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워크3 리포지드 - 블리자드에게 작별을. 잘가! 블리자드!

  • 입력 2020.01.31 12:49
  • 기자명 People's 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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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1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40여개의 크고 작은 게임들을 리뷰해왔었는데요, 이 게임은 정말 누구에게나 소개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멋진 게임도 있었지만 반대로 손가락질하며 비판하고 싶은 "최악"의 게임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원작 애니메이션만 믿고 기본적인 플레이조차 안될정도의 끔찍한 프레임 드롭과 멈춤현상들 그리고 3살배기 아이들조차 유치해서 못할 정도로 무성의하게 찍어냈던 "닌자박스"와,

이에 못지않게 쌍벽을 이뤘던 중국산 PS게임 몽키킹:히어로 이즈 백 그리고 얼마전 리뷰했던 새벽의 좀비는 제 게임인생을 통틀어서도 순위권에 들만큼 "최악" 의 게임들이었습니다. 앤썸은 천상계니까 예외로 해야할 것 같구요.

 

 

그런데, 오늘 이 최악의 게임 순위에 진입할 새로운 타이틀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블리자드" 의 워크래프트3 : 리포지드 입니다.

블리자드가 어떤 회사입니까. 많은 게이머들에게 좋은 게임과 재밌는 게임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 착한 기업이죠. 디아블로 이모탈 사태부터 본격적으로 무너져내리기 시작한 이 개발사의 최근 삽질은 그야말로 끝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번 워크래프트3 : 리포지드는 그 삽질쑈의 정점을 찍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도대체 어쩌다가 블리자드가 이지경이 되버린건지 참..... 씁쓸하기도 합니다.

지금부터 워크래프트3 : 리포지드를 간략하게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워크래프트3는, 몇년전 스타크래프트가 그러했듯 리마스터의 개념으로 "리포지드" 라는 제목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접했을때는 건물들부터 캐릭터, 그리고 배경 등 그래픽적인 부분에서 정말 많은 것을 손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타이틀이었습니다. 몇몇 버그성으로 보였던 부분들 마저도 하나의 컨텐츠로 남겨둔채 몇몇 부분들, 그러나 확실히 눈에 띄는 부분들을 고쳐나온, 그야말로 팬들을 위한 선물과 같은 리마스터이기도 했었죠.

분명 워크3의 팬분들도 스타크래프트의 비교적 성공적인 리마스터를 보며, 기대감을 가지셨을겁니다. 특히 기존의 출시일을 한차례 연기했기때문에 완성도 부분에서 조금 더 힘을 주는건가? 하는 분들도 계셨을거구요.

 

 

그러나 그 기대감은, 게임의 첫 캠페인을 시작하는 순간 뭔가 잘못됬다는 느낌으로 바뀌실 겁니다.

현재 인터넷에서도 가장 혹평받고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일단 스크린샷들은 각각 인게임 컷씬 2장면, 그리고 인게임 플레이중 확대샷 1장면을 준비했습니다.

얼핏보면 그래도 인터넷에서 욕먹는거 만큼은 아니네? 하실수도 있지만, 확대된 캐릭터들의 모델링이 나쁘지 않다는 것은 RTS에서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렵습니다. 자원채취, 전투 그리고 컨트롤이 주를 이루는 RTS 장르에서 그 교전의 순간 캐릭터를 확대하고 모델링을 감상할 기회나 이유는 많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캐릭터 모델링 부분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들의 그래픽 상태가 너무나도 심각하다는 점입니다.

인게임 플레이에서는 앞서 말씀드렸던 캐릭터 모델링을 제외하면 배경부터 효과 등 전반적인 품질이 굉장히 좋지 않은 편이었고, 심지어는 캐릭터들의 모션이나 인게임 컷씬 그리고 전투 연출방법 등도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얼핏 보면 모바일 게임인가 싶을정도로 말이죠.

아무리 이게 리메이크가 아니고 리마스터로 출시된 타이틀이라지만.. 이건 너무 심했습니다. 모션이나 연출 등을 고치는 것이 무리였다면 최소한 영웅 캐릭터들이 구사하는 스킬 이펙트 정도는 수정할 수 있지 않았나요? 조금 더 화려하거나 묵직하게 말이죠. 전투를 하다보면 지금 내가 스킬을 쓴 건지 안 쓴건지 헷갈릴 정도로 효과는 빈약하고 볼품 없습니다.
 

 

과장 조금 보태서, 지금의 워크래프트3 : 리포지드는 캐릭터 모델링 딱 하나 빼고는 옛날 그 게임을 그대로 플레이하는 느낌이었어요. 마치 기존의 워크래프트3 에 캐릭터 스킨만 DLC로 끼워서 플레이하는 그런 느낌말이죠.

위 스크린샷에서 캐릭터 초상화가 나오는 저 부분. 그러니까 저 네모칸 딱 하나만 "그나마" 봐줄만한 부분인겁니다. 이 부분조차도 어설픈데 다른 UI나 배경, 건물들, 나무나 물들은 더 심각한 수준이에요. 과연 저 스크린샷을 보고 2020년에 새로 출시된 게임이야? 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무리 리메이크 가 아니라 리마스터 라지만 이건 정도가 지나쳤어요.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던 건 블리즈컨 당시 블리자드가 했던 "거짓말" 들입니다.

