이들은 공룡을 되살리는 행위를 좋다고 생각한다.

반면 관리 보안의 사람들은 공룡과 사람이 어울리는 게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혹시 쥬라기 영화 속에서 (거의 대부분) 총을 들고 근엄한 군인 인상의 사람을 보았다면, 이들이 관리 보안 계통의 사람이다.

엔터테인먼트는 이러든 저러든 상관없다는 축이다. 관광객들을 즐겁게 만들고 돈만 많이 벌면 장땡이라는 파다.

 

플레이어는 셋 중 한쪽의 퀘스트를 골라서 깰 수 있고, 이곳저곳의 퀘를 받아 깰 수도 있지만 각 분야에 대한 공헌도가 서로 갈려버리기 때문에 보통 한 쪽에 서서 한동안 플레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연구 분야 퀘스트를 깨면 연구 분야의 공헌이 오르고, 엔터테이먼트와 보안관리의 공헌은 역으로 깎여나가는 식이다. 어중 띄게 세 곳의 퀘스트를 골고루 받으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 평소에 이렇게 작게 보던 공룡이….
▲ 확대하면 매우 자연스럽게 이렇게 퀼리티 높은 모델링이 보인다! 영화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대표 격인 T-렉스.

 

물론 이 게임을 하는 재미가 경영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손톱만 하게 보이던 공룡이 살살 휠을 굴려 자연스럽게 다가가면 화면 가득 퀼리티 높은 품위 있는 모습으로 들어차는 것이 또한 백미다.

공룡에 관한 디테일에 상당히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건 모델링에만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이 게임 자체가 영화로 치면 봉준호감독의 영화처럼 디테일에 미쳐있다.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영화에 반영된 설정들이 차차 이해가 되는 수준이다. 왜 펜스를 2중으로 쳐놓았는지, 왜 보안 문을 복잡하게 꼬아 놓는지, 또 영화에선 왜 티라노사우르스만 늘 혼자 있는지 등도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치밀한 디테일이 일종의 깨달음을 주는 순간까지 오게 만든다.

 

필자는 처음엔 공룡들을 굉장히 강경하게 대했었다. 펜스를 넘을 기미가 보이는 녀석은 바로 마취시켜 버렸고, 자꾸 문제를 일으키는 녀석은 과감하게 팔아버렸다. 반항적인 녀석들을 더욱더 강하게 가두어 두려고 펜스와 장벽의 업그레이드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니까 처음엔 일종의 보안파 였던 셈이다.

 

그런데 게임에 대한 시야가 점차 넓어지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유난히 자꾸만 펜스를 깨부수던 박치기 공룡의 상태를 자세히 살펴본 게 계기였다.

이 말 안 듣는 골칫덩어리 녀석이 계속해서 펜스를 까부수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외로워서 였던 것 이다.

 

▲ 종마다 현격하게 다른 스테이터스, 이 녀석은 유난히도 소셜 (social) 부분에 약하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녀석이란 뜻이다.

 

그리하여 친구를 여러 명 만들어주자, 놀랍게도 이 골칫덩어리가 잠잠해지는 것이 아닌가?

평온을 얻은 녀석은 종합적인 행복 수치 (comfort)도 올라갔다.

 

그렇다. 공룡들이 펜스를 넘지 않게 만드는 근본적인 방법은, 더욱 강한 펜스를 세우는 것이 아닌, 펜스 안의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었던 것 이다.

 

영화 속에서 반복해서 주인공들이 말해주었던 진리를 게임을 통해서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들과 공생하는 방법은 그들을 억압하는 것이 아닌, 이해하는 것이다.

 

 

 

<쥬라기 월드 에볼루션> (Jurassic World Evolution)은 한마디로 말 해 잘 만든 게임이고 재미도 있다.

비록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Jurassic World: Fallen Kingdom, 2018) 의 개봉에 맞추어 함께 나온 영악한 수법을 쓰기도 했지만, 영화와 떼어두고 게임 자체만 보아도 한 덩치 하는 녀석이란 소리다. 물론, 쥬라기 시리즈 영화의 팬이라면 좋아할 만한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은 덤이고 말이다.

 

유일한 단점을 꼽자면 한글 지원계획이 묘연하고, 유저 한글 패치 제작자들은 이제야 해볼까?’ 단계 정도라 지금으로선 거의 영어로 플레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만 타이쿤 게임이 대게 언어와 무관하듯, 영어에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럭저럭 무난하게 플레이 가능한 수준이다.

 

 

최신 it 공학기술로 부활한 공룡들이 살아 숨 쉬는 꿈의 땅, 이번 주말엔 콜라 한 캔과 함께 <쥬라기 월드 에볼루션> (Jurassic World Evolution)의 세계로 떠나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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