위 움짤의 좌측이 2018 블리즈컨 사전공개시 나왔던 인게임 컷씬이고, 오른쪽이 리포지드에서 "실제로" 등장하는 컷씬입니다. 그래요, 개발중이므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라는 멘트는 이해하지만 이건 정도가 지나쳤습니다. 홍보할때는 이벤트 연출도 개선하고 전체적으로 향상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한 개발사는 시연 영상에서는 나름대로 다른 카메라워크와 인물 확대 등 여러가지 연출 구도를 보여줬어요. 그러나 출시된 게임속에는 저렇게 다채로운 연출이 아닌 멀리서 찍은 샷들 뿐이었죠.

이후 19년 블리즈컨에서 공개했던 리포지드 데모 플레이에서 보여준 그래픽 들도 지금의 리포지드 와는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발매 연기까지 했는데 도대체 뭘 한거죠 ?

 

 

그렇다고 해서 전투가 아주 타격감이 좋다거나, 연출적인 부분에서 보강이 된 것도 아닙니다.

사실 이 부분은 리포지드 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스타크래프트2부터 히오스까지 꾸준하게 언급되고 있는 블리자드의 고질적인 "타격감" 문제이기도 해요. 그리고 그 타격감의 문제는 이번 리포지드 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가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공성전차"정도가 아닌 이상에야 지금 내가 허공에 헛손질하는건지 상대를 때리고 있는건지 헷갈릴 정도로 타격감은 형편없었습니다.

그래요. 이건 리포지드"만의"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그렇다고 치겠습니다만, 전투를 연출하는 부분 같은 경우에는 충분히 보강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퀘스트를 진행하다보면 대군들간의 전투씬 들이 종종 나오는데 실제로 그 장면을 보면 기껏해봐야 8:8 또는 10:10 정도의 초라한 규모입니다. 인게임 플레이에서 유닛 숫자를 늘리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면 최소한 인게임 컷씬 에서라도 숫자를 늘려서 규모를 좀 키우던가 했으면 그래도 이해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번 워크래프트3 : 리포지드에서는 인게임 컷씬과 씨네마틱 컷씬이 들어가있는데요.

그 중 인게임 컷씬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효과들은 정말 기가차는 수준입니다. 역병에 오염되서 좀비화 되는 일반 시민들부터 거대한 악마군단이 몰려온다는 씬에서도 굉장히 심심하고 심플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어요. 뿌연 색감에 허우적 거리는 모션, 어설픈 배경그래픽과 효과들이 뒤섞이면서 끔찍한 혼종을 만들어내고 말았습니다.

동시대에 모바일로 출시된 대형 게임들이 이것보다는 훨씬 좋은 그래픽을 보여주지 않았나요? 그리고 블리자드라면, 설령 실사그래픽 까진 아니더라도 연출이나 효과 등을 통해 얼마든지 더 맛을 낼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진 이 게임에서 그나마 정상적인 부분은 스토리와 시네마틱 컷씬 뿐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스토리는 아주 흡입력있고 묵직하며 재미있습니다. 엉망진창의 그래픽과 연출을 보면서도 멋진 스토리와 성우분들의 열연때문에 플레이를 계속 이어나가게 되더라구요. 왜 수많은 사람들이 스토리라도 다시 해보기 위해서 예약 구매했다 고 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에요.

2020년에 리마스터로 재출시된 게임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이 스토리와 시네마틱 컷씬이라뇨. 이걸 꼽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웃기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지만, 그만큼 전반적으로 실망스럽고 부족한 타이틀이었습니다.

 

 

다른 문제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최적화 문제로 인해서 중간중간 끊김현상이 존재했음은 물론, 게임 시작 부분에서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오프라인 플레이 하시라는 검정색 텅 빈창이 뜰 때도 있었구요. 인게임 플레이에서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버튼을 눌렀을때 일시적으로 멈추는 증상도 존재합니다. 이외에 인게임 플레이나 컷씬 중에 텍스트가 씹히는 상황이 계속 나오기도 하구요.

유즈맵 모드도 플레이 할 수 있긴 하지만 앞부분에 말씀드렸듯 그래픽이 크게 개선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플레이하는데 큰 감흥은 느끼지 못했어요. 이정도의 그래픽 변화로는 떠난 사람들을 다시 유즈맵으로 불러들이기는 역부족일겁니다. 제가 워크래프트3를 열심히 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리마스터" "리포지드" 라는 타이틀을 달고 돌아온 것에 대한 감흥을 느끼긴 어려웠어요.

 


 

 

디아블로부터 스타크래프트 그리고 초창기의 오버워치 까지 블리자드는 저의 어린 시절을 책임져줬던 "믿고 사는" 회사였습니다.

FPS 울렁증을 갖고 있는 제가 망설임 없이 오버워치를 구매한 것도 순전히 개발사가 "블리자드" 였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어느샌가부터 점점 믿고 "걸러야" 하는 회사가 되고 있어요. 

진짜 "게임"을 만들던 회사가

진짜 "장사"를 하는 회사가 되어버렸습니다. 정신차렸으면 좋겠다 라는 말도 필요없을 만큼 이제는 너무나도 많이 망가져 버린 것 같아요.

어쩌면 이번 워크래프트 3 : 리포지드가 유저들로 하여금 블리자드에게 작별을 고할 타이밍을 정해준 게임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블리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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